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납치 막은 성범죄 '신상 공개'
초등생 납치 막은 성범죄 '신상 공개'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9.02.22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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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에 끌려가던 10살 여학생...주민 '눈썰미'덕분에 위기 모면

신상정보 우편물로'범인 얼굴'기억...범인 A씨, 성범죄로 1년 전 출소

40대 남성이 대낮에 읍내 도로 한복판에서10살 된 여학생을 강제로 끌고 가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다행히 주민의 눈썰미와 경찰의 발 빠른 대처로 범인은 사건발생 5분 만에 붙잡혔지만 사건의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그야말로 충격이다. 범행의 대상이 어린 여학생이었고 범인이 과거 성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자라는데 따른 여파다. 범인은 지난 19일 구속됐다.
 
초등생을 둔 한 주민은 "사건이 이슈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엄중한 처벌은 물론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의 근원적인 차단과 예방을 위한 조치들이 강력히 마련되길 바랄뿐이다"고 전했다.

사건은 지난 14일 오후 4시께 읍 새마을금고 앞에서 발생했다. 술에 취한 A씨(49)가 길을 걷던 초등학생 B양(10)의 손목을 갑자기 잡아끌었다. B양은 당시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B양은 곧바로 저항했지만 힘센 어른의 손을 뿌리치기엔 역부족이었다. A씨는 주변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려 B양의 부모와 잘 아는 사이처럼 연기까지 했다. 때문에 이를 본 몇몇 주민들의 반응은 그저 '단순한 눈길'에 그칠 뿐이었다. 대낮에 그것도 강진의 번화가로 불리는 중앙로에서 설마 아이를 유괴라도 하겠냐는 생각에서다. B양은 잔뜩 겁에 질렸고 그렇게 끌고 버티는 상황은 계속됐다.
 
A씨의 범행은 주변의 의심스러운 시선이 더해지자 멈췄다. 그런 뒤 B양을 놔주고 유유히 사라졌다.

■주민 '눈썰미'·경찰 '발 빠른 대처' 빛났다
A씨는 최초 범행 장소에서 약 70m정도 떨어진 읍내 한 인력사무소 주변 골목에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신고가 접수된 지 5분만이었다.
 
강진경찰서에 따르면 A씨를 검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제공한 이는 주민 C씨였다.
 
C씨는 A씨가 B양을 강제로 끌고 가려는 모습을 목격하고 망설임 없이 전화기의 112버튼을 눌렀다. A씨가 성범죄 전과자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C씨의 눈썰미가 작용했던 계기는 바로 성범죄자 우편 고지제도 덕분이었다. 지난해 우편물로 받은 성범죄자 신상정보에서 A씨의 사진이 실려 있었던 것이다.
 
'성범죄자 고지'는 성범죄자와 같은 지역에 사는 아동과 청소년을 둔 가정에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다. 이름과 얼굴은 물론 실제 거주지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다.
 
강진경찰서 관계자는 "C씨가 아마 자녀를 둔 부모로서 당시 사진을 유심히 보고 얼굴을 익혀 뒀던 것 같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2015년도 강진읍내에서 성범죄를 일으켰다 수감돼 지난해 신상정보 공개처분을 받고 출소했다. 현재는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강제추행)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진경찰서는 C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신고보상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신고자 보호를 위해 C씨의 이름은 물론 성별과 연령, 직업 등은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의 발 빠른 대처도 빛을 바랐다. 112종합상황실로부터 신고를 접수받은 강진경찰은 강력팀과 여성청소년계는 물론 교통관리계 직원들까지 현장에 투입시켜 예상 도주로를 차단하고 사건발생 지점을 중심으로 포획망을 구축했다.
 
강진경찰서 한 관계자는 "20명 가까운 경찰 인력이 동시에 투입됐을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현장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강진읍내지구대 경찰관들은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수색 끝에 신고 접수 5분만인 오후 4시10분께 A씨를 검거했다.
 
강진읍내지구대 한 관계자는 "성범죄 전력이 있는 신상정보 대상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용의자를 특정하고 곧바로 검거에 나설 수 있었다"며 "검거 당시 A씨는 술 냄새를 진하게 풍긴 상태였다"고 전했다.

■'A씨는 성범죄 전과자'...계획적? 우발적?
강진경찰서는 A씨를 미성년자약취유인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초등생인 B양을 납치하려한 혐의다.
 
사건은 여성청소년계가 아닌 강력팀이 맡았다. 그만큼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경찰은 현재 B양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범행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일부 언론은 A씨가 B양의 학교와 집 주소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B양의 부모와 '아는 사이'라는 내용의 기사도 흘러나왔다. A씨의 과거 성범죄 전력이 드러나면서 성범죄를 위한 계획적 범행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강진경찰은 "학교와 집 주소 등을 사전에 파악했다는 일부 보도 내용은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며 "좀 더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적 범행보다는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인 관계였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A씨의 부인과 B양의 엄마는 결혼이주여성으로 서로 아는 사이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A씨 실제거주지 강진 아닌데...왜?"
'A씨의 실제거주지'는 주민들 사이에서 적잖은 논란거리다. A씨의 실제거주지가 현재는 강진이 아닌 인근의 다른 지역으로 등록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성범죄자 '신상정보의 효용성'논란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확인한 결과 A씨의 현재 거주지는 기존에 등록된 강진군이 아닌 인근의 다른 지역으로 표기되어 있다.
 
A씨가 지난해 출소 후 주소지와 실제거주지를 강진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서부터다. 때문에 현재는 강진지역에 거주하는 성범죄자 공개대상에 A씨는 포함되어 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편물을 통한 A씨의 신상정보 고지 또한 강진주민이 아닌 해당 지역민을 대상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얘기다.
 
성범죄자 알림e사이트 경우 경찰이 성범죄자의 주소지를 파악해 법무부에 전달하고 이 내용이 다시 사이트를 관리하는 여성가족부에 전달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스템이 이원화되어 있다 보니 성범죄자의 정보를 수정되는 데 일정기간이 소요되고 그 사이에 성범죄자의 거주지가 변경되면 실거주지와 정보전달 시스템 간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성범죄자의 신상정보가 부정확해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A씨는 실제거주지를 변경해 신고해놓고 왜 또다시 강진에 나타났던 것일까.
 
이에 강진읍내지구대 한 관계자는 "A씨가 등록된 지역에 실제 거주하는 것은 맞다"면서 "강진을 자주 찾은 것은 옛 지인들과 만남을 갖기 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동의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강진으로 와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길거리를 자유롭게 다닌다고 해서 제재할 수 있는 법적근거는 없다는 의미다.  
 
강진경찰서 관계자는 "안전한 지역공동체 구현에는 시민의 동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학교와 가정에서는 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한 각종 범죄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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