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베트남 하우장성 풍힙현에 의료지원을 다녀와서
[기고] 베트남 하우장성 풍힙현에 의료지원을 다녀와서
  • 강진신문
  • 승인 2016.12.0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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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ㅣ 작천보건지소 공중보건의

어느덧 빨갛고 노랗게 물들었던 가로수길마저 꽁꽁 얼어붙던 12월 어느 추운 날, 흰색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바다 건너 형제의 나라 베트남에 의료지원을 다녀왔다.

의료지원을 갔다고 하면 직업의식이 투철한 사람이거나 어느 의대생이나 가졌을 법한, 수년전 읊었던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한 이유라고 오해할 수 있겠으나 그런 거창한 이유는 아니고 처음 해보는 일에 대한 호기심으로 의료지원에 나서게 됐다.
 
11월 28일 아침 베트남행 비행기에 부랴부랴 탑승을 했다. 누구나 해외여행에서 가질법한 설렘과 덥진 않을까 하는 걱정반으로 가득한 꿈을 품고 비행기는 형제의 나라 베트남에 도착했다. 발을 내딛는 순간 숨을 턱 막히게 하는 열기와 숙소로 이동하는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오토바이가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했다.
 
둘째날은 버스에 타고 있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호치민 시내부터 풍힙현 마을이 있는 하우장성까지 230km 정도이지만 고속도로가 없고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7시간이나 걸렸다.
 
드디어 셋째날, 의료지원을 나가는 날이다. 나와 함께 한 의료지원팀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성모의원 박금철 원장님과 김미애 용상진료소장님, 박지현 영산진료소장님 그리고 현지통역 2명이었다. 박금철 원장님은 통증전문가 이시며 두 소장님들은 보건소 식구로 나에겐 엄마와 같은 분들이시다.
 
진료시작 훨씬 전부터 50여명의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었으며 오전, 오후로 나눠 총 300여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밀려오는 모든 환자를 일단 문진하고 약 처방을 했으며 꼭 신경차단술을 통한 통증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환자만 박금철 원장님께 의뢰했다. 대부분의 환자가 고령이기에 절반에 가까운 환자들이 박금철 원장님께 시술을 받았다.
 
진료한 환자들은 90%가 관절염 및 허리통증을 호소했고 나머지 10%는 두통 또는 감기 환자였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환자의 바디랭귀지와 현지통역의 도움으로 무사히 진료를 마칠 수 있었다.
 
나는 공중보건의이다. 의료취약 지역의 주민들을 진료하는 의사이다. 그렇기에 사실 한국에서 보던 진료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다만 풍힙현 주민들은 공중의료가 취약하며 양질의 의료행위를 받기 힘들기 때문에 병이 더 만성화 되어 있었다.

물론 나도 청진기 하나만으로 양질의 의료를 하기란 어려웠지만 가난한 나라라 정부보조금이 적어 작디작은 솜 한 조각조차 잘게 잘라 쓰며 소독을 위한 알코올마저 맘껏 쓰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 이러한 지역에 사는 환자들에게 많은 약을 무료로 처방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의사로서의 보람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 의료지원이 끝난 후에는 자동혈압계 8대를 기증하기 위해 풍힙현의 의료원을 방문했다. 땀에 찌든 의료팀을 의료원장과 병원직원들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풍힙현에서 가장 크다는 병원인 의료원은 가히 병원노릇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실제로 자동혈압계는 강진군에서 기증한 것이 전부였고 내시경이나 CT, MRI 같은 시설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병동에서 진료보는 의사들도 대부분 중의사들로 의료환경이 좋지 않았다. 한국의 의료환경이 얼마나 좋은지 새삼 깨닫게 됐고 베트남 아이들과 노인들을 위해 다방면의 의료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길 소망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베트남 봉사단의 일정은 모두 끝이 났다. 처음 해보는 의료진료로 서툴고 부족했지만 진료를 받고 아픈 게 나았다며 좋아하는 풍힙현 사람들의 환한 미소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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