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전 그 날의 함성을 기억하다
98년전 그 날의 함성을 기억하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7.08.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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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3·1만세운동 참여한 12인... 재야사학자 노력으로 정부포상

자료 발굴 8년 만에 국가유공자...'강진 김화순씨'대통령표창 추서

1910년대 만들어진 광주 부동교의 옛 모습이다.<사진=경남독립운동연구소 제공>
광주 3·1운동에 참여한 강진출신 여성 김화순(金華順)씨가 한 재야사학자의 노력으로 대통령 표창과 함께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그날의 함성이 있은 지 98년만이다.
 
경남독립운동연구소(소장 정재상)는 광주 3·1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일본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른 항일운동가 48명에 대한 정부포상을 청원한 끝에 김화순 씨 등 12명이 정부포상과 함께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서훈을 받은 독립운동가는 건국훈장 애족장 2명, 건국포장 2명, 대통령표창 8명으로 지역별로는 광주 3명, 순천 3명, 나주·장흥·강진·고흥, 경남 하동, 평안남도 성천군 등 각각 1명이다. 김화순 씨는 대통령표창을 추서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 소장은 영호남지역 항일의병에 대한 연구를 하던 과정에서 지난 2009년 대전 국가기록원에서 3·1운동으로 체포돼 옥고를 치른 48명의 판결문을 찾아 이를 언론에 공개했고 이들의 정부포상을 이끌었다. 자료 발굴에 나선지 8년만의 성과다.  
 
광주 3·1운동은 지난 1919년 3월 10일 오후 3시께 광주 부동교(광주 동구 불로동과 남구 사동을 잇는 다리) 아래 작은 장터에서 숭일학교, 수피아여학교, 농업학교 교사들의 주도로 학생, 주민 1천500여명이 모여 펼친 독립만세운동이며 주동자와 가담자 대부분이 체포됐다. 
 
만세운동을 일으킨 혐의로 일본경찰에 체포된 김화순 씨 등 12인은 광주지방법원과 대구복심법원(현재 고등법원) 그리고 대법원에서 이른바 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서 징역 4개월까지 선고 받아 옥고를 치렀다. 김 씨는 징역 4월형을 받았다. 당시 그녀의 나이 26세였다.
 
판결문 자료에 따르면 김화순 씨는 인적사항에 전남 강진군 고훈면 백양리로 기록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훈면'이라는 낯설고도 생소한 지명이 김화순씨의 기록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비춰보더라도 1910년대 당시 강진지역에 '고훈면'이라는 지명은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 대다수 지역 원로들의 전언이다. 
 
정 소장은 지난 16일 본지와 통화에서 "판결문에는 당시 형량이 확정된 사람들의 이름과 나이는 물론 신분과 본적이 함께 기록돼있었다"며 "김화순 씨의 경우 '전남 강진군 고훈면 백용리'로 적힌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훈'이라는 지명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현재로서는 당시 판결문을 기록하면서 그 때의 강진군'고군면'을 '고훈면'으로 잘못 적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강진군마을사에 따르면 고군면이란 병영면의 옛 이름이다. 고군면의 명칭은 1914년 작천면이 분리되면서도 계속되어오다 1931년에 병영면으로 개칭됐는데 판결문이 기록됐을 시대적 배경과도 일치한다. 또한 오늘날 병영면에 소재한 백양리라는 꼬리말이 당시의 판결문에 언급되고 있는 것도 고군면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
 
광주3·1운동 관련 판결문 일부.
김화순 씨의 신분을 '간호부'라고 기록한 것도 적잖이 눈길을 끈다. 당시 광주 3.1만세 운동은 교사들의 주도로 무엇보다 학생들의 참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 정부포상을 받은 12인 가운데서도 9명이 학생(생도)신분이었다.   
 
정 소장은 "간호부는 오늘날 간호사의 신분을 뜻하는 호칭이었을 것"이라며 "김 씨가 당시 광주 어느 병원의 간호사인 상황에서 항일운동에 나섰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화순 씨에 대해 아시거나 관련 자료 등을 제보해주시면 추후 기사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제보 전화 434-777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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