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재미와 놀이가 어떻게 세상을 창조했을까
[서평] 재미와 놀이가 어떻게 세상을 창조했을까
  • 강진신문
  • 승인 2017.06.1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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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김 숙

역사는 필요와 세상을 바꿀만한 혁명등 권력의 심장부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왔다.
 
이 책은 원더랜드가 의미하는 것처럼 놀랄만한 재미들이 역사의 내면으로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바탕으로 잘 표현된 책이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데도 상상밖의 접점이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구석기시대부터 동물의 뼈로 피리를 만드는 등 음악에 관심이 있었다. 쾌락을 추구하는 이 본능은 자동으로 연주하는 기계로 이어지고 이 기계를 바탕으로 방적기가 개발되었다. 방적기는 대량생산이라는 산업혁명을 불러오지만 수요를 따라가기 위한 공급처에서는 노예제도를 만들게 되고, 이제도를 타파하기 위해 최악의 사상자를 내는 남북전쟁이 발발하는 단초를 제시하기도 한다. 또 자동으로 노래하는 기계는 주파수 변조기술과 디지털 정보를 입력하고 저장하는 컴퓨터에 기초적인 기술을 제공하게 된다.
 
부의 상징을 표현하는 티리언 퍼플의 유행은 그 색의 원료가 되는 뮤렉스 달팽이를 찾아서 지중해를 벗어나 미지의 대서양으로 나아가는 항로 발견에 이바지하게 된다. 티리언 퍼플의 유행으로 옷으로 구별되던 신분의 차이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인간이 옷의 기능이 아닌 유행에 눈을 뜨면서 쇼핑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화려하게 꾸며진 상점들 사이를 이리저리 거닐면서 시간을 보내는 쇼핑몰의 등장은 백화점을 거쳐 대규모 쇼핑타운을 탄생시킨다. 쇼핑하는데 최적화된 구상은 이상적인 도시건설계획으로 이어져 디즈니랜드라는 대규모 놀이도시가 탄생해 여전히 인간은 그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향신료 덕분에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세상의 변화를 가장 많이 추구한 향신료는 후추다. 이 후추는 로마가 멸망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베니스의 대운하나 암스테르담의 헤렌흐라흐프 운하는 무슬림 무역상들이 후추교역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건설된 아름다운 도시이다. 후추를 비롯한 정향, 육두구 등 향신료의 큰 이익은 동인도회사를 통해 노예농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네덜란드의 독점에 반다 군도 주민들이 반기를 들자 무자비한 학살이라는 슬픈사건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산업스파이의 탄생도 이 독점에서 비롯되었고 향신료의 가치도 사치품에서 일용품으로 강등되었다.

원더랜드 / 스티븐존슨 지음
 
18세기 무대의 빛과 환등기를 이용한 유령제조기는 환영이라는 위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즐거움을 주었다. 그 후 여러 가지의 착시현상을 이용한 기술의 발달은 영화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게 된다. 기계가 체스를 둘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어 오늘에 온 인공지능, 모노폴리의 토대가 된 지주게임은 자본주의 개념을 주사위가 낳은 무작위성에서 태어난 확률이론과 보험산업, 헤지펀드, 어느 하나에 한 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게임은 특히 협업으로 증폭되어진다. 술 몇 잔 마시며 노는 것이 가능해진 경제체계로 선술집과 커피하우스가 태동한다. 이 공공장소에서 모인 사람의 열띤 토론과 논쟁의 과정은 계몽주의와 민주주의가 형성되도록 토대가 된다.
 
앞에서 언급된 것들의 공통된 특징은 그것이 처음 나타났을 때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재미를 주었다는 사실이다. 그 재미를 연장하기 위한 연구들이 벌새효과로써 전혀 다른 문명의 탄생에 기여하기도 했다. 저자는 말한다. 미래를 알고 싶다면 잘 노는 사람을 살펴보라고, 그런데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써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어라는 말을 언제 마지막으로 했을까? 기억이 흐리다. 노는 아이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불안을 잠재우려 노력하는 나는 이 책을 읽고도 조금의 변화도 없다면 책을 헛되게 읽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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