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강진에서 뛰고 자랐다"
"유년시절 강진에서 뛰고 자랐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8.05.20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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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도보다리' 기획한 윤재관 靑행정관... 강진과 인연 깊어

작천면 죽현마을서 유년시절 보내... 외가는 성전면

도보다리를 T자형으로 변형하는 공사 현장에서 찍은 윤재관 행정관의 모습.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는 도보다리 위 단독회담이었다. 평화를 상징하는 하늘색 다리 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밀담을 나눴다. 40여분 간 진행된 두 정상의 회담은 새소리와 바람소리,

이따금씩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만이 배경을 채웠다. 외신들은 이를 보고 한 편의 '무성영화'라고 평가했고 지금까지도 전쟁과 갈등의 시간이 잠시 멈춰선 평화의 순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도보다리 회담'은 청와대 의전비서실 윤재관(45)행정관의 착상이었다. 정상회담이 끝나고 사흘 뒤 열린 청와대의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 행정관은 도보다리 회담을 기획한 공로로 문 대통령과 참모들의 박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행정관은 강진과 인연이 대단히 깊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광주에서 졸업은 했지만 어릴 적 방학이 되면 많은 시간을 작천면에서 뛰놀며 지냈다. 윤 행정관의 조부모는 작천면 죽현마을에서 평생을 살다 20여년 전 생을 마감했다. 더욱이 외가는 성전면이어서 유년시절의 많은 시간을 강진에서 보낼 수 있었다.
 
윤 행정관은 지난 13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강진은 부친과 모친의 고향이자 광주로 이사하기까지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던 삶의 터전"이라고 말했다.
 
외가쪽 친인척들은 현재도 강진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전남도의원을 지낸 곽영체 의원은 그 중 한 명으로 윤 행정관에게는 외삼촌이다.
 
윤 행정관에 따르면 '도보다리 회담'은 사전에 조율된 연출은 전혀 없었다. 청와대는 애초 두 정상의 친교 산책을 계획했으나 판문점이 워낙 제한된 공간이어서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했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도보다리'를 후보로 놓고 저울질하다가 도보다리를 최종적으로 결정했고 윤 행정관이 본격적인 계획을 마련하는 데 착수했다. 
 
도보다리는 원래 판문점과 중립국 감독위원회를 오고 가는 길이 습지여서 이동의 편리성을 위해 1950년대말 만들어졌다. 때문에 정상회담 준비 초기단계에서는 이 다리를 남북정상이 함께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겠다는 것이 윤 행정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전협정을 끝내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이르게 하겠다는 이번 정상회담의 궁극적인 목표와 기존 도보다리는 상호 연관성이 낮아 보였다. 
 
그래서 기존 도보다리 근처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을 유심히 찾게 되었고 다리 중간지점에서 낡은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1953년에 설치된 낡은 군사분계선 표지판이었다. 65년의 세월이 지나 이제는 글자조차 보이지 않은 낡은 고철판그 자체였다.
 
윤 행정관은 "고철판이 낡은 정전협정을 끝내고자 하는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와 딱 들어맞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 표지판까지 함께 가게 된다면 종전체제를 끝내고 평화협정으로 가자는 목표에 가장 부합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 일자형 다리를 군사분계선 표지판이 놓인 곳까지 'T자'형으로 변형하는 공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행정관은 다리 위에 나무의자를 마련해놓기는 했지만 두 정상이 그곳에서 사실상 회담을 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40분 넘게 이야기를 한 것은 양 정상의 선택이었지만 적절한 장치를 놓은 게 윤 행정관이었고 이런 꼼꼼한 기획력에 문 대통령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 앉은 '2018㎜원형테이블'이 등장하게 된 것도 윤 행정관의 아이디어다.
 
윤 행정관은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이후에는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윤 행정관은 "한반도 평화는 우리 민족이 번영의 새 세상을 만드는데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다"며 "이 절대 절명의 기회를, 마음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는 역사 의식을 절대로 잊지 않기 위해 스스로 다짐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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