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비 확보의 선두주자 강진군
[기고] 국비 확보의 선두주자 강진군
  • 강진신문
  • 승인 2017.07.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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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만_행정자치부 서기관>

심한 가뭄으로 온 국토와 산하가 아우성이었다. 동네 저수지는 추한 밑바닥 알몸을 드러내 놓은 게 부끄러워 헥헥거리고, 지친 논밭은 자기들도 살아보겠다고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져서는 한숨을 토해냈다. 공무원들은 자기들 죄인양 7월 중 있을 장마가 어서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을 즈음에 다행히 바라고 또 바랐던 단비가 내렸다.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지는가 보다

헥헥거렸던 것은 비단 가뭄철 시골의 논밭만이 아니다. 시장·군수와 시군 공무원은 항상 헥헥거린다. 국비에 목말라서다. 어떻게든 국비를 따와 지역발전을 위해 써야겠는데 그 속도 모르고 중앙부처는 냉정하게 공모사업이라는 미로의 덫을 놓는다. 미로를 잘 통과해 덫을 치우면 국비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귀신같이 미로를 잘 통과하는 군이 있으니 그 곳이 강진군이다. 흔히 하는 말로'싹쓸이'다.

인근 시군 시장·군수나 공무원들로부터 쏟아지는 시기, 질투와 원성을 감당 할 수 있을 까 걱정될 정도다. 최근 6개월간, 내가 근무하고 있는 행정자치부가 실시한 공모사업에서 거둔 실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당히 전국 1위다. 실적의 면면은 이렇다.

먼저 6월 29일 문재인 정부 행자부 첫 공모사업인'인구감소지역 통합지원 공모사업'에 뽑혀 국비 10억원을 확보했다. 정부의 인구 증가에 대한 절실함과 기대가 집중된 사업이었던 만큼 전국 지자체 70곳과 겨뤄서 이뤄낸 쾌거다. 하루 뒤 6월 30일에는 '주민주도형 골목경제활성화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5억원을 확보했다. 전국 27개 지자체가 신청했었다.

이에 앞서 16일에는 '2017년 자전거도로 사고위험지역정비 시범사업 공모'에 선정돼 특별교부세 2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3개사업 모두 전남에서는 강진군만이 선정됐다.

14일에는 정부 혁신 거점 지자체 공모사업에서 '오지마을 화상회의 반상회'가 선정돼 국비 2억 2천만원을 지원받는다. 군단위로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이만하면 전국 제일의 군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하지 싶다

중앙부처에 근무하다보면 국비 몇 억을 지원받기 위한 지자체간 경쟁은 치열하다. 못사는 지역일수록 더 간절하다. 매달리는 절박한 모습은 애처롭고 눈물겹다. 특히, 공모사업의 경우는 공모사업 목적에 맞는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PPT를 작성해서 1차적으로 도의 심사를 통과해야한다.

그 다음은 행자부주관으로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의 엄격하고 깐깐한 서면평가, 현장평가, 발표심사 등 단계별로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곱절로 어렵다. 그래서 강진군이 더 대단하다. 오죽하면 다른 시군에서 강진군이 신청하는 공모사업은 아예 처음부터 명함을 들이밀지 말아야 한다느니, 강진군이 신청했는지 먼저 알아봐야겠다느니 하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신청한 사업마다 '선정'이란 결과물을 꼬박꼬박 챙겨가는 것을 보면 나는 너무 행복하다. 덕분에 주위의 동료들의 부러움을 받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행자부 돈은 강진군 쌈짓돈이구만 하는 푸념 아닌 푸념을 듣는 일도 기껍다.

인구 4만의 작은 기초자치단체가 이렇게 눈에 띄게 국비를 많이 확보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읍소와 하소연만으로는'어림도 없다'. 이 같은 성과는 첫째는 군민들의 지역발전에 대한 염원이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강진군 공무원들의 지역사랑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며, 셋째는 강진원 군수의 탄탄한 중앙부처 인맥의 힘이라고 생각된다.

강진군수인 강진원님은 행정고시 31회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행정고시 31회는 중앙부처 차관이 7명이나 된다. 정책결정을 하는 실장급으로도 다수가 포진하고 있다. 행정고시 31회는 대세이다. 때문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잘 뽑은 군수 하나가 다른 225개 기초 지자체 안 부러운 셈이다. 군민들의 혜안이 놀랍고 '아! 시골영감은 정말 잘 뽑아야 되는구나' 하는 점을 절절하게 체감케 한다.

여담 한 가지를 덧붙여보자. 현장 평가를 하고 온 행자부 동료들과 평가위원들의 공통된 얘기다. 강진에 갔더니 오감통이란 것이 있고 음악창작소가 있더란다. 깡촌 시골에 그런 시설이 있다는 것이 매우 놀랍고 신기하더란다. 들려주는 음악이야기는 감동적이었으며 반할 수밖에 없더라는 것이다. 거기에다 목민의 상징인 정약용이란 자원이 있으니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더란다. 오감통이란 곳이 국비확보에 단단히 제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훈훈한 시골인심마저 닫힐까 걱정이다. 말라버린 저수지와 쩍쩍 갈라진 논밭이 어서 빨리 본래대로 생명과 온정의 숨결을 쉬었으면 좋겠다. 자식 걱정하며 농사를 짓는 시골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강진군의 통쾌한 국비확보가 가뭄에 애타는 군민들께 마음의 위로가 되고 자랑스런 군으로 자리매김하는 씨앗으로 뿌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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