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남편이 보고싶어 찾아가 돌이 된
석공아내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특집] 남편이 보고싶어 찾아가 돌이 된
석공아내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 강진신문
  • 승인 2017.08.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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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등 작가와 함께하는 동화로 살아나는 강진의 전설
월남사지 삼층석탑(1)

관내에는 각 마을에서 전해내려오는 전설, 즉 설화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전설이 후손들에게 전해지기는 쉽지않다. 사라져가는 강진의 전설을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김해등 동화작가의 시선으로 풀어서 게재해본다.


돌이 된 석공의 아내 (원본)   -월남사지 3층석탑에 얽힌 전설-

석탑을 짓게 된 석공에게는 아리따운 젊은 아내가 있었다. 강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던 석공은 일을 하기 위해 이곳으로 떠나 오며 아내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여보, 잘 있으시오. 탑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는 절대 나를 찾지 마시오."

"네, 알았어요."

아내는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내며 울음을 꾹 참고 배웅했다. 석공이 집을 떠난 지 하루 이틀이 지나고 이윽고 몇 달이 지나갔다. 오랫동안 집을 비운 남편이 보고 싶은 아내는 남편과의 약속을 깨고 말았다.

'남편 얼굴만 살짝 보고 오면 되겠지.'

아내는 참다못해 남편이 일하고 있는 월남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먼발치에서 돌을 다듬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훔쳐봤다. 당장이라도 남편에게 달려가 정답게 손을 맞잡고 싶었지만 남편과의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여보!"

아내는 아쉬운 마음에 나지막하게 남편을 부르며 뒤돌아섰다. 남편은 바람결에 실려 오는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소리 난 쪽을 바라봤다. 그 순간 난데없는 벼락이 쌓고 있던 석탑으로 내리쳤다. 탑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 뿐만이 아니라 벼락은 아내에게도 내리쳐 아내도 순식간에 돌이 되고 말았다.

"여보 이게 무슨 변고란 말이오. 이제 곧 마무리가 될 참이었는데...흑흑!"

남편은 돌이 된 아내를 부둥켜안고 한없이 울었다.

남편은 슬픔을 잊고 다시 석탑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근에서 쓸만한 돌을 구할 수가 없었다. 석공은 하는 수없이 아내의 화신이 깃든 돌을 이용해 탑을 지었다. 결국 석공은 삼층석탑을 완성하게 됐다.

 

탑이 된 석공의 아내(작가본) 

옛날 강진의 월출산 자락에 월남사라는 큰 절이 세워졌단다. 절이 어찌나 크던지 저녁이 돼 절 문을 닫을 때는 말을 타고 돌아다닐 정도였다고 해. 신령이 깃든 산이 굽어보는 절이라 방방곡곡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무척 많았대.

그런데 절을 찾는 사람들마다 고개를 갸웃갸웃했지 뭐야. 바로 어느 절이든 반드시 있어야 할 석탑이 없었기 때문이지. 아니, 아예 없는 게 아니라 쌓다 만 석탑만 흉물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거야.

흉물스러운 석탑만큼 흉흉한 소문들이 파다하게 퍼져갔어. 마왕이 월남사가 들어서는 것을 방해한다는 소문이었어.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는 석탑을 마왕이 허락할 리가 없었지. 그래서 석탑을 쌓는 석공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거야. 소문처럼 석탑을 쌓다 시름시름 앓다 죽어나간 석공이 한둘이 아니래.

큰스님은 걱정이 산만큼 컸대.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는 일밖에 없었지.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

하루는 큰스님이 불공을 드리다 깜박 졸고 말았어.

코끼리 떼가 큰 바다를 건너오고 있었어. 코끼리 떼는 해남 땅 끝에 닿더니 곧장 강진으로 우우우 달려오는 게 아니겠어? 아, 황금자락으로 치장한 맨 앞 코끼리에는 부처님이 타고 있었어. 부처님이 강진의 석문으로 막 들어섰을 때였어.

젊은 사내 한 명이 길을 가로막고 정으로 돌을 쪼고 있는 거야. 부처님이 코끼리에서 내려 그 사내에게 멀리 보이는 산을 가리켰어.

"어서 저 산 밑의 절로 가거라"

부처님의 목소리가 석문계곡에 우렁우렁 퍼져나갔어.

"이크!"

