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오랜 역사로 깊은 '장맛'이뤄내다
[특집] 오랜 역사로 깊은 '장맛'이뤄내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8.01.12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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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건강 10대 농수특산품 - 4.강진 전통장

지난 2007년 5월 충북 태안 앞바다에서는 850년 전 강진에서 개경으로 가다가 좌초된 청자선이 발견된다. 여기서는 무려 수 천여 점의 최고급 청자가 쏟아져 나와 전국을 들썩이게 했다. 이 때 발견된 것 중에는 '호(壺)'라고 불리는 작은 항아리들도 눈에 띄었다. 강진에서 개경까지 보통 한 달 이상 소요됐던 항해 동안 선원들이 먹었던 장 그릇과 젓갈통이었던 것이다. 당시 학계는 이를 토대로 강진 발효음식의 뿌리가 고려시대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강진의 장류는 강진의 오래된 자연만큼이나 특별한 노하우와 묵은 맛을 자랑한다. 강진의 기름진 농토에서 튼실하게 자란 콩과 강진만의 청정한 바닷물, 그곳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까지, 이 모든 것들이 강진의 맛있고 건강한 장류를 만드는 요소들이다.

군동면 강진전통된장마을에 늘어선 수 천개의 전통 항아리는 이곳만의 특별한 비법과 묵은 맛을 그대로 담고 있다. 강진전통된장영농조합법인 백정자 이사가 장의 숙성도를 살피고 있다.

강진 발효음식 뿌리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태안 앞바다 청자 배에서 장 그릇 발견
전통방식 고수하며 소비자층 전국으로 확산... 명절 선물로 큰 인기

지난 3일 강진전통된장마을인 군동면 신기마을. 잘 다듬어진 돌담길 너머로 가지런히 늘어선 수많은 전통 항아리가 장관을 이룬다. 개수만도 1천개가 넘는 항아리는 오늘날 강진군이 콩 농사 1번지로 변신하는데 기여했다. 고풍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는 한옥지붕의 처마 밑으로는 전통방식으로 빚은 메주가 주렁주렁 매달려 익어갔다. 한 달간 맑은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온몸에 받은 메주는 다시 깨끗한 물에 씻겨 천일염으로 만든 간수 속에서 숙성되면 비로소 장이 된다.

신기마을에서는 지난 1985년부터 전통방식대로 메주생산에 나섰다. 가구별로 나눠서 소규모로 생산되던 메주는 지난 1991년에 1면1품목 지원 사업을 통해 공장이 신설되면서 규모가 크게 늘었다. 당시 2톤 정도였던 콩 소비량은 2005년도 40톤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40㎏기준 1천300가마, 52톤에 이르고 있다.

가로10㎝, 세로20㎝크기의 직사각형 형태의 메주는 황토로 만든 숙성실로 옮겨 볏짚과 함께 보름 정도 숙성과정을 거친 뒤 또다시 햇볕을 통해 한 달에서 두 달까지 건조된다. 대게 정월보름이 지나면 옹기그릇에 숙성된 소금으로 띄워 장과 된장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데 몇 년 전부터는 메주를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문의도 제법 늘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메주는 마을에서 재배해 수확한 콩과 지역에서 생산한 콩만을 선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조부터 숙성, 건조과정에 있어 전통방식만을 수 년간 고수해오다보니 관내는 물론 서울과 부산 등 전국적으로 판매망이 확대된 지도 오래전의 일이다.  

강진전통된장영농조합 관계자는 "깨끗한 물과 지역에서 생산한 품질 좋은 콩만을 선별해 제조에 나서면서 뛰어난 맛과 영양을 자랑하고 있다"며 "한 번 맛을 본 소비자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입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주문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기마을은 지난 1980년 초부터 마을부녀회가 주축이 되어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지난 2005년 강진전통된장영농법인을 설립해 공장과 제조실 등 현대화 시설을 갖췄다. 대량 생산체계를 구축하면서도 제조방법은 전통기법을 고수해가며 2007년 전통장류를 생산하는 된장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강진전통된장은 지난 2012년도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학교 급식에 공급되기 시작했으며 이듬해 5월에는 광주광역시 소재 학교급식관계자 110여명이 이곳을 찾아 전통된장의 우수성과 제조과정 등을 살펴봤다.

현재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으로는 메주를 비롯해 고추장과 된장, 간장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청국장과 메주가루를 추가로 선보이며 생산범위를 더욱 넓혔다. 특히 간장은 전통항아리에서 3년 이상 숙성된 것으로 달이지 않아 몸에 이로운 균이 살아있다. 청국장은 특유의 냄새가 없으면서도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보니 판매에 있어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찌개용 청국장은 가격이 1㎏기준 1만원이고 청국장은 분말은 500g당 1만5천원이다. 전통간장(1.8ℓ)은 1만2천원, 된장과 고추장은 1㎏기준 각각 1만5천원과 1만6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

강진전통장류는 가격적 부담은 덜하면서도 맛과 영양은 챙길 수 있다 보니 명절 선물로도 큰 인기다.

강진전통된장영농조합 명절 선물세트로 두 종류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간장(500ml)과 된장(1kg),고추장(1kg)으로 구성한 제품은 가격 부담이 비교적 덜하다보니 인기도는 단연 높다. 고추장을 옹기로 포장하고 간장을 유리병에 담아 낸 세트는 품격 있는 선물로 안성맞춤이다. 

한편 강진군은 지난해 3월 국비사업인 '6차 산업 지역네트워크 구축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강진 전통장류 관련 상품을 확대하고 이를 체험 및 관광코스와 연계시켜 6차 산업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6차 산업 지역네트워크 구축사업은 사업단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자립화를 유도하여 공동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총 사업비 3억원을 국비로 지원받아 2년 간 시장조사 및 정보수집, 신제품 및 품질관리, 공동마케팅 및 홍보에 적극 나서면서 고부가 가치 창출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군 관계자는 "체험 프로그램 등 관광과 접목한 새로운 6차산업 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강진전통장류의 브랜드 이미지는 더욱 향상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진 전통장류 구입 및 문의는 강진전통된장영농조합법인(061-434-1616)또는 강진군 초록믿음 직거래지원센터(www.gangjin.center /433-8844)로 하면 된다.

 


"장류는 음식의 기본이기에 올바로 만들어야"

강진전통된장영농조합법인 백정자 이사

강진전통된장영농조합법인 백정자(80)이사는 강진장류의 명성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백 이사는 지난 1960년 해주최씨 종갓집 종부로 시집오면서 시어머니에게 배운 집안 전통의 맛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전통장류인 '즙장'제조 분야에서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 제65호으로 지정됐다. 백 대표의 즙장은 30여년간 전통장류 제조법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메주·채소·밀 등을 사용해 담그는 특수장으로 예부터 남부지방에서 즐겨 먹던 별미장이다.

백 이사는 "장맛은 세월이 변해도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방식대로 담아야만 그 맛을 보존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좋은 재료와 특별한 정성으로 장맛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 이사는 "우리 전통 장은 예로부터 밥상의 기본이요, 음식문화의 중심이었다"며 "전통장류는 한국 사람의 먹을거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식재료이기에 올바로 만들고 정직하게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백 이사는 "강진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특별한 노하우와 묵은 맛을 자랑하는 지역이다"며 "강진의 전통장류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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