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복지사가 행복해야 세상이 행복하다
[기고] 사회복지사가 행복해야 세상이 행복하다
  • 강진신문
  • 승인 2018.04.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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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문 _ 전 노부모돌봄전문센터 사회복지사

어느덧 4월을 훌쩍 넘기며 노부모돌봄전문센터 앞마당에도 꽃잔디의 향연이 한창이다. 사무실 앞 유리창으로 비치는 분홍빛 꽃잎은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하늘하늘 손짓을 한다. 바로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는 이 광경을 정작 사무실의 사회복지사들은 며칠이 지나도록 보고 느끼지를 못한다. 아침 출근시간부터 이어지는 갖가지 업무들이 그들의 눈길을 유리창 너머로 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서 시행되기까지는 사전 욕구조사를 통해 문제나 욕구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대안을 마련하며 그것의 시행을 통해 변화되고자 하는 목표 수립과 구체적 대안의 적용으로서의 프로그램 내용, 그를 통한 성과와 그 성과를 증명할 평가지표와 방법, 그로 인한 기대효과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매일매일 이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시에 개별 상담과 사례관리 및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보호 체계가 미약한 이들의 일상생활 지원은 먹을거리 지원에서부터 보건·위생 관리, 정서 지원, 문화 지원, 의료 지원 등 그야말로 생존에 필요한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여기에 종종 있는 각종 회의나 간담회, 거기에 더해지는 상담일지나 계획서 및 보고서, 교육 일지 작성 등 행정 업무 또한 소홀히 할 수 없기에 사회복지사들의 일상은 잠시의 쉼도 사실상 허락받기 힘들다.
 
물론 사회복지사는 대변자, 상담자, 조정자, 중계자, 옹호자, 교육자, 행정가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때문에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벌떡 일어나 뛰쳐나가야 하고 이러한 역할과 더불어 현장이 요구하는 자원 동원과 행정력까지 갖춘 실천가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진정 '슈퍼맨' 이 되어야 할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환한 얼굴로 어르신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고 돌보며 위기 가족을 지원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에 책임을 다하고자 열심히 달려가는 저들이 진심으로 자랑스럽다. 지금껏 한국의 사회복지는 헌신적인 사회복지사들의 초능력을 기반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열악한 환경과 행정 지원 아래서 저들의 사명감과 열정이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복지 환경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사실 지난해 복지 현장에서의 방문 활동이 많이 힘겹게 여겨지고 지친 마음으로 다소 무거운 시간들을 보냈음을 고백하여야겠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가졌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만큼 어르신들의 더 큰 사랑을 받고 있었음도 또한 고백하여야겠다.
 
어르신들은 내 삶에, 나의 복지실천에 힘이 되어 주시는 분들이시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언제나 절망하지 않고 좌절하고 않고 달려갈 수 있는 것은 현장에서 만나는 이분들의 사랑의 힘이 원천이 되어주시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중점에 두고 추구하는 '인간다운 삶의 질'은 우리 사회전반에 걸쳐 이미 일상생활에서 자리매김 하고 있으며, 국가도 이에 부응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봉사와 헌신을 강요해 온 사회복지사들에게 '인간다운 삶의 질'은 너무 먼 나라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운 슬로건처럼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것은 이제 '사회복지사를 사회복지사답게' 처우를 개선하고 전문직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해야 될 것이다.
 
복지는 상호작용의 결과이며 관계 맺음의 깊이로 표현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로서 어르신을 일방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사랑의 힘과 변화의 모습을 통하여 오히려 내가 힘을 얻고 행복을 배운다. 어르신들이 내 인생의 스승이 되어 주시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들의 헌신과 열정을 바탕으로 성장한 사회복지! 당당한 사회복지사, 대한민국 복지의 힘찬 미래를 열어 갑니다.
 
이제는 저들의 순수한 헌신과 열정을 인정해 주었으면 한다. 다행히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 꼭 실천되기를 기원하면서..
 
제발 사회복지사들의 복지와 전문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성장하는 역사적 계기가 되어 사회복지사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구호를 더 이상 외치지 않게 되었으면 한다. "사회복지사가 행복해야 세상이 행복하다" 는 슬로건처럼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복지 현장, 삶의 터전이 되어 지역과 세상에 행복과 희망의 복지 운동이 봄기운처럼 퍼져 나갈 수 있기를 창밖으로 내리는 봄비에 실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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