큰스님은 잠에서 벌떡 깼어.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부처님은 온데간데 없었어. 큰스님은 고개를 푸르르 떨며 연방 고개를 갸웃갸웃했어.

"맞다! 석문 계곡에 석탑을 쌓을 석공이 있다는 계시야!"

큰스님은 부랴부랴 석문계곡을 찾아갔어. 아니나 다를까 석문계곡 입구에 조그만 오두막이 하나 있었고 젊은 사내와 아낙이 함께 살고 있는 거야. 마당에는 온갖 돌들이 너부러져 있었고 다듬다 만 돌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어.

큰스님은 석공에게 꿈 얘기를 했어.

"큰스님……저, 저도 똑 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석공은 부처님을 만나기라도 한 듯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어. 알고 보니 큰스님과 석공은 똑 같은 꿈을 한 날 한 시에 꾸었던 거야. 큰스님은 눈을 지그시 감고 불경을 읊조렸어.

큰스님은 석공에게 다짐을 받았어.

"석탑을 쌓는 동안 반드시 지켜야 할 세 가지가 있네."

"무엇이옵니까?"

"바로 여자와 술을 멀리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귀일세."

"여자와 술은 알겠는데……귀라뇨?"

"듣지 말아야 할 말은 절대 들어서는 안 된다는 뜻일세."

"아……네, 명심하겠습니다."

석공은 고개를 숙여 큰스님과 약조했어. 옆에 있던 석공의 아내는 하염없이 눈물을 찔끔거렸어. 아내도 월남사 석탑을 쌓다 죽어나가는 석공이 한둘이 아니란 걸 소문으로 들어 잘 알고 있었거든.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어. 부처님이 꿈에 나타나 석탑을 쌓는 일을 점지했는데 지키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잖아. 결국 석공과 아내는 석별의 정을 나누고 헤어졌단다.

석공은 쌓다 만 석탑을 한 단 한 단 쌓기 시작했어. 새벽에 일어나 몸을 정갈하게 씻고,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고 돌을 갈고 다듬었지. 큰스님도 석탑의 완공을 위해 백일기도에 들어갔고 말이야.

석공은 하루하루 힘든 일들을 겨우겨우 버텨냈단다. 흉측한 소문 때문에 석탑 쌓는 일을 거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늘 혼자 바둥거렸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제가 도울 일이라도 있는지요?"

석공의 등 뒤에서 맑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석공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어. 하얀 얼굴을 한 미소년이 해맑게 웃고 있었어. 미소년은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도 옷소매를 걷어붙이고 돌을 나르기 시작하는 거야. 석공도 마침 잘 됐다 싶어 그냥 내버려두었대.

미소년이 일을 거들고 난 뒤부터 석탑 쌓는 일이 한결 수월했어. 이런 속도라면 아내와 약속한 백 일 안에 석탑을 다 쌓을 수 있을 것만 같았어. 날마다 아내가 보고 싶었지만 큰스님과 한 약속 때문에 참고 또 참았지.

한 달이 훌쩍 지나갔어. 그런데 어느 날부터 석공은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하는 거야. 꿈에 아리따운 여인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여인은 석공을 위로한다며 술상을 올리며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거야. 석공은 피로가 싹 씻겨나가는 것만 같았지.

하지만 꿈에서 깨고 나면 온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어. 그날은 주먹만 한 돌 하나도 들 수 없을 정도로 지쳐버려 석탑을 쌓을 수가 없었지. 그때마다 미소년이 위로를 해줬어.

"남은 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들어가 쉬십시오."

"고, 고맙구나."

석공은 미소년에게 일을 맡기고 죽은 듯 잠이 들었고 말이야. 그렇다고 미소년이 일을 말끔히 처리한 것도 아니었어. 되레 거꾸로 돌아간 것처럼 석탑들이 헐거워져 있었지.

석공은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잡기로 했어. 잠들기 전에 극락전에 들어 부처님께 기도를 올렸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았지. 잠꼬대처럼 불경을 종알종알 읊조렸고 말이야. 하지만 조금만 방심했다간 여지없이 꿈속에 술상을 든 여인이 나타나 노래를 불러주지 뭐야. 여인은 한술 더 떠 석탑 쌓는 일을 당장 그만 두고 자신과 멀리 도망쳐 살자고 자꾸 꼬드겼어.<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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