야생차 품평대회로 전통의 맥을 이어가다
야생차 품평대회로 전통의 맥을 이어가다
  • 김철 기자
  • 승인 2019.09.02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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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교수의 다산정차를 말하다(5)]

 

다산이전의 강진차, 다산 이후의 강진차 개발 필요
강진차가 살아야 전국 차가 살아난다


■12회 강진야생수제차품평대회
올해로 12회 째를 맞이하는 강진야생차품평대회가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를 와서 첫 번째로 머물렀던 '사의재(四宜齋)'의 저잣거리 '청조루(聽潮樓)'에서 지난 6월 22일 강진다인연합회와 강진신문 공동주관으로 열렸다.

사의재가 담고 있는 뜻은 '생각은 마땅히 맑게 하되 맑지 못하면 곧바로 맑게 해야 하며, 용모는 마땅히 엄숙하게 하되 엄숙하지 못하면 바로 엄숙해야 한다. 말은 마땅히 과묵해야 하며 말이 많으면 바로 과묵해야 한다. 행동은 마땅히 중후하며 중후하지 않으면 중후하게 하라'이다. 다산선생이 사람이 살면서 갖추어야 할  삶의 모습을 이렇게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차의 품평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은 맑게 하여야 한다는 것은 차의 우린 탕색이라고 할 수 있고, 용모가 엄숙해야 한다는 것은 단정한 차의 외형과 우린 잎을 찾는 것이다. 말이 과묵해야 한다는 것은 말없는 차의 향기를 찾고, 행동이 중후해야 한다는 것은 차에서 맛을 신중하게 보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같은 사의재에서 차품평을 하다가 보니, 강진야생차품평대회가 더욱 발전하려면 어떤 방법론이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먼저 올해에 출품된 차들의 경향을 살펴보고 간략하게 내 뜻을 펼쳐볼까 한다. 이번 제 12회 대회에는 녹차 28점, 발효차 23점 모두 51점이 출품되었다. 기존의 대상수상자들이 일반 참가자들에게 수상의 기회를 주기 위해 출품을 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차가 출품된 것을 알 수 있다.

차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고 하늘이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날씨가 제다에 주는 영향은 크다. 올겨울은 이상난동에서 두차례 냉해로 이어지다가 급속하게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차생산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흔적은 찻잎에 그대로 드러났다. 끝이 살짝 가뭄에 탄 듯 갈변을 한 녹차가 눈에 띄었다.

그렇지만 야생차가 가지는 생태적 환경에 의해 아주 어린 첫물잎들(즉 우전 이상)은 생각 밖으로 건강하였다. 그 외형과 우린 잎은 대체적으로 아름다웠다. 우려낸 탕색에 있어서는 선전을 하였지만, 맛에 있어서는 기대를 벗어나는 차들이 나왔다. 녹차주품평이었던 강순형 소장은 그 원인을 살청에서 제대로 차를 익히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발효차주품이었던 추민아교수는 발효차도  어린 잎으로 차를 만드는 경향이 짙으지면서 강진야생차가 지니는 독특한 맛을 살려내지 못했다고 평했다.

이제 강진야생수제차가 국내의 여타지역 차들과 차별화 전략을 가져야 할 때이다. 그 개념부터 새롭게 잡아야 할 것이 되어 아래의 글을 쓴다.

■강진야생차의 조건
강진지역에서 자연상태에서 자라는 차나무에서 생산된 차를 말한다. 야생차란 다원조성에 있어 파종, 식재를 하지 않고 자연상태, 관리에 있어 농약과 퇴비를 주지 않고 전정을 하지 않은 차를 말한다. 단 진입과 수확을 위해 잡초제거를 한 경우에도 예외로 둔다.

야방(野放)이란 기존 조성된 다원이 수확을 하지 않은 채 오랜 기간 방치된 상태로 있는 다원에서 생산된 차의 생산환경을 말한다. 즉 관리에 있어 농약과 퇴비를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정을 하지 않은 차이다.

