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돌아온 꽃님이
[기고] 돌아온 꽃님이
  • 강진신문
  • 승인 2019.05.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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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_ 꽃이야기 대표

예전부터 난 왠지 동물 앞에서는 마음이 다 펴지지 않는다. 어쩔 때는 소름끼치기까지 하여 좀 체로 가까이 하지 못한다.

고양이랄지, 멍멍이랄지, 반갑다고 나를 핥으며 꼬리치고 올라타면 예뻐하는 마음 조금 있는 것까지 싹 도망가 버린다.

작은 강아지는 좀 귀엽기는 하다. 반대로 내 남편은 동물을 너무 좋아한다. 여러 번 강아지를 키웠지만 좀 크면 내가 싫어하니

나 때문에 더 이상 키우지 못하곤 했다. 그런 어느 날 남편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다짜고짜 마량 친구가 꽃님이를 주어서 안집에 놔두고 왔단다. 무슨 꽃님일까! 나는 속으로 갑자기 꽃님이가 무슨 뜻일까! 어떤 상징일까! 그것도 소설을 쓰면서, 예쁜 여자 이름인 줄만 알았다.

내 친구가 어떤 여자를 소개 해주었을까! 혼잣말로 음 뭔 여자란 말인가! 나 몰래 뭔 일 생겼을까! 생각하면서도 속마음을 숨겼다.

함께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남편은 꽃님아, 꽃님아 불렀다. 그러자 예쁜 여자가 아니고, 꼬리치며 달려든 것은 바둑이 강아지였다.

나는 너무 웃겨서 허망하였다. 강아지 이름을 이렇게 예쁜 여자이름 같은 꽃님이라니. 기가 차고 코가 막혔다. 그렇지만, 오래 만에 난, 그 꽃님이가 이름 때문인지 몰라도 예뻐지기 시작했다.

"응 그래" 넌 더 크지 말고, 꼭, 그 정도에서만 나랑 잘 사귀어서 예뻐져라잉". ~쓰다듬어 주었다.

처음 본 나를 모른다고 막 짖어댔다. 난 제 밥 한 번 주지 않았는데, 그 뒷날부터는 주인인 줄 알고 전혀 짖지 않았다. 음! 넌 참 영리한 아이구나.

어느 날 꽃님이가 마당 한쪽 화단에 구덩이를 크게 파놓고 있지 않는가. 흙을 깊이 파내 마당에까지 꺼내 흩어 놓았다. 얼마나 깜짝 놀라고 성질이 나서 "이놈 이게 뭐냐"

"이렇게 귀찮게 하면 너 쫓아낸다" 했더니 말귀를 알아듣는 듯 어디선가 뭘 물고 왔다. 이게 웬일인가! 쥐 한 마리를 땅 파면서까지 잡았다고 보여주지 않는가, 난 놀랬다.

'에구, 이놈이 쥐를 잡았네! 그랬구나 그랬었구나!"하고 칭찬 해주었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이렇게 땅을 파지 말라고 타일렀다. 이럭저럭 꽃님이랑 정이 들어갔다.

요즘 꽃님이가 고양이들 하고 제 집을 범접 못하게 하는 영역 싸움을 하는지, 컹컹 자주 짖어댄다. 그 깊은 밤 곤히 잠든 남편은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더니 한참 후에야 방으로 들어왔다.

꽃님이 짖는 소리에 잠 못 잔다고 공설운동장에다가 꽃님이를 놔둬버리고 왔단다.

운동장은 우리 집하고 정반대 쪽이어서 한참 멀다. 참! 얼 척이 없었다. 그런다고 꽃님이가 귀찮으면, 누구를 줘서 키우라고 하던지 그래야지. 그렇게 던져 버리고 오면 어떡하냐고 소리치다가, 영 마음이 서운하고 그랬지만 잠들어 버렸다.

그 뒷날도 우리는 바쁜 일 때문에 꽃님이 생각을 잊고 있었다. 교회 갔다가 가게에 온 나에게 남편의 전화가 왔다.

꽃님이가 궁금했는지 남편은 가보았는데, 어젯밤 늦게 버리고 온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고 하지 않은가. "어머나 그래요? 짐승도 그렇군요". "꼼짝 않고 쥔이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구나". 세상에 사람보다 나은 강아지였다.

처음 정 붙여 본 꽃님이가 이제는 보낼 수 없는 우리 집 한 식구가 되었다.

오늘도 쪼그마한 강아지가 앙칼지게 짖어대며 종일 혼자 안집을 지키고 있다.

이젠 대문 꼭꼭 닫지 않아도 되겠지. 우리 꽃님이는 집 밖의 길을 절대 기억하기 싫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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