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고령운전자 사고 매년 증가
'내 나이가 어때서?' 고령운전자 사고 매년 증가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7.04.07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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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 의식 잃거나 역주행까지…'사고 유형도 다양'
전남도, '교통교육 잘 받으면 보험료 할인'방안 추진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유형이 광범위해지면서 사회적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운전 중 방향을 착각한다든가 또는 갑자기 정신상태가 흐려지는 등의 유형이 그 대표적 사례인데, 최근에는 농기계로 인한 사망사고까지 잇따르면서 고령 운전자에 대한 차별화된 안전교육 등의 예방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난달 23일 낮 12시39분께 마량면 한 주택마당. 집주인 A씨(81)가 경운기에 깔린 채로 뒤늦게 가족에 의해 발견됐다. 경운기의 기어를 잘못 조작하면서 빚어진 사고였다. 순간적으로 후진하는 경운기를 제어해보려 애썼지만 속수무책이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강진경찰서 관계자는 "유족들에 따르면 A씨는 뇌질환을 앓고 한동안 병원치료를 받아 왔었다"면서 "농기계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가족들이 열쇠를 숨겨놓기까지 했지만 끝내 사고를 막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평소 경운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월말 강진읍내 한 의원 주차장에서는 70대 남성이 운전 중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어기능을 잃은 차량은 주차된 또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멈춰 섰지만 운전자 B(71)씨는 좀처럼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차량은 굉음과 함께 뿌연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고 급기야 불길까지 치솟았다. B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보니 타이어가 마찰되면서 화재로 이어진 것이었다. B씨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차량에서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 한 명이 화상을 입었다.

고령운전자들의 아찔한 운전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7월 강진~성전을 잇는 국도2호선에서는 역주행을 하던 C(67)씨가 경찰에 입건됐다. C씨는 1차선 주행도로를 통해 무려 10㎞구간을 역주행하며 도로 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는데 경찰조사 결과 출구를 찾지 못해 도로를 역주행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진경찰서 한 관계자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판단 처리 및 운동 기능 등이 저하되고 있는 것을 잘 이해하고 이러한 변화에 따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지만 본인 스스로 신체 기능 변화의 저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남도는 최근 고령운전자가 인지기능검사 및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면 자동차보험료 10%를 할인해준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배제적' 접근이 아닌 다양한 지원을 모색하는 '보장적' 접근 방식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5일 전라남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65세 이상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1천588건으로 전년 대비 41건이 증가했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명 늘어 105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오는 10월까지 시·군을 순회하며 하루에 2~3회씩(회당 2시간)인지기능검사를 포함한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이수증을 현장에서 교부한다는 방침이다. 이수자는 삼성화재 등 9개 보험사로부터 자동차 보험료의 10%를 2년간에 걸쳐 할인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고령 운전자를 위한 교통 환경 개선의 필요성도 적잖이 요구되고 있다.

한 주민은 "연령별 차별화된 안전교육과 더불어 고령자 친화적 교통시설물 개선 등의 좀더 적극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면서 "교통 표지판이나 안내판의 글자 크기를 키우거나 색의 변화로 시인성을 높이는 방식의 시설물 개선도 방법 중의 하나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70세 이상 운전자들에 대해 운전면허갱신 주기를 연령별로 차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면허갱신 시에 인지기능검사를 포함한 교통안전교육을 적성검사와 연계해 의무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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