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맛있는 역사, 食史< 강진군도서관 장애인 역사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기고] 맛있는 역사, 食史< 강진군도서관 장애인 역사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 강진신문
  • 승인 2019.04.08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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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예 _ 강진군 수어통역센터 실장

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설렘과 부담감은 양면의 동전과 같았습니다. 그 실마리는 생각보다 쉽게 풀렸는데요. 강의 전반에 대한 논의를 위해 도서관 사서와 강사를 만나는 자리에서였습니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강의 할 것인가?"
 
토의하는데 일방적인 수업이 예정된 만큼 지루한 강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서로 공감하였습니다.
 
역사적 상황을 재현하는 동영상과 사진을 준비하기로 하고, 수업에 도움이 되어줄 강의안도 미리 나눠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명쾌했습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니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었으며 많은 도움에 기운이 펄펄 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고민이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강의 내용을 수어로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원활한 통역을 위해 강의 내용을 미리 받아서 무던히 읽고 또 읽었습니다. 역사에서 민초들은 항쟁과 전쟁의 중심에 서 있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나라를 지킨 이는 언제나 핍박받고 굶주리고 대접받지 못한 백성들이었죠.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매번 가슴이 아리고 뭉클했습니다. 나는 역사에 빚져서 살고 있구나! 이 삶을 잘 살아야겠구나!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맛있는 역사" 덕분에 스스로 역사의식이 높아졌으며, 이후 수어전달은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첫 수업 후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농아인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습니다.
 
처음 접하는 역사프로그램인데도 큰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강사와 통역사에게 집중하였습니다.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소외받았던 까닭이었을까요? 처음 접하는 분야의 공부를 하시게 되어서였을까요? 농아인 모두 적극적이셨으며 환한 표정으로 시종일관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마음속으로 행여 어려워하시지는 않을까, 재미를 못 느끼시면 어떨까 걱정했는데 모두 기우였습니다.
 
통역사가 공부하면 할수록 농아인은 더 박식해 질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강의횟수가 늘어날수록 청강하기 위해 모이는 농아인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습니다.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학생의 모습이었어요.
 
강의에 푹 빠지셨는지 온갖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아~~아~~"
 
강의 중간에 탄성을 지르시고, 이해 못한 옆 사람에게 수어로 설명하는 등 뜨거운 열의를 보이셨어요.
 
"고생하신 강사님께 박수!!!!"
 
강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유도하신 분도 계셨답니다. 정말이지 정겹고 다정한 풍경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감동을 받은 건 오히려 통역하는 우리들이었어요.
 
고정관념을 깨뜨린 기회가 되었고,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함께라면 못할 것이 없겠구나,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우리에게 식사프로그램은, 온 힘을 다해 하나라도 더 역사를 알게 해 주고픈 강사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받는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수준 높은 역사프로그램을 만들어 농아인의 위상을 높여주신 강진군도서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눈을 돌리고 손을 내밀어 장애인과 더불어 함께하려는 도서관장님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장애유형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하늘아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교류하며 함께 살아가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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