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선생 진노할 행정" VS "안전·경제성 고려한 결정"
"다산 선생 진노할 행정" VS "안전·경제성 고려한 결정"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8.10.19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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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방공무원교육원 신축 사업 놓고 전라남도와 인근 주민 마찰

전남도,'기존 건물 철거'계획...주민들,"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

강진으로 이전될 전남지방공무원교육원의 신축 사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업 시행처인 전라남도가 이전지를 도암 다산수련원 일대로 확정하고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면서 기존 건물들을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인근 주민들이 '예산 낭비'를 주장하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인데, 주민들은 건물을 존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전남도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물자의 귀중함을 깨닫고 헛되게 함부로 버리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다산 선생이 두 아들에게 남긴 유산도 '근검' 오직 두 글자였다"
 
지난 12일 도암면 다산박물관 2층 다목적실. 강진군이 마련한 '공무원교육원 신청사 건립 기존 건축물 철거 설명회'자리에서 윤동환 전 강진군수는 목민심서에 담긴 다산 선생의 가르침을 설명하며 기존 건축물의 철거 계획을 반대했다.  
 
그동안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다산수련원의 시설물을 철거하고 또다시 거액의 예산을 들여 새 건물을 짓겠다는 행정이 과연 다산의 정신에 빗대어 옳은 일인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설명회 자리에는 다산수련원 인근 보동과 귤동마을 이장 및 주민 10여명, 그리고 전라남도와 강진군청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설명회에 따르면 전남공무원교육원은 총 사업비 480억원을 들여 만덕리 일원 부지 8만1천㎡에 건축연면적 13만4천㎡규모로 본관동과 생활관동 등 모두 4개동의 건축물이 들어설 계획이다. 오는 2020년 예정대로 공사가 완료되면 연간 2만3천명에 이르는 전남도내 공무원들이 이곳을 찾게 되며 많게는 하루 평균 500명 가까운 인원이 교육을 받게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전남도가 신청사 건립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정부지에 놓인 다산수련원과 유물전시관 등의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타당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     
 
보동마을 윤보현 이장은 "2005년 개원한 다산수련원은 시설을 갖추고 관리하는 데 그동안 70억원의 예산이 쓰였고 지난 2015년도에는 사업비 6억원이 추가로 투입돼 개·보수 사업이 진행됐다"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멀쩡한 건물을 하루아침에 철거하겠다는 행정이 과연 옳은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이장은 "공무원교육원이 강진군으로 이전되는 것은 군민 모두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다산수련원 서쪽방면 100~200m부근에 건립 여건이 얼마든지 좋은 부지가 있음에도 굳이 기존 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에 교육원을 짓는다는 것은 근본 취지는 물론 군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철거 반대 의견을 내비친 주민들은 공무원교육원이 계획대로 보동과 귤동마을의 한 중앙에 들어서게 되면 교육생의 학습권은 물론 주민들의 행복추구권마저 침해될 우려성을 제기하며 다산수련원을 연계하여 청렴교육의 시너지효과를 이끌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라남도는 당초부터 다산수련원 부지를 중심으로 건립 사업이 추진됐으며 현행 건축법상 기존 건축물을 활용할 수는 없는 만큼 철거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라남도 관계자는 "현행 건축법상 2층 이상 공공건축물의 경우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도록 되어 있다"며 "현재 수련원 건물은 내진설계 기준 제정 이전에 허가받은 건축물로 활용을 위한 리모델링을 실시하더라도 내진보강에 소요되는 비용부담 등을 감안하면 신축 사업을 추진하는게 보다 경제적이라는 것이 전남도청 자문위원회의 판단이다"고 설명했다.
 
즉, 안전성 확보는 물론 비경제적 측면을 놓고 보더라도 기존 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활용하는 방안보다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이익이라는 계산이다.
 
전라남도 관계자는 이날 신축 비용이 9~10억 원 정도 더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도 각각의 발생비용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전남도는 기존 건축물 철거공사 기간을 10월15일부터 오는 2019년 4월12일까지로 수립한 상태다. 
 
이에 윤보현 이장은 "기간에 맞춰 무작정 철거만을 고집하기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현명한 대안을 찾아볼 일이 우선이다"며 "전남도와 강진군은 공청회를 열고 철거가 꼭 필요한 것인지 그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어느 정도인지를 밝히고 지역민과 이해관계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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