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흙 농사·사람농사·사랑농사에 도전하라"
[특집] "흙 농사·사람농사·사랑농사에 도전하라"
  • 김철 기자
  • 승인 2017.05.19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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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농업을 빛낸 사람들<1> - 강진영동농장 김용복 회장

최근 전남도는 전남농업을 빛낸 사람들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지난 1945년부터 2015년까지 70년간 전라남도의 농업을 이끈 선구적인 농업인들을 선정해 발표했다. 각 부분별로는 식량작물, 원예·특작, 과수, 임업, 축산, 가공, 농촌운동·연구로 나눠 대상자를 선정했다. 총 소개된 인물은 70명이다. 관내에서도 5명의 농업인들이 대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책자에 소개된 강진농업을 대표하는 인물들에 대해 정리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농장이면서 장학사업체인 강진영동농장의 시초는 '사막의 김치'

·1933년 강진출생
·1979년 사우디에서 배추, 무 재배 성공
·1982년 석탄산업훈장
·1982년 강진 간척지에 영동농장 설립
·1989년 (재)용복장학회 설립
·2003년 (재)한사랑농촌문화재단설립
·2016년 (재)월정어린이복지재단 설립
농업으로 큰 재산 지은 김용복 강진영동농장 회장, 그의 삶은 드라마고 생각은 철학이다. 가난, 불행한 가족사, 전쟁 통에서의 치열한 생존, 창업(創業)과 실패들, 기발한 성공, 그리고 끝없는 베풂 등 일련의 과정으로 그가 얻은 통찰과 지혜는 가슴을 흔든다. 하지만 아프지 않다. 따뜻하다.

늘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작정이 서면 과감하게 실천하는 성품이 그런 마음공부를 가능하게 했으리라. 난관마다 주저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했다. 실패에서 마저 얻은 배움이 성공과 수성(守城)의 동력이 됐다. '사막에 승부를 걸고' '그때 처절했던 실패가 오늘 이 성공을 주었다' '흙 농사, 사람농사, 그리고 사랑농사' '끝없이 도전하고 아낌없이 나눠라' 등 김 회장의 저서들의 제목이 그 통찰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하다.

문득 아등바등 여념 없는 우리 살림살이 세상살이가 부끄럽다. 그러나 그의 삶의 키워드는 '용기'이자 '사랑'이다. 그리고 '멋진 농업'이다. 그냥 따라가 보고 싶은 이력이다. 무엇을 주저하랴, 청년 김용복이 걸었던 그 길 함께 걸어보자.

수도 없이 주저앉았던 그가 제대로 자리 잡은 것은 1979년 사우디에서였다. 뜨거운 사막에 우리 배추와 무를 심었다. 모두가 고개를 저었지만 결국 성공했다. 그 무렵 중동은 한국 기업들의 공사판이었다. 현지에서 재배해 수확하고 담근 '신선한 김치'는 실로 노다지였다. 사우디의 전라도 김치, 많이 회자(膾炙)된 얘기다.
 

■멋진 음악의 새 농법이 '즐거운 쌀'만들어

그의 오랜 꿈은 고향 강진에서 착한 농사를 짓는 것이었다. 사우디에서 번 돈은 강진의 척박한 뻘밭 1백만 평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으로 탈바꿈 시켰다. 그리고 1983년부터 강진군 신전면의 영동농장이 가동됐다. 사우디의 농사의 비결을 물으면 늘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우리사회, 내 나라가 거기 있었다."고 답한다. 이제 그 성과물을 되돌려 이제까지 입은 은혜에 작으나마 보답하고자 한다는 '베풂'의 이유로 대화는 이어진다. 언젠가 TV에서 젊은이들과 파안대소(破顔大笑)하며 (그 고생을) 즐겁게 얘기하던 모양이 인상적이었다.

너르디너른 영동농장의 벼는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큰다. 그 쌀이 보듬은 속성이 어찌 웅숭깊지 않으랴? 열사(熱沙)의 배추농사만큼이나 뜻밖의 환상적인 농업이다. 그의 '착한 농사'의 한 얼굴이다. '음악농법'은 작물을 대하는 영동농장, 그리고 농업인 김용복의 마음자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아이들에게 주저 없이 기쁘게 먹일 수 있는 유기농 쌀만을 생산한다.
 

■농사는 마음이고 사람이다

결국 농사는 마음이고, 사람이라는 본디 마음으로 되돌아온다. 이 '청년할아버지'의 수더분한 웃음은 그렇게 '사람 농사'로 대화의 방향을 튼다.

사람 농사야 의당 '사랑'아닌가? 가장 큰 농사는 고수(高手)이면서 청년들 가슴의 북을 두드려 꿈으로 설레게 하는 즐거운 고수(鼓手)다. 그의 웃음에서 벼가 듣고 자란다는 그 음악이 퍼져 나오는 것 같다. 아름다운 삶이다.

서울의 '용복장학재단' '한사랑 농촌문화재단'은 흙, 사람, 사랑을 향하는 큰 농업의 도구다. 농사로 번 돈의 보람이기도 하다. 이 거목(巨木)의 회고(回顧)는 그의 '사는 방법'의 이유를 명확히 그리고 절실하게 설명한다. '서울신문'기사의 인용이다.

"저에게는 세 가지 굶주림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가난해서 배를 곯았던 굶주림,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사랑도 새어머니에게 빼앗긴 사랑의 굶주림, 또 배움에 대한 굶주림입니다. 육신과 사랑, 그리고 배움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습니다. 이젠 넘치도록 채우며 삽니다."

자서전'꿈을 심는 농자 김용복의 발자취'제목처럼 그는 지금도 꿈 농사를 짓는다. 남도 강진만 들판에서, 또 그가 사랑하는 건강한 젊은이들의 가슴 속에서 늘 설렌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업이 세상의 큰 바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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