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경기도 광주의 비장네
[사설2]경기도 광주의 비장네
  • 강진신문
  • 승인 2004.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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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네가 경기도 광주에 자리를 잡았다. 떠날때는 그렇게 섭섭하더니 모양좋게 터를 잡은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비장네의 새 주인이된 사람은 집옆에 푯말을 세워 한옥이 전라남도 강진에서 왔다는 것을 알린다고 하니 비장네 덕분에 강진의 이름도 알려지게 됐다. 또 사람이 살림살이를 하며 비장네가 직접 관리되고 있다니 어찌보면 비장네가 좋은 곳에가서 좋은 대접받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고 문화재는 모든 사람의 자산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비장네가 강진을 떠난 것은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경기도 광주는 수도권이여서 관광객들도 많을 터다.

하지만 비장네가 강진에서 그같은 관리를 받으며 보존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건축물은 그 지역의 문화와 경제력을 대변한다고 했는데, 한때 강진의 영화를 대표했던 비장네는 경기도 광주에서 그 역할을 하게 됐다.

강진은 비장네를 지킬 여력이 부족했다. 그 집을 구입해 개인 집으로 꾸며보려는 호탕스런 멋쟁이 부자도 없었고, 자치단체에게는 국가지정이나 지방문화재가 아닌 건물을 과감히 매입해 활용할 용기가 부족했다. 몇몇 뜻있는 주민들이 비장네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큰 파도위에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일 뿐이었다. 비장네의 떠남은 결국 강진의 경제력과 조직력의 한계를 보여준 일이었다. 

비장네는 눈으로 보이는 존재여서 호들갑이라도 떨었지만, 지금 이시간에도 강진의 부족한 경제력과 조직력 때문에 빠져나가고 있는 것들은 수없이 많다.

보다 더 잘살 수 있는 곳을 찾아 이사를 떠나는 사람들은 얼마이며, 보다 더 좋은 교육환경을 위해 전학가는 학생들은 몇이나 될까. 지갑속에 돈을 두고 강진에서 무슨사업을 할까 궁리하다 광주나 목포로 차를 몰고가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일까. 비장네 한옥은 강진사람들의 기억속에 오랫동안 남아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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