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석문공원 구름다리
[다산로] 석문공원 구름다리
  • 강진신문
  • 승인 2017.09.0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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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_ 시인·도암면 출신

삼복더위와 겹쳐있는 음력 칠월칠석날은 흩어져 살던 형제들이 모인다. 어머니의 생신날이기 때문이다.
 
아침식사를 마친 가족들은 한낮 더위를 피해 준비한 음식과 돗자리를 챙겨서 시원한 물가로 가기로 했다. 강진에서 완도 방면으로 가다보면, 우뚝 솟은 바위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은 금강산처럼 생겼다며 '소금강'이라고 한다. 그 산 주변에 규모가 조그만 '석문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가족단위로 한 나절 정도 머물다 가기에 알맞은 장소다.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석문공원에 도착하자 벌써 무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주차 공간이 없어 임시로 마련한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 화장실과 가까운 곳에 너럭바위와 평상을 차지했다. 잠시 후 특선 메뉴로 삼겹살 굽기를 시작했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면서 고소한 냄새를 풍긴다. 햇볕은 뜨거운 열을 뿜는다. 빽빽한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살갗에 내려앉은 햇살은 바위 골짜기에서 부는 서늘한 바람에 씻기어 맥없이 사그라진다.
 누구든지 취사를 하고 편히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식음대가 설치되었고, 청결한 현대식 화장실도 있다. 계곡물과 지하수를 끌어올린 물놀이장에서 물장구를 치며 신나게 놀고 있는 어린이들, 부모의 눈길도 따라 다닌다. 그 들은 먼 훗날 들춰 볼 소중한 추억을 열심히 그리고 있다.
 
바위 숲 절벽 중턱에 정각이 위태롭게 서있다. 가파른 언덕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돌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따가운 햇볕을 받아 건조해진 풀잎과 푸석푸석한 흙을 밟을 때마다 미세한 먼지가 신발 바닥에 붙어 따라 올라왔다.
 
정자에 오르기가 힘들었지만 지루하단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고향 땅이라는 안도감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만고풍상(萬古風霜)을 겪어 오면서도 늠름한 기상을 잃지 않고 우뚝 서있는 바위를 닮은 정자는 화장을 하지 않은 민낯이지만 가벼워 보이지 않고 고풍스러웠다.
 
석문공원은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도 않아 실용적이었기에 정겹게 보였다. 봄이면 금방 쏟아져 굴러 내려올 것 같은 바위틈에 진달래와 철쭉이 흐드러지게 핀다. 가을이면 화사하지 않으면서 담백한 색깔을 머금은 단풍들이 운치를 돋궈준다.
 
이름이 조금만 알려져 있는 휴양지도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터무니없는 주차료와 입장료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에 비하면 석문공원의 배려는 세심하고 친절하다. 나는 아내와 팔짱을 끼고 석문 구름다리로 향한다. 구름다리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크다고 해서 유명한 것은 아니다.
 
기암괴석이 즐비하게 서있는 곳에 하늘과 맞닿은 높다란 강철 기둥을 세우고 굵은 쇠줄을 엮어 만든 구름다리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보는 듯하다. 금문교는 바다에 세워졌지만 석문공원 구름다리는 바위 위에 세워졌을 뿐이다.
 
좁은 계곡 사이에 높이 매달린 구름다리는 발을 내딛을 때마다 출렁거린다. 겁이 많은 아내는 나의 허리춤과 난간을 잡고 눈을 감은 채 아장아장 걸었다.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시멘트벽으로 튼튼하게 고정시켜놓은 교각 주변에 바위가 부서져 속살을 흉물스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휴식할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해주는 것은 좋다. 그러나 천혜의 자연 환경을 훼손시키지 않고 교각을 세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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