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이솝우화라면 통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이솝우화가 다루고 있는 맥락과 교훈은 엄청나게 다량하고 풍부하다. 이솝우화가 내포하고 있는 교훈은 도덕적 교훈이라기보다 세속지혜와 신중한 조심성의 권고인 경우가 많다. 어떤 의미에서는 터놓고 부도덕한 일을 권장하는 경우로 차 있다.

폐브르신의 명령을 받고 프로메테우스는 사람과 짐승들을 만들어 냈다.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토록 재미있고 도덕적이며 풍자적인 이야기가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이솝우화의 이야기도 각국마다 서로 다른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의 새로운 이면을 훑어보면 "겨울이 되어 눈이 내리자 베짱이는 먹을 것을 찾아 집을 나선다. 여름 내내 노래만 부르고 놀았던 탓에 비축해둔 양식이 한 톨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베짱이는 구걸하기 위해서 개미집 문을 두드린다. 한번 두 번 점점 세게 두드려 봤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베짱이는 문틈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여름내 벌어들인 양식이 곡간에 그득히 쌓여있는데 개미들은 한 마리도 보이질 않는다. 여름내 너무 일만한 탓에 모두가 쓰러져 과로사로 숨을 거둔 것이다. 베짱이는 신이 나서 배가 부르게 먹고 노래하고 춤추며 겨울을 편안히 지냈다.

이 새로운 이솝우화는 일중독에 걸린 일본인을 비유한 것이다. 일만하고 쓰지 않는 일본인들은 저축률15% 에 금용자산 1천3백조엔 이라는 어마어마한 세계기록을 세웠다. 개인 소비가 국내 총생산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자의 천국답게 미국의 베짱이 이야기는 일본 것과는 아주 다르다.

미국우화의 베짱이 역시 개미집 문을 두드리는 대목까지는 다름 없지만 그 다음이 아주 놀랍다. 베짱이는 개미집 문을 열심히 두드려 보았지만 아무소용이 없었다.

욕만 먹고 쫓겨났다. 춥고 배고프고 눈물을 흘렸다. 베짱이는 죽기 전에 즐거웠던 지난 여름날을 추억하며 기력을 다해 바이올린을 열심히 연주했다. 그의 마지막 연주는 유난히 슬프고 감동적이었다. 여름내 일만 하느라 음악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내던 개미들은 비로소 베짱이의 음악에 매료되어 모여들었다.

베짱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재빨리 개미의 무리를 향해 "입장권을 내라"고 소리쳤다. 결국 베짱이는 겨울마다 리사이틀을 열어 마이클잭슨 같은 큰 부자가 되었다. 옛 구소련의 우화는 어떨까? 위의 이야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베짱이도 개미도 모두 죽었다는 점이다. 구소련의 붕괴를 패러디한 이솝우화는 어떻게 될까?

개미들은 밖에서 떨고 있는 베짱이를 보자 위대한 사회주의 공화국의 이념을 전 세계에 고하기 위해서 플래카드를 걸고 환영한다. 베짱이 동무 이제 우리 집단 노동 장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먹는 동무가 될 것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개미들은 베짱이를 당원으로 받아들여 성대한 파티를 열 것이다. 하지만 덩치 큰 베짱이가 객식구까지 데려오는 바람에 며칠안가 비축한 식량은 바닥이 나버렸다. 그래서 겨울을 나기도 전에 그들은 모두 굶어죽고 말았다. 축적이 없는 분배는 결국 가난과 죽음뿐이다 는 이야기다.

한국판(개미와 베짱이)은 어떻게 될지 그것이 궁금한가? 앞의 이야기들은 각각 다른 것처럼 느껴지지만 큰 틀에서 보면 같은 내용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미와 베짱이는 일하는 것과 노는 것 생산자와 소비자의 흑백 구도로 나누었다는 점에서는 각나라의 이야기가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난 우화라고 해도 여전히 개미는 일하는 자 베짱이는 노는 자 양분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솝우화의 세계는 냉혹한 현실 세계인 것이다.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토록 재미있고 도덕적이며 풍자적인 이야기가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 우화는 풍자적이지만 많은 시사점을 인간에게 주고 있으며 사람들은 우화를 참작하여 삶을 융통하게 하며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우화는 본시 일반인들의 삶에 대처하는 보통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우화가 시사 한 덕목을 삶을 편하게 하며 덕목의 실천자들에게 득이 되는 것이며 이솝우화? 그 속에서 사물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와 폭 넓은 이해력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