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가슴 저리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함
[서평] 가슴 저리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함
  • 강진신문
  • 승인 2019.08.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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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장찬구

시를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엿보는 일이다. 짧은 글로 표현되는 세상일에 작가의 생각과 시선을 찬찬히 알아가는 재미와 마음에 딱 차는 표현을 찾아 적어내는 시인의 놀라운 표현능력은 시가 지닌 힘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한 편의 시쯤은 가슴에 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 곁에서 힘든 삶의 위로가 되어 생의 슬픔도 기쁨도 좌절도 모두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것이 시가 우리 곁에 지금도 머물러 있는 이유일 것이다.

시를 읽고 이해하는 것을 많이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작가가 시를 쓴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시를 읽기 때문에 어렵게 다가온다. 그냥 읽는 이의 마음 가는대로 시를 바라보고 읽는다면 시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여기 어렵지 않으나, 가슴 저리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함을 전하는 시집 한 편을 소개해 본다.

 


저자는 1963년 전북 정읍에서 나고 자랐으며, 2001년 "사람의 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기차를 놓치다」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2014년 「꿈결에 시를 베다」를 출간하였다.

작가는 시에 빚을 많이 졌다고 고백했다. 그 빚을 이 시집으로 일부나마 갚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이야기 한다. 시인이 시에 진 빚은 어떤 종류의 빚일까? 살아 다 갚을 수 있기는 한 것인가? 하는 걱정과 그 빚을 천천히 다른 시집을 통해 갚아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손세실라아의 시는 읽기 참 편하다. 쓰인 언어 그대로 받아 입에서 한 번. 머리에서 또 한 번. 그리고 가슴에서 한 번 더 읊조리면 시가 지닌 본연의 감성이 그대로 전달된다.
시집 「꿈결에 시를 베다」에는 총 5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집에 담긴 시 한 편 한 편은 퍼즐 조각이었다.

세상 이라는 조각.
그 세상에는 어머니도, 이방인도, 자연도, 제주도도, 시인도, 서럽게나 슬프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은 시가 되어 살아났고, 온기가 있었으며, 만나니 가슴이 절로 따뜻했다.
꿈의 반 뼘을 상실한 이들이
발목 반 뼘 잘려나간 짝다리 탁자에 앉아
서로를 부축해 온 뼘을 이루는
기막힌 광경을 지켜보다가 문득
반 뼘쯤 모자란 시를 써야겠다 생각한다
생의 의지를 반 뼘쯤 놓아버린 누군가
행간으로 걸어 들어와 온 뼘이 되는 그런(p18. 반 뼘 중에서)  

그녀의 시는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힘이 있다. 시어가 만들어 낸 간절함과 따뜻함은 살아가는 힘이 된다. 지치고 힘든 세상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우리에게 시는 말한다. 울어도 좋다고. 시 읽기가 어려워진 세상, 이 시집을 통해 시와 반 뼘쯤 가까워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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