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다산학단 유물을 만나다
다산 정약용, 다산학단 유물을 만나다
  • 김철 기자
  • 승인 2017.08.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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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다산유물특별전

다산 제자들의 다양한 저술, 방산 윤정기 새로운 저술도 최초 공개


다산기념관에서는 제45회 청자축제를 맞아 지난 28일부터 오는 10월1일까지 66일간'다산 정약용과 다산학단'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다산기념관에서 개최하는 12번째 특별전으로 남양주 역사박물관과 공동기획했다. 182책 503권으로 알려진 다산의 방대한 저작은 대부분 강진 유배시절에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결과는 다산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강진의 제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산 선생의 일대기를 정리한 '사암선생연보(俟菴先生年譜)'를 보면 '제자 중에 경서와 사서를 부지런히 열람하고 살펴보는 사람이 두어명, 부르는 대로 받아쓰며 붓을 나는 듯 내달리는 사람이 두어명, 손을 바꿔가며 수정한 원고를 정서하는 자가 두세명, 옆에서 거들어 줄을 치거나 교정·대조하거나 책을 매는 작업을 하는 자가 서너명이었다. 무릇 책 한 권을 저술할 때에는 먼저 저술할 책의 자료를 수집하여 서로서로 대비하고 이것저것 훑고 찾아 마치 빗질하듯 정밀을 기했던 것이다'고 적고 있다.

즉 자료 수집과 정리, 스승의 말씀 받아쓰기, 반듯하게 고쳐쓰기, 수정 및 책 엮기, 대조 및 검토 등이 정약용의 총괄 아래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하나의 저술이 완성되기까지 이 과정이 보통 다섯 차례 이상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방대한 저작은 정약용과 제자들의 연구분업체계가 갖추어졌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다산과 다산학단으로 일컬어지는 제자들의 다양한 유물을 확인할 수 있다.

다산이 유배 초기에 천자문의 대안교과서로 만든 '아학편' 과 '제경' 을 통해 다산의 교육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천자문은 아동의 발달과정과 인지과정을 무시하였는데 아학편에서 명사·동사·형용사를 갈래별로 정리하여 제시하였다.

1805년 다산의 큰아들 학연이 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강진으로 왔고 보은산방에서 머물면서 예禮와 역易에 대해 공부하고 강론을 하였다. 이때 질문에 따라 대답하고 기록한 '승암예문'도 전시된다. 그리고 일표이서 편찬과정에 제자들의 도움이 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목민심서와 흠흠신서의 이본들도 공개된다.

다산이 제자들에게 강조했던 것 중 하나가 '필사'였다. 즉 보고 베끼는 것이었다. 당시에 책이 귀하고 가난한 처지에서 고전과 선배·동료의 좋은 글을 베끼고 옮겨 적는 것이 좋은 공부법이었다. 제자들은 이러한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메모하고 기록하여 자신만의 총서를 엮어 내었다. 윤종진의'순암총서', 윤종삼의'춘각총서', 황상의'치원총서', 황경의'양포일록', 이강회의'유암총서'등 제자들의 각종 총서도 전시된다.

다산은 제자들의 개성에 맞게 학습동기를 유발하고 자신들의 역량과 취미를 살려 장점이 있는 분야에 집중하게 하였다. 그 결과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만의 성과를 이루게 된다. 19세기 조선의 천문역산 문헌 중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방대한 이청의'정관편', 다산의'아방강역고'를 계승한 윤정기의 역사지리서인'동환록', 우리나라 선박을 개량하기 위한 방안을 기록한 이강회의'운곡선설', 홍어장수 문순득의 표류생활을 기록한 '표해록'등이 전시된다.

또 상반기에 다산기념관에서 구입한 '역의증석'은 다산학의 마지막 계승자로 평가 받는 다산의 외손자 방산 윤정기의 주역에 관한 저작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다.

임준형 다산기념관장은"이번 다산유물특별전은 다산과 제자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그들이 이룩한 업적, 그리고 다산학에서 차지하고 있는 강진의 위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전시회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오는 8월 4일까지 열리는 청자축제 기간에는 전국의 많은 관람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무료 입장이며 전시가 끝나는 10월 1일 이후부터는 남양주 역사박물관에서 이번 전시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이 유물은 꼭 보세요"

이번 전시회 대표적인 유물로는 순암총서로 윤종진이 선현들의 글을 보고 옮겨 적은 각종 학습 노트이다.

이어 역의증석이 있다. 윤정기의 '주역周易'에 관련한 저술이다. 윤정기의 '주역'관련 저술로 기존에 '역전익易傳翼'과 함께 윤정기의'주역'연구는 물론이고 다산 주역학의 계승이란 측면에서도 중요한 자료이다. 서문에는 윤정기가 지냈던 '백학산려白學山廬' 등의 내용도 있어 강진 향토자료 연구에도 도움이 되는 자료이다.

또 선암총서, 흠흠신서이 있다. 선암총서에는 서문이나 발문 없이 2권 1책이다. 본래 24책이었지만 1책만 남아 전하다. 이 책에 '목민심서'의 일부가 씌어 있다. 현전하는 '목민심서'의 체제가 다른 초기 형태이다.

다산 제자 황경이 기록한 '흠흠신서'는 여러 경전에서 관련 사항을 조사형 발췌한 부분이 실려 있다. 현재의'흠흠신서'와 체제가 달라서'흠흠신서'의 편찬과정 초기 형태를 보여준다. 이렇듯 다산의 일표이서 저술 활동에 강진의 제자들이 도왔음을 알 수 있다.

양포일록도 있다. 이책은 황경이 선배 문인과 학자들의 서적을 보고 옮겨 적은 것이다. 이중에는 다산이 잃어버려 애석해한 '거가사본居家四本'이 실려 있다. 다산은 집안에서 지켜야 할 네가지 근본을 책상 위에 놓아두고 항상 읽기를 강조하였다. 다산은 비단 두 아들뿐 아니라 제자들에게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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