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 약속 이행하라" vs "본질 흐리지 말라"
"호봉제 약속 이행하라" vs "본질 흐리지 말라"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8.04.13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공무직노조 임금교섭 또 결렬

지난 2일 오전 8시20분께 강진군청 정문 앞. 차량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흘러나온'투쟁가'가 주변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광주전남자치단체 공무직(무기계약직)노동조합 강진군지부 노조원들이 지난달 12일부터 집회에 돌입하면서 군청 앞은 요즘 이런 모습이 매일 아침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날 노조원 10명은 호봉제 합의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손에 들었고 때로는 투쟁구호를 외쳐가며 강진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강진군이 4년 전 약속했던 호봉제 도입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 대한 항의와 분노의 외침이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공무직 노동자들은 군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수십 년간 묵묵히 업무에 매진해왔다"면서 "그러나 10년, 20년을 일해도 근속이 인정되지 않는 불합리한 임금체제는 호봉제 도입약속에도 불구하고 벌써 5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투쟁 이유를 밝혔다. 현재 전남 22개 시·군중에서 근속이 인정되는 호봉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지자체는 강진군뿐이다.

노조 측은 그동안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차별까지 당하는 고통도 겪어왔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공무원들의 임금이 인상될 때 공무직 직원들은 3년 간 동결됐고 그에 따라 실질임금이 저하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2015년과 2016년도 총 70일간의 투쟁을 벌인 끝에 지난 2017년도 10월에 3년간의 임금 인상분을 소급해서 지급받았다.  

강진군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강진군이 예산 등을 핑계로 호봉제 도입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교섭 횟수만 늘리고 있을 뿐 실질적 이행은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도부터 이어진 교섭 횟수는 지난 4일까지 128차례를 기록 중이다. 

노조 측은 "전국적으로 차별적 노동의식이 개선되고 노동가치 중심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이 때 강진군은 이제라도 시대착오적인 노동경시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진군은 호봉제 '적용 방식'의 문제이지 '도입 결정'의 문제는 아니라며 오히려 노조 측이 논쟁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맞섰다.

군 관계자는 "호봉제를 수용하겠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군의 입장이다"면서 "다만 군 재정이 수반되는 문제인 만큼 호봉제 적용방식의 차이가 논쟁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군은 재정자립도를 감안하여 지급방식의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 측은 지난 2013년도 당시 강진군과 노조가 체결한 임금협약서를 근거로 광주권 수준으로의 임금인상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공무직은 공무원과 달리 근로자로 공무원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통일된 임금과 복무기준이 없다. 때문에 임금협약과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과 복무기준을 정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호봉제 전환을 통해 강진군이 제시하고 있는 기본금은 전남지역 평균(1호봉·1백33만3천420원)보다 높은데다 21개 시·군별로 따져보더라도 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많은 금액이다"며 "전남의 타 시군보다 임금이 월등함에도 재정상황과 대내외 여건을 무시한다면 결국 그 부담은 군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예산의 '파이'는 정해져 있는데 인건비가 급속히 늘면 결국 다른 사업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총액 인건비를 넘어서게 될 경우 정부가 지급하는 교부세 등에 있어 패널티를 받을 수도 있다. 오는 2019년도까지 직원 108명을 공무직으로 추가 전환해야하는 군 입장에서는 그만큼 고민과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일부 공무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환경미화원들의 급여 역전현상이 맞물려 있다는 것도 교섭에 있어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는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노조 측의 요구를 전면수용하게 되면 9급 공무원들의 경우 어렵게 공무원시험을 통과하고도 업무와 급여를 보고 회의를 느끼거나 상대적 박탈감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며 "환경미화원들과의 기본급 역전현상과 이에 따른 반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군과 노조 측은 지난 4일 열린 본 교섭에서 기본급 틀에 있어 이견을 좁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정액급식비와 직급보조비 등 제수당 문제를 놓고는 한층 복잡하게 그려지고 있는 형국을 보이면서 양측이 앞으로 벌일 협상에 험로가 펼쳐질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