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과 배우는 갑골문자 이야기<32>
김우진과 배우는 갑골문자 이야기<32>
  • 강진신문
  • 승인 2018.10.0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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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_ 한자·한문 지도사

                           析 쪼갤/나눌  석


쪼갤 석(析)자는 나무 목(木)과 도끼 근(斤)이 결합된 글자다. 갑골문은 도끼로 나무를 반으로 쪼갠 모습이다. 인간의 마음을 처음으로 나누고 쪼개어서 심층적으로 접근한 심리학자가 있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이다. 그가 창안한 정신분석(精神分析)이론의 대강은 이렇다. 그는 인간을 '심리적 결정론', '무의식', '정신구조'라는 3가지 관점으로 접근했다. 심리적 결정론은 인간의 행동을 결과라고 치면 거기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논리다. 따라서 어떤 행동이든 우연이라는 것은 없다.
 
프로이트는 그 원인을 아동초기의 욕망과 충동, 외상경험(外傷經驗)이라고 했다. 그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집결되어 있다. 어디일까? 프로이트는 그곳을 무의식의 영역이라고 했다. 그를 20세기 위대한 사상가 중 한명으로 꼽는 이유는 인간이 지각할 수 없는 정신세계, 즉 무의식의 실재를 밝혔다는데 있다. 마지막으로 정신구조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정신을 바다에 떠있는 빙산에 빗대어 설명했다.

수면이 경계라면 수면 위의 빙산은 의식의 영역이다. 수면과 맞닿는 곳은 전의식의 영역이며, 수면 아래 깊은 바다 속 빙산은 무의식의 영역이다. 빙산의 일각(一角)이란 말이 있듯이 수면위에 떠있는 빙산은 전체 빙산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90%는 수면 아래에 잠겨있다. 빙산의 이러한 특성은 의식과 무의식의 크기를 시공간적(視空間的)으로 느끼게 해준다. 크기는 곧 지배력을 상징한다. 프로이트가 인간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의 압도적 지배를 받는 존재라고 말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初 처음  초


세계는 시간으로도 처음, 경험으로도 처음, 공간으로도 '처음'이 있게 마련이다. 갑골문에서 보듯 당시 고대인은 옷(衣)을 만들기 위해 옷감에 칼(刀)을 대고 마름질하는 장면에 '처음', '시작'이라는 개념을 담아 '초(初)'라는 문자를 만들었다.
 
'프로이트'는 사람의 마음도 분석적으로 접근했다. 그는 마음을 원초아(原初我), 자아(自我), 초자아(超自我)로 구성되어있다고 했다. 원초아는 선천적인 본능이나 충동을 말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 이 원초적 본능만 있을 뿐이다. 여기에서 자아가 발달하고 자아에서 초자아가 발달한다. 자아와 초자아는 후천성이다. 프로이트의 주장만으로도 어린 시절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다. 원초아(id)는 본능이기 때문에 쾌락을 추구한다. 따라서 욕구의 지연이나 좌절을 참지 못한다. 그러다가 점점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자아(ego)가 발달하고 있다는 증거다.

반면에 초자아(superego)는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부모의 가치관과 도덕성을 내면화하면서 발달한다. 부모가 지닌 선악의 기준이 곧 자녀의 초자아가 된다. 자녀가 부모를 닮을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이다. 이 이론은 부모의 도덕적 기준이 한 자녀의 성격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지금의 자녀들은 유아 때부터 부모의 품을 떠나 유아원이나 어린이집에 맡겨진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을 상당부분 유아교사가 대신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이론만 보더라도 유아교사는 교사 이상이다. 마땅히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그에 합당한 대우가 따라야 함은 이 때문이다.   


                            藝 재주/재능  예


예(藝)자는 '재주'라는 뜻 외에 '심다'라는 뜻도 있다. 예(藝)의 갑골문을 보고 '나무를 심는 모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나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타고난 예(藝)를 중요하게 여긴 심리학자가 있었다. '칼 로저스'라는 사람이다. 그는 '인간중심상담이론'으로 상담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선천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내면적 동기'와 '잠재능력'을 가진 존재이다. 그는 내면적 동기를 '실현 경향성(the actualizing tendency)'이라고 불렀다. 잠재능력은 '선천적 성향'이다. 즉, 가능성이고 잠재력'이다. 타고난 재능(才能)이라고 할 수 있다.
 
로저스는 이런 선천성을 지닌 사람이 왜? 성장과정에서 심리적인 불안과 부적응을 겪는가에 주목했다. 그리고 답을 찾았다. 자신의 '타고난 가능성'이 현실에서 차단되고 좌절되기 때문이라고. 타고난 성향을 차단하고 좌절시키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지목했다. 바로 부모라고 했다. 예를 들면 이런 논리다. 자녀는 만화 그리기를 즐긴다.

이게 그 아이의 타고난 예(藝)이다. 그런데 부모는 수학을 공부하라고 강요한다. 아이는 안다. 부모의 말을 듣지 않으면 사랑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애써 그만둔다. 자신의 꿈과 끼가 매번 좌절되는 것을 맛본다. 이것은 아이에게 부정적인 경험이다. 심리적 불안과 부적응이 싹틀 수밖에 없다. 부모의 욕구나 가치조건에 맞춰 살아가는 아이가 과연 행복할까? 로저스가 이 땅의 부모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虹 무지개  홍


무지개 사진과 함께 그 끝이 궁금하다며 페이스 북에 올라온 내용을 보았다. 갑골문시대 사람들은 무지개 양 끝을 '입'으로 생각했다. 그 큰 입으로 강물을 다 마셔버리는 생물체로 여겼다. '홍(虹)'의 벌레 충(虫)은 이러한 집단의식의 반영으로 여겨진다.


                                衣 옷  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상실(衣裳室)이 있었다. 의(衣)는 웃옷이며 상(裳)은 아래옷이다. 갑골문을 보면 옷깃과 소매, 길게 늘어뜨린 옷자락이 선명하다. 일부 학자들은 대충 걸쳐 입는 옷이 아니라 옷깃이 빳빳하게 살아있는 옷을 형상화했다고 주장한다. 


                           才 재주/재능  재


'재능 재(才)'의 갑골문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상상을 하게하는 독특한 형상이다. 고대인은 처음에 이 글자를 '있다', '존재하다'는 의미로 썼다. 나중에 '재주', '재능'의 뜻으로 독립되어 사용되자 여기에 흙 토(土)를 붙여 '있을 재(在)'를 새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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