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 친구들과 어울려 소먹이 꼴을 베러 산과 들판에 자주 다녔다. 한 친구는 항상 나보다 많은 풀을 베어서 꼴망 주둥이까지 넘치도록 담아 놓고 기다렸다.
내가 꼴을 베는 곳은 풀이 듬성듬성하게 보였지만 친구가 베는 곳은 풀이 무성해 보였다. 막상 그 곳에 가면 또 내가 있던 곳이 싱싱하게 보여서 또 다시 그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집에 돌아갈 무렵 자리를 옮기지 않고 한 곳에서 열심히 풀을 벤 친구의 꼴망에 꼴이 가득했지만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던 나의 꼴망은 홀쭉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 란 속담이 있다. 모든 재앙의 시작은 지나친 욕심에 있었기에 옛 성현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분수를 지킬 줄 아는 안분지족의 삶을 강조했던 것이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 파흠은 근면 성실하게 농사를 짓고 살아왔기에 얼마만큼 재산도 일구었다. 하지만 더 많은 재산을 모으려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느 날 주인이 달콤한 제안을 했다.
하루 동안 자신이 걸어서 밟고 돌아온 만큼의 땅을 주겠다는 것이다.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해가 지기 전에 처음 출발했던 장소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그는 솔깃한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출발하는 날, 그는 조금이라도 많은 땅을 차지하려고 쉬지 않고 달리다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발바닥이 찢어져 피가 흘렀다.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기에 너무 많이 달려와 버렸다. 그는 온힘을 다해 뛰어 출발점 앞에 거의 왔지만 너무 무리한 나머지 피를 토하며 쓰러져 죽고 말았다. 하인은 삽을 집어 들고 그를 묻을 수 있는 약 2미터의 땅을 파고 그 구덩이에 그를 묻었다. 결국 그에게 필요한 땅은 2미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떨치기 어려운 욕심을 경계하고 바른 길로 가도록 인도해 주는 내용이다.
캘리포니아에서 한창 황금 노다지 골드러시(Gold rush)가 일고 있었던 때, 당시 영국령이었던 남아프리카 다이아몬드 광산 골곤다(Golconda)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화다. 중동지역에 알리 하베트(Habet)라는 부자가 있었다.
그는 어느 어느 나라의 땅속에 다이아몬드가 무진장 매장되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는 더 많은 땅을 갖기 위해 살고 있던 집과 토지를 팔아 광맥이 있다는 그 곳으로 떠났다. 그는 다이아몬드를 찾아 밤낮 헤매고 다녔지만 찾지 못하고 재산을 모두 탕진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시간이 얼마쯤 지나 그의 땅을 샀던 사람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 땅에서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다이아몬드 광맥이 발견된 것이다.
그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다이아몬드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소유하고 있었던 땅속에 묻혀있었다. 그는 먼 곳에서 보물을 찾으려다 오히려 인생을 망치고 말았다.
내 주변에 주식투자의 귀재란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가 주식투자에 일가견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공동투자를 했다. 나를 만나면 성공담을 늘어놓았다. 몇 년 후 그는 모든 재산을 몽땅 주식에 날려버리고 공동으로 투자했던 친척과 지인들이 사기죄로 고소해 옥살이를 했다. 경제적 궁핍은 이혼으로 이어져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출소한 지 몇 해가 지났지만 지금도 채무자들에게 시달리며 살고 있다. 나는 한 때 그를 부러워하며 내 자신을 한심스럽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돈은 칼과 함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칼이 의사의 손에 쥐어지면 목숨을 살리는 도구가 되지만 강도의 손에 쥐어지면 목숨을 해치는 도구가 된다. 물질도 잘 쓰면 사회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지만 잘 못쓰면 썩어 악취를 풍기며 불행하게 만든다. 주변에 지나친 소유욕 때문에 피를 나눈 형제가 이웃보다 못하게 되고, 수십 년 사귀던 친구가 원수가 된다.
나는 지금까지 행복의 파랑새를 가까이서 찾지 못하고 먼 곳을 헤매고 다녔다.
행복의 파랑새는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순간순간 내 곁으로 와서 삶의 꽃이 되고 의미가 되어 준다. 가까운 곳에 있는 파랑새를 보지 못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