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죽어가던 골목길에 '생명'을 불어넣다
[특집] 죽어가던 골목길에 '생명'을 불어넣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7.07.0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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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골목투어 성공스토리

김광석 길은 유난히 젊은이들이 많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깅광석 길을 걸으며 20세기에 떠난 김광석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추억했다.

구경거리 없다던 대구 관광의 오명, '김광석 길'이 인식 바꿔놔 
350m거리 보러 한 해 80만명 찾아...  인근 재래시장도 활기


▶ 글 싣는 순서
1. 골목골목 묻어나는 '근대로의 여행'
2. 대구 골목길, '역사와 문화'를 살려내다
3. 관광객 140만시대...'골목, 별이 되다'


다리를 꼬고 통기타를 치며 읊조리듯 노래하는 그의 동상 앞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연일 북적인다. 수십 대의 스피커에서는 그의 노래가 하루 종일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길을 따라 아주 천천히 걷고 서성이다 다시 오기를 반복한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의 얼굴과 노래 가사를 담은 수많은 벽화는 가장 한창 때의 '김광석'을 불러낸다.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450길. 350m에 이르는 길지 않은 길이지만 대구를 찾는 여행객이 빼놓지 않고 찾는다는 바로 '김광석 길'이다.

이곳은 골목길을 따라 다양한 김광석의 모습을 만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길을 따라 흘러나오는 그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복고풍의 가게도 둘러보고 다양한 공연도 구경할 수 있다. 주말에는 골목방송도 한다.

군데군데 들어선 조형물은 볼거리를 더한다. 철사로 오선지를 만든 악보부터 기타 모양을 형상화한 벤치는 김광석의 음악세계를 웅변해준다. 실제 김광석 키(165㎝)높이로 제작한 동상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평일인데도 길은 전국에서 찾아든 사람들로 활기를 띄었다. 주말에는 평균 5천명 이상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80만명을 넘었다. 그간 대구를 찾아도 갈 곳이 없다는 오명을 김광석 길이 다시금 바꾸고 있는 것이다.

김광석 길에는 유난히 젊은이들이 많다. 근대라는 주제도 그렇지만 가수 김광석을 추모하는 이들의 관심이 '김광석 거리'로 쏠리고 있는 덕분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20세기에 떠난 김광석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추억했다.

덕분에 거리를 끼고 있는 방천시장은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활기를 띈다. 시장의 낡은 건물은 공방과 아트숍 등으로 리모델링됐고 카페나 상점 등 민간시설도 50여개나 들어서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광석길은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쓰레기 더미가 뒹굴고 인적이 드물어 치안을 걱정해야 할 소외된 길이었다. 해가 지면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상인들이 버린 쓰레기만 가득 쌓여있던 어둡고 냄새나는 뒷골목이었다. 거리조성 이전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어둡고 침침한 거리였다.

길의 시작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죽어가던 전통시장을 살리려는 상인, 예술가들의 공공프로젝트인 '별의 별 시장'사업이 제기의 발판이 됐다. 이때부터 시장의 빈 점포는 예술가들의 작업실이나 전시장으로 활용됐다. 별의 별 프로젝트는 이듬해 문화체육관광부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인 '문전성시'로 이어져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시장이 되살아나자 예술가들은 시장과 가까운 방천둑 옹벽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 일대가 김광석의 고향이란데 착안했고 이들은 김광석을 테마로 옹벽에 하나둘 벽화를 그려 넣었다. 김광석 길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미흡했다. 벽화 몇 점이 전부였다. 초창기 김광석 길을 찾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실망이 가득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김광석 길은 과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진화를 거듭했다. 벽화뿐만 아니라 조형물이 하나둘씩 들어섰고 골목 방송스튜디오, 야외공연장,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판과 음성유도기, 방문소감을 남기는 게시판까지 김광석 테마공간이 됐다. 오물과 쓰레기가 넘치던 오래된 주택가는 공·폐가를 리모델링한 개인카페, 공방, 식당, 옷가게, 갤러리 등이 틈 없이 들어섰다.

김명주 중구 관광개발과장은 "예술가들이 몰려들고 지역주민이 주체가 돼 골목의 고유한 생태계를 꾸려가고 있다"며 "공간이 문화화되면 주변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지역 전체가 혜택을 본다"고 말했다.

김광석 길은 기존의 야외공연장과 골목 방송국에다 유족들의 도움으로 지난달 1일 '김광석 스토리하우스'까지 갖추게 되면서 대구 근대문화골목과 함께 대구 관광의 쌍두마차가 됐다. 


 

◈대구 관광 팁 -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관광서비스

'버튼만 누르면 설명이 술술~' 오디오 서비스 제공

김광석 거리의 벽화들 사이에는 청동으로 된 김광석 얼굴 부조가 있다. 얼굴 생김을 생생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촉지벽화형태로 제작한 것이다. 벽화 옆으로는 점자로 된 촉지안내도와 음성안내 버튼을 설치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구 근대골목거리는 지난 2015년도 '열린 관광지'로 선정되면서 장애인과 어르신, 영유야 동반가족 등 모든 관광객이 이동의 어려움 없이 즐겁게 여행 할 수 있는 장애물 없는 관광지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해설사를 두고 있는 것도 대구 중구만의 특별하고도 차별화된 관광서비스인데, 본래 같은 시각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해설을 목적으로 했지만 오늘날에는 비장애인으로부터도 자녀 교육 등에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이 진행하는 골목투어의 매력은 시각에만 의존했던 기존 관광에서 탈피해 오감(五感)을 통한 입체적인 관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며 "새로운 방식으로 관광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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