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故 차형환 선생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지켜보며..
[기고] 故 차형환 선생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지켜보며..
  • 강진신문
  • 승인 2017.11.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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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희 ㅣ 주부·강진읍 향교로

'법구비유경'에는 향을 싼 종이와 생선을 싼 새끼에 대한 비유가 고사로 전해지고 있다.
 
부처님께서 길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 무엇에 사용했던 종이 같으냐고 물으셨다. 이에 질문을 들은 이가 답하길 "향냄새가 납니다. 향을 쌌던 종이입니다."라고 했다. 조금 더 길을 가다 이번에는 새끼줄 토막이 보였다.

부처님은 이 또한 주워든 뒤 무엇에 썼던 것 같으냐고 물으셨다. 이에 질문을 들은 이는 냄새를 맡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비린내가 납니다. 생선을 묶었던 새끼입니다"라고 답하였다. 답변을 들은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현명한 이를 가까이 하면 도와 뜻이 높아지고, 어리석은 이를 가까이 하면 재앙이 오는 법이다. 마치 종이는 향을 쌌기 때문에 아직 향냄새가 나고, 새끼는 생선을 묶었기 때문에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이."
 
향을 싼 종이가 향 내음을 간직하고 생선을 싼 새끼줄 토막이 비린내를 풍기는 것처럼 사람의 삶 또한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향기를 남기기도, 악취를 남기기도 한다. 뚜렷한 모양과 형태는 없어도 자연스럽게 사람을 감화시키는 그 무엇, 억만금을 주어도 살 수 없는 그 아름다운 발자취와 향기야 말로 사람의 인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살아있는 흔적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토요일(18일) 강진읍 목리마을 복지회관에서 열린 고 차형환 선생님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는 존경스러운 이의 아름다운 삶을 기리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1917년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차형환 선생은 1945년 해방, 1950년 6·25  한국 동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내며, 민족의 격변기라 불렸던 암흑의 시기 크게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작게는 지성인으로서 지역사회의 발전과 안정을 위해 책무를 다 하신 분이다.

1936년 현재 고려대학교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상학과를 졸업하고 고향 강진에 내려온 차형환 선생은 특히 강진이라는 시골 소도시의 구성원들이 더욱 질적으로 윤택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해방직후 강진군 청년단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데 힘쓰셨다. 가난과 낙후된 삶의 환경 등 배움의 뜻을 펼치는 것이 지금처럼 일반화 되지 않았던 시기, 고학력에 재력을 갖춘 일명 골든칼라라 불리는 지식인이 신념을 이루기 위해 귀향을 선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차형환 선생은 고향으로 돌아와 강진의 군정활동과 목리 마을의 일에 성심으로 참여하며 지역민들의 의식 계도에 힘쓴 고마운 분이다.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차형환 선생의 자식들 또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상생의 삶의 살아가고 있다. 옆에서 지켜 본 바 애정과 관심이 담뿍 묻어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로 지역 소도시 노년층의 삶이 보다 활력 넘치고 적극적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차형환 선생의 3남인 차승훈 원장(목포 차피부과) 부부가 주관한 "목리 문화마을" 교육 커리큘럼은 노년 계층의 지역 활동 참여를 활성화 시키는 기촉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어르신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진행되는 영정 사진 찍기, 지역 문화제 답사하기등 무기력해지기 쉬운 시골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들은 참여자들의 열띤 호응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토요일 치러진 고 차형환 선생의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는 마을 주민들의 진정성 있는 참여와 애도의 뜻이 함께 한 행사였다. 목리마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신 고인의 뜻을 기리고 지금은 함께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나누며 작고한 고인에 대해 추억하는 따뜻한 자리로 그 행사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아름다운 삶의 자취는 그윽한 향기를 남긴다. 우리 모두 고 차형환 선생처럼 아름다운 얼굴로 웃으며 늙어가는, 향기 가득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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