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계(茶信契), 사제(師弟) 간의 신의(信義)' 전시
'다신계(茶信契), 사제(師弟) 간의 신의(信義)' 전시
  • 김철 기자
  • 승인 2019.08.2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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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9년 K-museums 강진군 다산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
지난 22일 다산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는 다산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의 공동기획전 다신계, 사제간의 신의 개막행사가 열렸다. 이번 특별전을 다신계를 통해 사제간의 끈을 이어가고 신의를 다져가는 가교역할을 다시 되새기는 전시회이다. 개막행사에는 이승옥 군수, 윤성용 국립민속박물관장 등 기관단체장과 주민들로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다산이 해배될때 스승을 위해 제자들이 다신계 이름 지어
점차 희미해져가는 사제간의 관계 생각하는 특별전


다산박물관은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지난 22일부터 10월 27일까지 67일간 '다신계, 사제 간의 신의' 공동기획전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의 제자들이 다산을 위해 맺은 다신계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는 자리로 다신계의 구성원과 규약이 담긴 '다신계절목' 등 100여 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동암(東庵)과 서암(西庵) 등 다신계의 배경인 다산초당(茶山草堂)을 공간적으로 재현하면서 다산과 그의 제자들이 보여주었던 '신의'라는 교훈을 전하게 된다.

이번 전시회는 크게 3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서암, 형재처럼 공부하다, 두 번째는 동암, 다산에 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다신계 신의를 지키다로 나눠져 있다.


첫 번째 1부 '서암, 형제처럼 공부하다'에서는 제자들이 다산에게 가르침을 받고 배움을 이어갔던 다산초당의 서암을 재현해 다산과 제자들의 학문과 인간적인 인연을 살필 수 있는 자료들을 소개하고 있다.

다산이 제자들의 교육을 위해 직접 만든 '아학편(兒學編)', '제경(弟經)' 등의 학습서와 다산과 제자들이 주고받았던 '증혜관겸시회중포숙(贈惠冠兼示檜仲蒲叔)', '요조첩(窈窕帖)' 등을 통해 사제 간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정을 쌓았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아학편(兒學編)은 강진 유배 초기 아동 교육을 위해 다산이 엮은 한자 학습서로 기존에 널리 쓰이던 '천자문(千字文)'의 구성과 글자 배열이 아동의 학습에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대신하고자 했다.

왼쪽부터 낙천총서, 정황계첩


일상의 경험과 관찰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글자를 앞쪽에 추상적 개념의 이해를 요구하는 글자를 뒤쪽에 배열했다. 또 부모·군신·부부 등 관련 글자의 짝을 지어 학습에 용이하도록 했다.

요조첩(窈窕帖)은 다산의 제자 윤시유(尹詩有, 1780~1833)가 재혼할 때 동학(同學)들이 가사를 짓고 곡조를 붙여 축하한 내용을 담고 있는 첩으로 발문은 다산이 썼다. 다산과 제자들의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로 '아내와 사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재혼하는 것이 너무 빠르지 않냐'는 익살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다.

2부 '동암, 다산에 살다'에서는 유배지에서도 학자로서의 삶을 이어가게 해준 다산초당의 동암을 재현해 학문의 끈을 놓지 않았던 다산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다.

더불어 다조(茶竈, 찻상으로 쓴 돌), 약천(藥泉, 다산초당에 있는 샘), 정석(丁石, 다산의 필체를 새긴 돌), 연지석가산(蓮池石假山, 연못과 돌을 쌓아 만든 산) 등을 만들어 가꾸고 차를 즐기며 유배자의 애달픈 처지를 달래며 살았던 다산의 흔적도 소개하고 있다.

3부 '다신계, 신의를 지키다'에서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되는 다신계의 목적, 구성원, 규약 등을 담은 문서인 '다신계절목'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다산 종가에서 소장 중인 '다신계절목'과 다산이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며 인연을 맺은 강진 제자의 후손이 소장 중인 '다신계절목' 2점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

다신계원들이 서로의 신의를 지속하고자 맺었던 정황계(丁黃契)와 황정계(黃丁契)의 흔적이 남아있는 '정황계첩(丁黃契帖)'과 '치원진장(?園珍藏)'을 소개함으로써 다산의 사후에도 제자들끼리 다신계에 담긴 신의의 가치를 지속하고자 했던 모습을 전하고 있다.

다신계절목은 다산의 제자들이 1818년에 조직한 다신계의 목적과 구성원, 규약 등을 적은 문서이다. 앞부분의 첨의(僉議), 좌목(座目), 약조(約條)에는 강진을 떠나는 다산을 지속해서 보필하려는 제자들의 다짐이 담겼고 뒷부분의 제생좌목(諸生座目)에는 강진을 떠나며 제자들에게 전하는 다산의 당부가 담겼다.

정황계첩은 다산의 사후 10년 뒤 다신계원이었던 다산의 아들 정학연, 정학유가 다산의 제자 황상과 정황계(丁黃契)를 맺고 신의를 지속하기로 다짐한 내용을 담고 있다. 치원진장은 다산의 제자 황상의 서간첩으로 황정계첩(黃丁契帖)이 들어있다.
 

왼쪽부터 치원진장, 정황계첩


황정계(黃丁契)는 황씨와 정씨가 맺은 계를 뜻하는 말로 정씨와 황씨가 맺은 계를 뜻하는 정황계(丁黃契)와 같이 신의를 지속하고자 다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동기획전 개막식이 열린 지난 22일 이승옥 군수는 "다산의 업적은 강진과 강진 사람들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이번 공동기획전은 타 박물관과 차별화된 강진과 다산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뿐 만 아니라 신의(信義)의 고장으로서 강진을 대·내외에 알릴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전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신계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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