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곡우(穀雨)에 비 왔으니
기고- 곡우(穀雨)에 비 왔으니
  • 문화부 기자
  • 승인 2004.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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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갑<강진군 홍보담당>

곡우[穀雨]에 비 왔으니.....
 윤영갑<강진군 홍보담당>

옛부터 곡우 때 가물면 당이 석자가 마른다고 했다. 곡우는 곡식이 자라는 데 이로운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절기로 24절기의 6번째에 해당한다. 그만큼 곡우 때 가물면 그해 농사짓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동안 봄 가뭄이 오래되면서 밭작물의 생육이 더디는 가 싶더니 기다리던 단비가 곡우를 하루 앞둔 4.19정신이 생각나는 그날에 흠뻑 내렸다. 정녕 곡우에 비 왔으니 올해도 풍년이리라. 비록 어려워지고 왜소해지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농촌의 현실이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풍족할 수 있는 풍년을 기다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자꾸만 왜소해져가는 희망의 작은 촛불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만우절 다음날이던가? 진정한 심부름꾼이 되겠다며 온 동네를 휘감던 쇳소리가 이제는 들리지 않는다. 아니 우리 모두는 아닐지라도 민주주의 원칙이라는 다수결 원리에 의해 그 누군가가 선택되어짐으로서 그들의 전쟁(?)이 끝나버린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봄 가뭄처럼 타 들어가는 고통을 안은 채 서로가 내 논에 물대려는 아전인수의 소용돌이가 멈춰버린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단비가 내리고 나니 들녘의 새싹들이 쑥쑥 올라온다. 모종 후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비글비글하던 고추모종이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고 초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완두콩 오형제를 생각하며 언제나 각자의 집들이를 하려는지 매일 눈여겨보던 땅바닥에 달라붙은 완두콩 싹이 오늘아침에 보니 제법 슬겁게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일어섰다.

비 온 뒤의 풍경은 정말 깨끗하다. 유채 꽃에 맺힌 이슬이 유난히 빛을 발한 채 아침햇살을 즐기며 마치 그동안 가뭄에 목이 말랐어도 단비에 온몸을 축이고 나니 필요한 것 없다는 듯 영롱하게 빛을 발한다. 이 또한 하늘이 마음을 비우고 비를 나누어 줌으로서 땅위의 식물이 욕망을 채우고 있는 것이리라.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고 했던가? 이제는 모두가 평상심으로 돌아가 나눔의 미덕으로 이제 서로를 이해하고 얼싸안을 줄 아는 미덕으로 마음의 문을 열어 화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기다리던 곡우절에 모처럼의 단비가 내렸으니 내 고향 청자골에 올 한해도 오곡백과의 풍년과 함께 나와 이웃들까지도 함께 풍성해지는 마음의 풍년이 들기를 간곡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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