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개 골목, 1천개의 이야기'로 관광을 만들다
'1천개 골목, 1천개의 이야기'로 관광을 만들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7.06.10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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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근대골목 성공스토리] 골목 골목 묻어나는 '100년 골목史'... 골목투어로 개발

대구광역시 중구에는 1천여 개의 골목이 있다. 좁고 구불구불하고 누추한 골목들이다. 100년이 넘은 건물이 있는가하면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허름한 건물도 여럿이다. 아예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도 적지 않다.
 
이러한 낡은 골목과 오래된 건물이 훌륭한 관광거리가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대구 중구의 옛 골목과 오래된 건물을 구경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수학여행 온 교복 차림의 학생들은 물론 젊은 연인부터 노부부, 가족단위의 관광객들까지. 이들은 골목골목을 헤집고 다니며 기념사진을 찍고 골목길에 숨은 이야기를 듣는다.

▶ 글 싣는 순서
1. 골목골목 묻어나는 '근대로의 여행'

2. 대구 골목길, '역사와 문화'를 살려내다
3. 관광객 140만 시대... 골목, 별이 되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지난달 25일 대구 중구 동산동에 자리한 청라언덕. 이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대구 근대골목 현장투어'에 참가한 전국 일·주간지 신문기자 20명은 대구골목문화해설사인 김정자씨의 노랫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작곡가 박태준(1901~1986)선생의 '동무생각'이었다.
 
청라(靑蘿)언덕은 푸른 담쟁이가 덮인 언덕으로 박태준 선생이 대구 학창시절에 다니던 곳이다. 그가 만든 노래 '동무생각'의 배경지이며 그 음악인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는 이곳 아래 동네에서 태어나 계성학교를 다니며 이 언덕길을 오르내렸다고 한다. 노래가사에 나오는 '백합 같은 내 동무'는 그가 청라언덕을 오르며 짝사랑했던 한 여학생을 두고 읊은 것이다. 언덕 한쪽에는 '동무생각 노래비'가 돌에 새겨져 있고 건너편에는 그의 연보가 사진과 함께 설치돼있었다.
 
이곳이 청라언덕으로 불리게 된 것은 19세기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대구까지 들어와 살던 선교사들의 집이 담쟁이 넝쿨로 우거졌던 데서 비롯한다. 지금도 이 언덕에는 스윗즈 주택 등 1910년대 가옥 3채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지금도 이 가옥의 담벼락에는 푸른 담쟁이덩굴이 덮여 있다. 그래서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의 순수한 사랑과 열정이 오롯이 전해진다.

 
청라언덕은 대구 중구의 근대골목투어의 출발지이다. 대구 중구청은 지난 2006년도부터 구도심의 거미줄 같은 골목길을 나누고 묶어 테마가 있는 관광코스로 개발했는데, 주제별로 모두 5가지 코스로 이뤄져있다. 이중 청라언덕을 시작으로 3·1만세 운동길을 거쳐 계산성당, 이상화 고택, 약전골목, 영남대로, 진골목에 이르는 1.64㎞의 길이 '근대화골목투어 제2코스'에 속한다.
 
청라언덕에서 계산성당을 향해 가다보면 골목을 지나 긴 계단이 나온다. 이른바 '3·1만세 운동길'이다. 얼핏 보면 그냥 지나치리만큼 평범한 골목길이지만 담벽 곳곳에는 3·1운동 당시의 현장의 사진과 이야기들이 전시돼 있어 이곳이 역사적으로 특별한 곳이었음을 일깨워준다. 1919년도 당시 청라언덕 주변에 있던 계성학교와 신명학교, 대구고보 등의 학생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이 골목을 지나 시내로 집결했다.
 
이 길을 벗어나면 저항시인 이상화와 국채보상운동을 이끈 서상돈이 생전에 머물렀던 두 집이 사이좋게 이웃하고 있다. 바로 옆엔 고층 아파트가 세워져 있는데 그 옆에 문화재가 있어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도로계획으로 허물어진다던 고택이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시민들의 힘이 컸다. 50만 명의 서명운동과 성금, 시민단체 등이 고택을 지켰고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고 시민들에게 개방하며 오늘날 근대 골목 투어의 주요 거점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코스의 종점은 '종로 진골목'이다. 뽕나무골목과 약전골목을 지나면 나오는 진골목은 '길다'의 경상도 발음인 '질다'에서 붙은 이름으로 '긴 골목'이라는 뜻이다. 오늘날 100여m미터도 채 남지 않은 진골목에는 대구 100년의 풍경과 역사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철조망이 둘러쳐진 빛바랜 담장, 1947년 개원한 대구 최초의 '정소아과'의원은 간판만 그대로 남아 골목을 지키고 있다.
 
김 해설사는 "집이 많지는 않지만 건물 하나하나가 대구의 역사를 반영한다고 할 정도로 이야기 소재도 풍부하다"며 "그 원형을 찾아내는 일이 우리가 사는 도시의 스토리를 만드는 첫걸음이다"고 전했다.<계속>   


인터뷰 - 제1호 근대골목투어해설사 김정자씨

"골목길 빼놓고 대구관광 말하지 말라"
중구 근대골목투어해설사는 현재 5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그중 김정자씨는 제1호 해설사로 지식과 연륜을 더한 풍부한 해설로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 해설사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앞선 시대의 희로애락을 알게 됨은 물론 그들과 소통하고 공감한다"며 "세대 간의 대화와 이해, 소통, 공감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근대문화 골목이다"고 설명했다.
 
김 해설사는 "근대문화골목은 산과 숲을 둘러보는 둘레길과 달리 도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골목 사람들의 삶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여정이다"며 "비록 짧은 거리지만 마치 100년 전의 대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 해설사는 이어 "몇 년 전부터 연인이나 친구,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비중도 높아졌다"며 "이들은 근대골목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즐길거리를 찾는데 이러한 모습들이 근대골목투어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해설사는 "중구는 주민참여도 뛰어난 곳이다. 이야기를 전해 듣고 배운 해설사보다 실제 골목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좀 더 숨어있는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다"며 "이제 골목길을 빼놓고는 대구 관광을 얘기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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