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회 호남예술제 산문분야 금상 수상작]지겨운 심부름
[제49회 호남예술제 산문분야 금상 수상작]지겨운 심부름
  • 문화부 기자
  • 승인 2004.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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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중앙초등학교 2학년 임선우

1학년 방학 때 신나게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벼락치듯 소리를 질렀다.
“선우야! 일어나. 엄마 심부름 해줄래?”
“네”
나는 졸린 눈을 쓱쓱 비비며 비틀비틀 일어섰다.
“무엇을 해요?”
“은정이네 가서 가위 좀 빌려와.”
나는 대충 옷을 차려 입고 은정이 집으로 쌩하니 달려갔다. 계단으로 걸어갔다. 금새 10층에 도착했다.
“딩동 딩동”
곧이어 문이 덜컹하고 열렸다. 은정이가 나를 맞아 주었다.
“왜 왔어?”
“가위 있으면 빌려 줄래?”
“우리집에는 팽킹 가위 밖에 없는 걸?”
나는 힘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은정이네는 팽킹 가위 밖에 없대요.”
“팽킹 가위라도 빌려오라니깐.”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나는 투덜대며 은정이 집으로 다시 갔다. 이번에는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갔다. 좀 전에는 계단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엘리베이터로 갔다.
“딩동 딩동”
“누구세요?”
“나야, 선우.”
이번에는 은정이가 문도 열지 않고 말을했다.
“아까도 왔는데 왜 또 왔니?”
“응, 그게... 엄마가 팽킹 가위라도 빌려 오래.”
잠시 뒤, 문틈으로 손이 삐쭉 나왔다. 뾰쪽한 칼날이 박히고 손잡이가 울퉁불퉁한 것이었다.
“이거라도 가지고 가겠니?”
“다른 건 없어?”
“쿵!”
은정이는 대답도 안하고 문을 닫아 버렸다.
집으로 가는 내 발걸음은 쇳덩이처럼 무거웠다. 그러고 보니 저번 일이 생각났다.
은정이는 팽킹 가위를 쓰레기통에서 주운 거라며 자랑 했었다. 나는 이런 지저분한 가위를 가지고 가려니 기분이 나빴다.
집으로 와보니 엄마는 콜콜 자고 있었다. 가위도 쓰지 않고 잠만 자는 엄마가
얄미웠다. 나는 화가 치밀어 소리를 빽 질렀다.
“엄마, 일어나요!”
“으응. 가위 빌려 왔니?”
“네에.”
“그럼, 식탁위에 올려놓아.”
엄마는 이렇게 말하고 다시 잠을 잤다. 나는 식탁위에 가위를 올려놓고 생각했다.
‘엄마는 참 이상해. 가위를 쓰지도 않고 자다니.... 중요한 심부름이 아니면 시키지 말지.’
나는 그날 많이 속상했다. 은정이가 나한테 짜증부린것도 싫었지만 힘들게 심부름을 했는데 엄마의 시큰둥한 행동이 더 미웠기 때문이다. 나는 어른들도 우리들의 기분을 생각하고 심부름을 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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