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천 화재 참사 현장을 다녀와서
[기고] 제천 화재 참사 현장을 다녀와서
  • 강진신문
  • 승인 2018.03.02 2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용일_강진경찰서 교통관리계장

시베리아보다 더 추웠던 올해 겨울,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에서 잇따른 대형 화재사고로 인해 온 국민이 함께 아파해야 했다. TV 화면 속 화재 현장은 너무나 참혹해서 지켜보는 우리 마음을 안타깝게 했고 또 불안하게도 했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연이은 참사로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재난 발생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재난 예방 및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재난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고 강진군의 교통질서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로서도 막중한 책임감에 고심이 깊어졌다.

지난 22일에는 경찰서장의 제안으로 재난 안전과 예방을 함께 책임지는 다섯 개 기관의 재난관련 업무 담당자와 일곱 개의 사회단체장 등 26명이 제천시 화재현장을 다녀왔다.

아침 7시에 출발해서 5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도착했는데 현장은 TV나 사진으로 봤던 것 보다 훨씬 더 처참했다. 새까맣게 탄 건물에서는 뜨거운 불길 속 그날의 아비규환이 그대로 느껴져 마음이 숙연해졌다.

화재현장을 둘러본 후 제천시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도 방문하여 조문했는데 분향소 입구에는 유족과 시민들이 써서 붙인 포스트잇 편지가 빼곡하게 있었다. 읽는 것마다 애달픈 사연이 있어서 가슴이 아팠다.

화마가 남기고 간 상처는 재산 피해보다 인명을 앗아가고 살아남은 사람과 유족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기고 만다.

아픈 마음으로 제천시를 빠져나오는데 한편으로는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화재 발생당시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것이 양방향 주차였는데 그렇게 큰일을 겪고도 시민들은 그 상황을 벌써 잊기라도 한 듯 어디든 양방향 주차였다.

흔히들 '골든아워'라고 한다.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한 초반 아주 짧은 시간을 지칭한다. 심폐소생술은 발생 후 5~10분 내에 시행해야 하며 부상 입은 후 1시간 이내이며 화재 발생시 생존의 기로는 5분이다.

제천화재 당시 불법 주차된 차량이 아니었다면 더욱 신속한 진화와 구조가 가능했을 것이다. 비단 이번 제천화재참사 뿐만 아니라 그동안 불법주차 및 교통법규 위한으로 인한 구조지연 및 대형사고는 늘 우리사회의 만연한 문제였다.

제천 참사 당일 과연 누가 그 곳에서 대형화재가 날 줄 알았겠는가, 결국 평소 안전불감증을 버리고 교통질서를 지킬 뿐만 아니라 평소 안전운전 및 교통법규를 준수한다면 참사를 예방하고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밤 열시가 넘어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우리지역의 교통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불법주차가 만연해 제천시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이처럼 안전불감증이 팽배해 있는 한 언제든지 제3의 제4의 대형재난이 발생할텐데 우려가 앞섰다.

교통법규 준수는 남을 향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나의 안전을 위한 최선이다. 또한 나와 내 이웃과 가족의 행복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

강진군민 모두가 법규 준수라는 작은 실천을 통해 큰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을 생활화해 편안한 나루터 '강진'의 뜻에 걸맞은 강진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