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殮)을 하면서 참 봉사를 경험하지요"
"염(殮)을 하면서 참 봉사를 경험하지요"
  • 김철 기자
  • 승인 2004.09.04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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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째 무료로 염 봉사하는 마량 박종태씨
▲ 박종태씨가 장례절차에 관한 책자를 보고 있다.

마량면 마량리에서는 망자의 염을 도맡아 마량맨으로 통하는 주민이 있다. 터미널 슈퍼를 운영하는 박종태(64)씨가 그 주인공이다.

박씨는 400여세대가 살고있는 마량 1·2구에 초상이 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무료로 염을 해주는 주민이다. 박씨의 10평 남짓한 슈퍼는 한창 바쁜 5일장에도 굳게 문이 닫혀진 날이 있다. 이날은 마을주민들중 한명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박씨가 염을 시작하게 된 것은 3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는 부친이 숨지자 방법에 따라 직접 염을 접하게됐다. 평소 마을일에 무료봉사를 다니던 아버지의 어깨넘어로 배운일을 처음으로 해낸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박씨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애사에는 모두 참여하게된다. 일반주민들이 꺼려하는 염일에 박씨가 집착하는 이유는 이외로 간단했다. 비록 돈은 없지만 남에게 봉사하면서 생활하라는 부친의 생활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박씨는 상가집에 도착하면 직접 염을 하고 유족들에게 장례절차에 대해 하나씩 알려주면서 꼬박 3일간을 상가집을 떠나지를 않는다. 유족들이 장례절차를 완벽하게 끝마치고나면 비로서 자리를 털고 집으로 돌아온다. 3일간의 고된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녹초가 되지만 박씨는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남을 위해 봉사했다는 가슴뿌듯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씨의 노력도 집요했다.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박씨는 직접 서울에 소재한 병원을 쫒아다니면서 장례절차를 배워나갔고 나름대로의 장례절차를 정리할정도가 이르렀다.
박씨는 지금까지 무료로 염을 한일이 300여건이 넘을 정도이고 올해만도 벌써 10여건이 넘는 상가집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지금껏 박씨가 손에 쥔 것은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이였다.
박씨는 “남들은 꺼리는 일이지만 봉사한다는 자체가 너무나 즐겁다”며 “건강이 허락되는한 주민들을 위해 무료봉사를 계속하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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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2019-10-31 06:06:47
존경스럽습니다. 박 선생님. 선행만큼 좋은 일만 있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