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상인들 '뭉칫돈' 주의보
전통시장 상인들 '뭉칫돈' 주의보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7.01.20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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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지갑 훔친 60대 붙잡혀... '스님'행세하며 의심 피해
경찰, "설 앞두고 전통시장 범죄표적 우려" 주의 당부


지난 6일 오전 강진읍 전통시장. 수산상인 A(여·68)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게 문을 열고는 오전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장날이 아닌 탓에 시장은 비교적 한산했지만 주말을 앞두고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분위기는 금세 달라졌다.

시곗바늘이 오전 10시를 넘어서자 북적임은 더해졌다. '강진방문의 해'의 효과덕분에 관광객들의 모습도 이전보다 부쩍 늘었다.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그만큼 많아졌고 손님들의 이런저런 물건 값 계산에 A씨의 움직임도 더욱 잦아질 수밖에 없었다.

A씨가 '불운'을 감지한 것은 오후 2시를 넘어선 시각이었다. 가게 서랍장에 놓아둔 자신의 지갑이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인 것.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도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날 지갑에는 장사에 필요한 물건 값을 치를 돈까지 넣어둔 상태였다. 금액만도 300만원이 넘는 큰 액수였다.

A씨의 신고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경찰은 시장의 모든 CCTV를 분석한 끝에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해남에 거주하고 있던 범인 B씨(66)를 검거했다.

강진경찰에 따르면 B씨는 승복을 입고 시주를 하며 시장을 돌아다니 던 중 A씨가 손님들에게 물건을 팔면서 소홀한 틈을 타 지갑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경찰조사에서 "지갑을 보고 순간 욕심이 생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B씨가 일정한 벌이가 없는데다 생활고까지 겪고 있던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강진경찰서 김기식 강력팀장은 "아무래도 스님복장을 하고 있었던 탓에 주변의 의심이 덜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설을 앞두고 상인들의 뭉칫돈 거래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금 등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보관하는 등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진경찰은 최근 강진방문의 해로 인한 방문객 증가와 설 명절까지 놓인 시점에서 전통시장을 찾는 주민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소매치기 등의 범죄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강진경찰서 관계자는 "가방 속 지갑이나 주머니 속 현금을 몰래 빼가는 고전적인 소매치기 수법이 아직도 통하는 곳이 전통시장이다"며 "사람이 북적이는 탓에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다 노인들의 경우 인지능력 저하로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고 전했다.

실례로 작년 추석과 설 명절을 앞두고 영암과 순천, 남원의 한 전통시장에서는 혼잡한 시장분위기를 틈타 노인들의 지갑과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범인들이 잇따라 검거됐다.

이에 경찰은 혼잡한 지역에서는 가방을 되도록 앞쪽으로 매는 것이 좋으며 귀금속 등은 착용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많은 현금을 소지하지 않는 것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강진경찰은 각 읍·면 소재지 등 다중운집지역을 특별순찰선으로 지정하여 순찰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내·외근 경찰관, 자율방범대와 합동으로 집중 순찰활동을 전개하는 등 치안 예방 활동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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