■ 수제차의 정의
찻잎의 채취를 수공으로 하고, 덖음은 기계를 쓰지 않으며, 유념은 수공으로 한 차를 말한다.

그리고 건조에 있어 온돌건조, 자연건조, 솥건조의 과정을 거친게 해당하고, 건조기의 도움을 받지 않은 차를 말한다.

그동안 강진차의 열악한 생산여건 속에서 강진차의 부활과 계승을 위해 노력을 하였지만, 보다 산업적 측면을 고려할 때 개선의 여지가 있다.

야생차의 생산은 여러 가지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 야생차가 청정하다는 이미지는 환경에 따라 쉽게 손상될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그 관리가 철저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즉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각, 농약살포, 공해 등 여러 가지 제반요건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야생차라는 용어보다는 자연차(自然茶), 자생차(自生茶), 산차(山茶) 등의 새로운 용어로 대체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강진차의 제다현황
1) 수제채취
강진차 생산지역의 특성상 수제채취는 필수 불가결의 것이고, 고급차를 생산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연상태의 찻잎은 일반적으로 고급차가 가지는 외형의 균일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2) 수제살청
덖음 솥이나 찜 솥을 이용하여  살청을 하는 과정으로 한정할 때, 중국과 대만의 굴림통 솥이나, 일본의 증기를 이용한 자동설비로 기계화가 이루어진 차는 여기서 제외한다.    

3)수제유념
기계를 쓰지 않고 수제로 유념을 할 때, 인건비의 부담과 함께 차의 균일성을 유지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4) 자연건조
차의 건조는 외형과 보관에 있어서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건조는 자연 건조와 열풍건조로 나뉜다. 또한 자연건조는 온돌건조, 음건, 양건이 있고, 열풍건조는 건조기의 형태에 따라, 개방형과 밀폐형으로 나뉜다. 강진차에는 다산 정약용이 만들었던 일쇄차라는 전통이 있어, 강진차의 중요한 특성으로 자리할 수 있다.

■ 새로운 강진야생수제차 정의
강진의 자연상태에서 생산된 찻잎을 수제채취, 수제살청, 수제유념, 자연건조의 개념이 합해진 것이다. 단 여기서 수제의 개념은 산업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가 따르고,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살청과 유념 그리고 건조에 이르는 과정에 적절한 기계설비가 따를 수 밖에 없다.

■ 강진차의 산업화를 위한 전략
강진야생수제차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전승과정을 스토리텔링하여 다산이 꿈꾸었던 차산업 중흥을 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기반조성이 필요하다.

1) 문화적 기반조성
(1) 다산제다법의 완벽한 재현을 위한 워크 샵
(2) 학술대회와 전시회 참가 등으로 적극적 홍보
(3) 강진과 다산학단의 차관련 문헌발굴 및 종합전시관 개관
(4) 다신계의 문화적 전승 

2) 산업적 기반조성
(1) 자연상태 차자원 보호를 통한 고급화 전략
(2) 새로운 다원의 조성과 제다 환경 투자
(3) 통합브랜드로 전체 제품의 통합관리
(4) 다신계를 활용한 네트워크 조성

■ 결론
강진야생수제차품평대회는 제12회를 거치면서, 대회의 수상자들로 구성된 명인들이 함께하는 국내유일의 차생산공동체인 주)다산명차의 설립을 가져왔다. 또한 다신계 20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강진차의 위상을 높이면서 강진차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제 문화산업 전방위의 전략적 접근을 하여야 할 때이다. 이때 사의재가 담고 있는 생각을 맑게 용모를 단정하게 말을 무겁게 행동을 신중하게 하는 다산의 정신을 바탕으로 삼는 것도 한 방법론일 것이다.

그리고 다신계의 믿음이 주는 문화코드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하나의 고리로 만나야 한다. 뿐만아니라 다산이전의 강진차와 다산이후의 강진차를 함께 개발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강진은 우리나라 차산업이 가지고 있는 총체적 문제를 풀고 있는 시험장이다. 강진차가 살아야 우리차가 산다. 전국의 차인들이 강진차에 관심과 애정을 쏟을 때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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