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재능기부 알렸던 당신을 기억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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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7.09.08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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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캐빈 '대니 유'씨 오토바이 사고로 숨져… 지난 7일 수목장

故대니 유(오른쪽)씨가 지난 2015년 화요일밤의 초대손님에 나와 기부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모습.
4년 전 부인과 함께 미국서 귀촌
대체의학·생활영어 등 다양한 재능기부로 '감동과 사랑' 전해 

"하늘나라에서 선생님의 재능이 얼마나 필요했으면 이렇게 갑자기 부르셨을까요"
 
드림캐빈(Dream Cabin)대표이자 나비 아티스트로 알려진 유평수씨의 수목장(樹木葬)이 치러진 지난 7일 오후. 그의 영어수강생 중 한 명인 김주례(여·65)씨는 고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목이 메어오는 것을 감추지 못했다.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수록 감정의 북받침은 더해갔고 그럴수록 울먹임도 계속됐다.
 
이날 유 씨의 수목장에는 주민 20여명이 함께하며 눈물을 흘렸다. 모두 유 씨의 재능기부를 통해 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한국의 문화가 아직 낯선 유 씨의 부인을 대신해 장례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해결하고 장례식장을 마련했던 것도 이들이었다. 이들은 유 씨를 '대니 유(DannyYoo)선생님'또는'닥터(Doctor)대니 유'로 불렸고 그는 미국을 떠나 강진생활 4년여 만에 그렇게 주민들의 애도와 행렬을 받으며 부인의 고향인 성전면의 한 숲에 수목장으로 묻혔다. 그의 나이 76세였다.
 
유 씨는 지난 4일 밤 7시께 부인과 함께 산책을 하기 위해 집 근처 도로변을 걷던 중 A(여·65)씨가 몰던 오토바이에 부딪히며 화를 입었다. 충돌로 의식을 잃고 차도로 떨어진 유 씨는 또 다시 주행 중이던 1톤 트럭에 치이는 2차 사고를 당했고 목포소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오토바이 운전자 A씨도 이날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유 씨는 미국 디트로이트 등지에서 살다가 지난 2013년도 부인과 함께 강진으로 귀촌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였지만 40년의 미국 생활로 쌓은 지식과 경험을 강진 발전을 위해 헌신해 보는 것이 유 씨의 오랜 계획이자 바람이었다. 강진은 유 씨 부인의 고향이다.
 
강진읍 호산마을에 터를 잡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종합곤충테마파크를 연 것이었다. 우리말로 꿈의 오두막을 뜻하는 '드림캐빈(Dream Cabin)'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비와 잠자리, 반딧불 등 곤충을 소재로 한 교육의 터전을 만들었다. 유 씨는 30여년 전 미국 매스컴에서 곤충산업의 선구자로 평가받으며 화제를 모았는데 그러한 재능과 예술적 감각을 '드림캐빈'에 접목시킨 것이다. '드림캐빈'은 이후 강진의 대표적 생태체험공간으로 각광받으면서 강진 푸소(FU-SO)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물론 나비와 잠자리를 소재로 한 색다른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인기를 끌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생활영어 교육 강의 등 유 씨만의 남다른 재능 기부사연은 지역민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유 씨는 지난 2014년도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강진아트홀 복지동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생활영어 강의를 펼쳐왔다.  
 
김주례 씨는 "첫 강의부터 현재까지 3년여 동안 단 한 번의 휴강 없이 강의에 나섰던 분"이라며 "필요한 교재를 매주 직접 프린트하고 준비할 정도로 열정적인 스승이었다"고 전했다. 유 씨는 지역 주민들은 물론 학생들의 생활영어 능력을 돕고자 내년부터 영자신문을 만들어 배부하려던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에서 대체의학 자격증을 취득해 의사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현대적 질병에 대한 정보 등을 공유하거나 교육하는 행보도 유 씨의 특별한 재능기부 중 하나였다. 지난해 겨울에는 산타복을 입고 자비원을 방문해 원생들에게 악기연주를 들려주고 사비를 들여 마련한 선물을 일일이 전달한 사연도 뒤늦게 전해지고 있다.
 
유 씨는 지난 2015년도 시문학파기념관 주최로 마련된 '화요일밤의 초대손님'에 출현해 "얻은 만큼 나눠주고 베푸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라는 묵직한 울림을 전하며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유 씨의 수목장을 찾은 한 주민은 "재능기부가 얼마나 아름다운 수행인지 묵묵히 삶으로서 보여주신 분이며 그 모습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대니 유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그 열정은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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