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성 '연(鳶)싸움 대회' 더 키워보자
병영성 '연(鳶)싸움 대회' 더 키워보자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7.04.28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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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방식과 선수들 다양한 기술력 재미난 구경거리
떨어진 방패연은 관람객 차지… 연 활용한 이색 대회도 접목 가능


제20회 병영성축제가 한창인 지난 22일 오후 1시께 병영성 내 상공. 70개에 이르는 방패연(鳶)이 동시에 떠오르며 하늘을 수놓았다.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 연날리기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한꺼번에 연 싸움을 벌이면서 펼쳐진 장관이었다.

대회 심판들이 사방에서 줄로 영역을 만들어 놓으면 70명의 참가자들은 그 안에서 동시에 방패연을 띄웠다. 그 중에서 살아남는 하나의 연이 최고가 되는 방식이다. 선수들은 이를 '왕위전'이라 불렀고 연날리기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경연으로 꼽았다.

참가자들은 전국에서 모여든 연싸움 선수들이다. 선수들은 얼레질을 하며 자유자재로 방패연을 조종했고 온갖 연싸움 기술이 오가는 동안 연은 화려한 춤 사래를 펼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연싸움은 왕위전에 앞서 개인전을 통해 140차례 가까운 전투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대의 연을 위에서 찍어 내리거나 아래에서 치고 올라가는 등 승부를 가르는 수 십 가지 상황은 연 싸움의 재미를 더했다.

대회 관계자는 "바람의 세기에 따라서 혹은 상대방의 방어 자세에 따라 사용해야 할 기술이 달라진다"며 "잘 만들어진 연(鳶)도 필요하지만 연실의 각도와 길이, 바람방향, 기술력 등의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잘 맞아야만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화려한 기술에 어린 아이부터 청년, 어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관중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연들의 치열한 전투를 지켜봤다. 연실이 끊긴 연들의 추락이 이어질 때면 관중들의 탄식도 늘어갔다.

이날 연날리기대회에서 관객들의 재미와 관심을 끈 것은 '연들의 전투'만은 아니었다.

선수들이 손에 든 얼레와 연이 바로 그것. 개당 20~25만원이나 하는 값비싼 얼레는 기본이고 방패연이 담긴 일명 '007'가방'을 든 선수들의 모습도 관중들에게는 색다른 볼거리가 됐다.

참가선수 중 한명인 고재권(57·광주)씨는 "연 싸움에 내보낼 방패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2~3년의 세월이 소요된다"며 "그렇게 만들어 낸 연을 아무렇게나 보관하고 다룰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장비에 대한 선수들의 각별한 애정을 대변했다.

연실이 끊어져 땅바닥에 떨어진 방패연들을 누구나 주워갈 수 있도록 한 대회방식도 관광객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다. 선수들에게는 '자식 잃은 슬픔'에 비유 되기도 하지만 관객들에게는 '뜻밖의 행운'이 되거나 또 누군가에는 '지식을 쌓는 기쁨'이 되고 있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병영성 축제를 맞아 처음 선보인 연싸움대회가 이처럼 관객들에게 적잖은 재미와 볼거리로 다가오면서 일각에서는 대회를 키워보자는 목소리도 적잖게 흘러나오고 있다. 부산과 경북 의성지역처럼 국제대회로의 성장은 아니더라도 병영성과 걸맞은 대회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참가자 김현석(72·순천)씨는 "민속연을 전하고 싶어도 환경이 좋지 않고 홍보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면서 "우리 연의 존재감이 갈수록 작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병영성 내에 연날리기 대회가 열린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고 평가했다. 선수들에 따르면 현재 규모 있는 연싸움 대회는 전국적으로 15개 안팎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대회 운영측인 연날리기협회 양재호 운영위원장은 "첫 대회다 보니 '상(賞)의 권위'나 진행방식 등에 있어 선수들의 아쉬움이나 상인들 간의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발전가능성은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회였다"며 "결국에는 지자체의 관심과 노력의 문제다"고 전했다.

양 운영위원장은 "병영성에 걸맞도록 과거 이순신 장군 등이 활용했던 '신호 연' 등의 군사용 연을 재조명해 선보이거나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이색 연 대회를 함께 추진해 개최하는 것도 대회를 성장시키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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