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진에서 2박3일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기고] "강진에서 2박3일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 강진신문
  • 승인 2017.06.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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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민재 _ 서울 청운중 2학년

이모, 저 민재예요. 저희들(민재, 지홍, 현우, 동현, 승찬)은 서울에 잘 도착했습니다. 저희 떠나고 나서 너무 조용해져서 혹 우신 건 아닌가요? 이모님 댁에서 더 오래 있고 싶었는데 너무 빨리 떠나야 해서 아쉬웠어요. 우리끼리 있었던 일을 적자면 백과사전 두께의 책을 써도 모자랄 거예요. 우리는 첫 만남부터 어색함이 없었고 오히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처럼 아무 거리낌이 없었죠.
 
처음에 소원을 담아서 풍등을 만들 때가 어제 일 같아요. 풍등 만드는 것도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제가 적은 소원은 '학교가 남녀 공학이 되었으면 좋겠다'였는데 아무래도 제가 죽기 전까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조가 만든 풍등은 유난히 더 멀리 더 높이 날았던 기억도 나요. 풍등을 다 날리고 이모 차를 타고 집으로 갈 때, 야구 얘기도 하면서 더 가까워 졌지요. 이모가 기아타이거즈의 팬 이라는 사실에 역시 전라도는 '기아'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LG 팬인데, LG 실적이 쭉쭉 떨어지는 판에 얘기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다시 한 번 파이팅을 외쳐 볼게요~.
 
서울에서 다섯 시간 동안 버스를 타서 그런지 너무 힘들었어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씻으러 들어갔는데, 보일러 켜는 걸 깜빡하고 온몸이 얼어 버릴 것 같았던 냉수로 샤워를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샤워를 끝내고 맛있는 저녁도 먹고, 강진의 맑은 공기를 만끽하며 잠이 들었습니다.
 
둘째 날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아침 먹고 바다낚시를 가서 뭐라도 하나 건져 보려고 했으나 아무것도 못 잡고 맘처럼 쉽지가 않았어요. 저희 조에 있는 동현이가 망둥어를 잡았다기에 헐레벌떡 뛰어 가보니 웬 올챙이 같은 걸 잡아 놓고 망둥어라고 우기더군요. 미끼가 새우였는데, 새우보다 더 작은 놈을 잡아 놓고, 망둥어라고 하도 우겨서 우리는 그 물고기를 그냥 '망둥어'로 하기로 했습니다. 가짜 망둥어를 보고 미소 지으시던 이모.
 
오후엔 이모와 함께 읍내 드라이브를 갔었잖아요. 거기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음료수도 마시고, 항상 먹는 아이스크림인데 왜 그날은 더 특별한 맛이었는지 아마도 이모랑 함께 해서 더 맛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읍내 근처 바닷가에서 해파리도 잡았고,
 
드라이브 끝내고, 저녁으로는 '숭어 찜'을 해주셨는데, 저 그런 음식 처음 먹어 봤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저녁 먹고 삼촌께서 군대 이야기도 해주셨어요. 군대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더 재미 있었던 건 뭐니 뭐니 해도 삼촌의 네이티브 전라도 사투리이죠.
 
지금도 생각이 나네요…. '거시기'가 뭐 그리도 많이 쓰이는지. 삼촌의 얘기를 듣다 보니 군대가 진급만 빨리하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가고 싶지는 않아요. 전라도에서는 친한 사람들끼리는 전부다 '거시기'로 통한다고 하셨던 이모의 말씀이 생각나요. 그와 동시에 영화-황산벌도 생각이 났고요. 얘기를 듣다 보니 출출해서 우리의 동현이가 준비한 재료로 스파게티를 야식으로 만들었는데 정말 맛도 있고, 먹으면서 엄마 생각도 났어요.
 
마지막 날 이모가 해주신 그 음식들이 우리에겐 마지막 식사였는데, 너무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에 말도 못하고, 두 그릇 먹었지요. 그날은 현우 생일이었는데, 이모께서 세심하게 현우 생일까지 기억해주시고 미역국까지 끓여주셔서 너무 눈물이 났어요.
 
제가 어른이 되서 꼭 한번은 강진에서 살고 싶다고 했을 때, 이모는 그때까지도 이곳에서 기다리고 계시겠다고 하셨지요? 그 약속 잊지 마시고 꼭 지키세요, 저도 잊지 않고 꼭 갈게요. 그 때쯤 되면 이모와 삼촌께 제가 정말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며 '거시기'를 논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있을 것 같아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모와 함께한 2박3일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답니다. 저희도 서울에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잘 지낼게요. 항상 좋은 소식만 들려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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