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의 말을 좋게 하고 칭찬하는 문화를 만들자
[기고] 남의 말을 좋게 하고 칭찬하는 문화를 만들자
  • 강진신문
  • 승인 2018.01.26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식_강진군체육회 상임부회장·청자로타리클럽 회장

민족의 큰 스승이자 대학자이신 다산선생이 쓴 품석정기(品石亭記)란 글에 이런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나는 정자그늘에서 형제, 친척들과 술과 참외를 먹으며 즐겁게 보냈다. 하루는 술이 거나하게 취한 친구가 술병을 던지고 상을 뒤엎으며 일어나면서 "세상에 어떤 이는 이익을 추구하고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고 권세와 명예를 쥐었으니 화가 난다. 또 다른 어떤 이들은 욕심 없이 살면서 흔적도 없이 억울하게 초야에 묻혔으니 화가 나고 참 안된 일이다."

이에 다산이 친구를 눌러 앉히고 술잔을 부어주며 "옛날 반고(班固:중국 후한시대 역사가)는 위(魏)의 조조(曹操)를 '청평(淸平)의 간적(姦賊), 난세(亂世)의 영웅'이라고 평했다가 심한 고초를 당했다.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는 게 아니다"라며 벌주 한 잔을 주었다.

거나하게 취한 또 다른 이가 '저 말(馬)은 쌀 짐도 제대로 짊어지지 못하면서 꼴(먹이)과 콩만 축내고, 저 개(犬)는 담장을 뚫고 넘어오는 도적도 막지 못하면서 뼈다귀만 찾내' 하자, 다산이 그 친구에게도 벌주를 내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맹정승(맹사성)은 매어 놓은 두 마리의 소 가운데 어느 소가 일을 잘하느냐고 묻자 소가 듣는다며 답을 피했다"고 말하면서, 말 못하는 짐승들도 나쁜 얘기는 다 알아들으니 함부로 흉보거나 비방해서는 안 된다고 설파했다.

남의 말을 함부로 하는 행위의 가장 흔한 원인은 무지와 부주의의 경박함이다. 그 경박함은 거짓을 양산하고 엉뚱한 사실로 변해 버린다. 좋지 않은 얘기는 첫째 이야기를 앞장서서 시작하고 떠드는 사람이 있어서이고, 둘째는 이런 말을 주도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동조하는 사람이 있어서이고, 셋째는 이런 비난을 전혀 제어하지 않고 무관심이 작동하여 수수방관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시기와 질투심의 발동이다. 이는 자기보다 우월한 면이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감정인데 질투심은 남을 부러워하는데 그치지만 시기심은 대상을 미워하고 편 가르고 해치고자 하는 추악한 의도까지 품고 있다.

자신에게 하는 혼잣말(self-talk)은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지만 남에게 하는 말은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끼친다. 남을 칭찬하고 나를 낮추면 나의 품격이 올라가고 칭송을 받지만, 남을 비방하면 나의 품격은 떨어지고 나도 비방을 받게 된다. 남을 존대해야 나도 존중을 받을 수 있고, 남을 험담하면 내 주변에서 좋은 사람들은 떠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내가 남을 험담하고 멸시하고 시기하면 또 누군가는 나를 향해 그 같은 말과 행동을 하게 되어 있다. 앞에서 하지 못하는 말은 뒤에서도 하면 안 된다. 말(言)은 내 입을 떠나는 순간 책임이라는 무거운 추(錘)가 기다린다.

어떤 목수가 아들한테 남에게 나쁜 말을 했다고 생각되면 울타리 판자에 그 수만큼 못을 박고, 나쁜 말에 대하여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면 그 수 만큼 뽑으라고 했다. 몇 년이 지나서 그 목수는 아들과 같이 다 썩어가는 울타리 판자를 보면서 "봐라, 나무는 썩어도 못 구멍은 그대로 남는다. 사람에게 말(言)의 상처는 이처럼 남는 것이란다" 라고 가르쳤다.

올해는 각급 기관·사회단체에서 크고 작은 선거가 치러진다.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입후보한 후보와 그 가족들의 사생활까지 검증되지 않는 거짓과 비방, 험담이 오가서는 안 된다. 모든 후보들은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군민과 소속단체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특히 직장과 가정에서도 상사와 부하는 물론 동료지간에도 부모와 자식과의 사이에서도 존경하고 칭찬하고 격려하고 따뜻한 말이 오가며 사랑과 정감이 넘치는 한 해가 되도록 실천하자.

옛 성현들의 말씀을 빌리자면 '꽃향기는 백리를 가지만 인격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라고 했다. 우리 강진청자로타리클럽은 2018년 새해를 맞아 "남 말을 좋게 합시다"라는 캠페인을 연중 전개할 계획이다. 뜻을 같이하는 우리 군민들과 기관·사회단체에서도 밝고 아름다운 지역사회가 될 수 있도록 이 캠페인에 적극 동참해주시기를 간곡하게 당부 드린다. 그리하여 이 캠페인과 운동이 우리지역을 시발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신운동으로 들불처럼 번져 나가기를 소원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