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칼바람에도 활짝 펴, 지지 않는 꽃이 있습니다. 바로 웃음꽃입니다. 20년째 장미농사를 지어온 농사꾼이지만 요즘처럼 즐거운 때가 없습니다. 신바람의 원천은 바로 장미입니다. 지속된 불황과 침체된 화훼시장의 경기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는 '강진 장미' 덕에 우리 장미 농가엔 한겨울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칠량면 땅심화훼영농법인에는 서른 농가가 모여 장미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90년대 후반, 일흔네 농가가 모여 시작했던 장미사업은 IMF를 비롯해 불황의 거친 고비를 넘다 보니 현재는 그 반절인 서른 농가만 남아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내실은 튼튼합니다. 최근 1~2년 사이엔 소득도 두 배로 껑충 뛰었습니다. 색깔 좋고 모양 예쁜 강진 장미는 이제 전국 꽃 공판장 어느 곳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최고의 상품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우리들끼리의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강진에서 청자 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아마 장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남 장미 총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 우리 강진 장미단지가 이렇듯 좋은 시절을 맞을 수 있는 이유는 재배 방법의 변화 때문입니다. 땅에 장미 묘목을 심어 나무에서 꽃을 절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산 방법입니다. 하지만 더 나은 모양과 색, 월등한 생산량을 위해 6년 전 우리 법인의 장미 농가들은 수경재배 방식인 양액재배 시설로 재배방법을 과감히 바꿨습니다.

양액재배를 통해 절화한 장미는 꽃망울도 크고 향도 좋으며 무엇보다 빛깔이 예쁩니다. 생산주기도 짧습니다. 땅에 심는 일반적 방식이 50일이 소요된다면 이 양액재배로는 42일이 걸립니다. 무려 8일이나 생산주기를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상품성과 생산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양액재배를 섣불리 시작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돈이 많이 듭니다. 재배방법을 바꾸기 전인 6년 전, 제 가장 큰 고민도 바로 비용의 문제였습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품질과 생산성의 저하로 지속적인 불황을 겪으며 우리 장미 농가는 고전중인 상황이었습니다. 양액재배가 마지막 희망이었지만, 시설 투자로 인한 비용부담의 문제를 해결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아예 장미사업을 접고 다른 작물로 작목을 교체할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강진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걱정과 달리 강진원 군수님은 흔쾌히 도움을 약속하며 독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농업기술센터와 친환경농업과 공무원들 또한 제 일처럼 두발 벗고 나서 도와주었습니다. 광주 담양 등 당시 양액재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화훼단지를 함께 돌아보며 재배방법부터 시작해 필요한 물품, 시설의 규모와 지원 비용의 범위에 대해 꼼꼼히 체크하고 수 십 차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일하다 서로 정들었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합니다.

재배 방법을 바꾼 뒤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잘 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거름 주는 법 하나부터 다시 배워가며 밤낮으로 노력한 끝에 안정된 소득에 기여하는 다양한 신품종을 키워낼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축척된 정보가 넘쳐서 문제입니다. '장미농사의 달인'으로 전국에서 알아주는 강진이다 보니 배우러 오는 귀농자들의 수도 여럿입니다. 우리 장미재배농가 서른 곳 중에서도 열두 농가가 장미농사를 짓기 위해 강진으로 오게 된 귀농자들입니다.

지금까지의 성장을 기반으로 올해는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일본 시장 수출을 목적으로 미니장미라는 신품종 생산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판로가 확대되고 수출전문단지가 되면 전남 뿐만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화훼산업의 중심이 바로 강진이 될 것이라 감히 꿈꿔봅니다. 무술년, 새롭게 시작된 올 한해 또한 서로 도와가며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뤄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가길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