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일 강진에 있는 사은정思恩亭에서 한시와 현대시의 어울림마당인 시 문학회가 개최되어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문학반 문우 네 분과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광주의 도심을 벗어나 강진을 가는 동안 산들바람과 함께 들녘에는 벼가 익어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그렇게도 덥던 여름의 폭염이 물러가고 가을을 맞이하게 되니 계절은 무시할 수 없음을 새삼 느꼈다.

우리 인간도 유년기에서 청·장년기와 노년기를 거치게 된다는 자연의 섭리에 따른 이법理法임을 생각하면서 지평선 멀리 황홀함을 바라보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나이는 저 산 너머 황혼이지만 머물기보다는 바람 부는대로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황혼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은정 정자에 올라보니 마음이 한결 시원하였다. 정자 바로 앞에는 연지蓮池의 연꽃이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확 트인 들판에는 오곡백과가 익어가고 있어 마음이 풍부하고 흐뭇하였다. 사은정은 양산김씨 후손인 김득환 선생이 그의 왕고王考와 선고先考를 추모하기 위해 서기산瑞氣山 정기를 받아 경관이 수려한 담풍정潭豊亭 마을에 2009년 세웠다. 주변에는 선고와 왕고의 묘소가 비석과 함께 잘 정비되어 있으며 정자 아래는 봄이 되면 매화 200여 그루가 꽃이 피게 되는데 백매白梅, 홍매紅梅가 운해雲海 같이 펼쳐지며, 여름이면 100평 규모의 연지蓮池에서 백련과 홍련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가을이면 진입로에 국화가 만발하며, 겨울은 설경이 선계仙界를 이룬다.

고명하신 다사多士들이 사은정 원운原韻의 시와 기문記文 등을 격에 맞게 게시하여 명실공히 정자다운 면모를 갖추었으니 숭조崇祖와 학예의 사상이 깃든 명소이다. 당대 한학자들이 한시漢詩로 한층 고결함이 담겨진 정자로 천추千秋토록 소인묵객騷人墨客들이 출입하도록 시정詩亭과 모정慕亭으로 조성되어 있어 선조들을 극진히 모시는 이곳이 바로 '효도의 산실'이라는 것을 보고 느꼈다.

사은정 시문학회의 책자는 부모공경과 효도를 주제로 한 내용이어서 효의 필요성과 교육을 실천하도록 하는 길잡이로 효도에 대한 의지를 불러 일으켜 주었다. 또한 효를 주제로 한 한시와 현대시 낭송은 효도의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특히 성균관대학교 최영갑 교수의 '아름다운 문화, 효와 우애'를 주제로 한 초청강연은 효의 정신을 일깨워주는 뜻있는 강의여서 감명을 받았다. 「논어」와 「효경」의 책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도리를 말하고 있으며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인간이 될 수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는 가르침은 우리에게 흉금을 울리는 강의여서 새삼 효도에 대한 반성과 실천의지를 부여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사은정 시문학회는 한시와 현대시를 통하여 효도의 의미를 고찰하여 효행사회의 실현을 모색하였다. 효는 모든 행실의 근원이라고 했으며 우리는 조상의 뿌리를 알아야 한다. 식물의 뿌리를 하늘로 가게 심으면 금방 말라죽는 것을 잘 알면서도 조상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나 효도의 근본정신을 망각하고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이 많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밝은 사회가 될 것은 자명하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의 우수한 전통을 회복하여 도덕적 타락 현상을 막자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사은정 시문학회는 효문화의 확산과 실천을 위한 좋은 기회와 장場을 마련해준 점에서 '효도의 산실' 역할을 다했다는 생각이다.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요, '자욕양이친불대(子欲養而親不待)'라 하였다. 효도는 '때를 놓치면 후회한다'는 말로 효도하고 싶어도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으니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효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였다. 사은정 주인인 김득환 선생에게 감사하며, 우리 사회에 효문화가 정착되기를 희망하면서 내년의 사은정 시문학회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