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중음악의 60년, 거대 음악시장을 되찾는다
[특집] 대중음악의 60년, 거대 음악시장을 되찾는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6.12.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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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옛 명성으로 '음악융합도시' 설계하는 인천 부평구

5~60년대 애스컴 부대 안의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진이다. 미군들이 서 있는 뒤편 담장 너머로 아리랑클럽 간판이 희미하게 보인다. 아리랑 클럽은 신촌에서도 가장 규모가 있었던 클럽이다. 지역민의 증언에 따르면 신촌에 있는 많은 클럽 중에서도 내부에 밴드가 연주할 수 았는 무대는 아리랑 클럽이 유일했다고 한다. <사진=부평역사박물관 제공>

부평구 1950년대 대표적 음악무대... 대중음악 성장 거점 이뤄


인천 부평 일대는 1950년대 미 제24군수사령부(ASCOM)가 대규모 기지를 조성하고 주둔하기 시작하면서 '애스컴 시티(ASCOM City)'로 불렸다. 당시 병원과 극장, 도서관, 클럽 등이 즐비한 부대 안은 가난한 한국인들에게는 별천지였고 이곳에 한 번 들어가 보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특권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던 시절이었다.

무엇보다 미군과 함께 따라 들어온 클럽 문화는 화려함 그 자체였다. 부대 안팎으로 30개 넘는 클럽이 등장하며 번성기를 누렸다.

애스컴 주변에 형성된 클럽은 서양문화가 한국사회로 유입되는 통로 구실을 했고 우리나라 음악가들의 활동무대이면서 타 지역 진출을 위한 거점이기도 했다. 애스컴을 통해 스탠더드 팝과 로큰롤이 우리나라에 전파됐고 클럽 오디션을 통해 무대에 오른 뮤지션은 곧잘 방송을 타기도 했다. 이곳 하우스 밴드에서 오디션을 통해 중앙무대로 진출한 대중가수가 현미, 윤항기 등이었다. 록의 거장 신중현도 부평을 종종 다녀갔다. 이들은 나중에 모두 국내 무대에 진출하여 트로트 일색이던 국내 음악시장에 스탠더드 팝과 로큰롤을 소개했고 부평은 그렇게 우리나라 음악사의 전환점을 이룬 역사적 배경지가 됐다.

하지만 불야성처럼 밤마다 빛나던 미군클럽은 1980년대 미군 부대가 하나둘씩 떠나며 문을 닫기 시작했다. 수많던 미군클럽이 모여 있던 지금의 인천 동수역 앞은 당시의 흔적을 말끔히 지웠고 뮤지션 100여명이 활동한 당대의 대표적인 음악무대였던 부평3동도 이제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시대의 흐름 속에 옛 명성만 전해질 뿐이었다.  

부평문화재단이 제작한 창작음악극은 부평의 특수성과 휴머니즘을 담아내며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밴드음악의 성지 '부평'... 옛 영화를 꿈꾸다

인천은 예나 지금이나 음악으로 들썩이는 것은 변함이 없다. 한국에서 처음 시작된 대형 야외 록 페스티벌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구도심 곳곳의 숨은 여러 음악 공간에서는 클럽 축제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행정기관은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수단으로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이는 곧 인천의 미래 산업이기도 하다.  

특히 부평구문화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조성 공모사업'에서 당선돼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37억원을 들여 부평 일대를 음악 융합도시로 꾸밀 계획이다. 음악적 자원과 역사적 이야기를 활용해 음악도시로의 옛 영화를 다시금 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부평아트 하우스에 '부평음악산업센터'를 조성한다. 음악제작 시설을 구축해 프로 뮤지션부터 아마추어 밴드까지 활용할 수 있는 창작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수도권 대학과 연계해 실용음악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음악 전문 인력도 양성할 방침이다. 대중음악 1세대의 주요 활동지였던 부평3동에는 '음악 동네'를 조성한다.

음악동네 만들기는 밴드 음악 중심지로 명성을 떨친 부평의 음악 자산을 토대로 스토리텔링 작업을 거쳐 음악 거리를 만들고 빈집 등 유휴공간에는 연습실·라이브클럽·음악전문카페를 유치한다는 것이 전체의 밑그림이다. 또한 부평 문화의 거리 야외무대나 지하철 지하상가 등 장소의 분위기에 맞춘 장르로 구성해 누구나 쉽고 친근하게 동네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여 전체적인 색감을 달리한다는 구상이다.

이밖에도 약 60만7천㎡에 달하는 부평미군부대 반환예정지는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공원으로 조성하고 음악 융합도시 문화벨트를 구축해 대중음악을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도시 부평을 만들겠다는 장기 전략도 내비치고 있다.
 

■'60년대 그 시절'을 라이브로... '창작음악극'

부평구문화재단이 만든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은 1950~60년대 부평 미군기지 주변에서 유행했던 음악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창작 음악극이다. 부평 지역의 이런저런 음악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음악극으로 꾸며 선보이고 있는 것인데, 과거 음악도시였던 부평의 특수성과 휴머니즘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는 평가를 얻으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전쟁이 끝난 후 피폐했던 시절인 1950~60년대 대중음악이 어떻게 부평에서 시작됐는가를 보여주거나 음악을 통해 가난을 이겨냈던 당시 음악인들의 애환과 가족애를 그려내 시대와 세대를 넘어서는 감동을 전한다.

연극의 완성도나 인기를 말해주듯 소극장 규모였던 공연은 탄탄한 구성과 연출을 바탕으로 대극장 무대로 확장됐고 올해는 국립극장 무대에서 선을 보이며 전국의 관객과도 소통하고 있다. 또한 내년에는 전국 투어까지 진행할 예정이어서 '음악도시 부평'을 전국에 알리는 콘텐츠로 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음악동네·음악산업·음악교육이 핵심"

부평구문화재단 곽경전 기획경영본부장

부평구문화재단은 지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음악도시로 선정된 부평구의 지역 문화적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음악도시의 뿌리를 알리는 음악극을 통해 지역 문화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켰고 현재의 도심을 음악동네로 만드는가 하면 체계화된 음악교육 시스템 구축으로 음악성장성까지 도모하고 있다. 그야 말로 과거의 음악을 기억하고 현재와 미래까지 이어지는 음악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곽경전 본부장은 "현재 부평음악·융합도시의 조성과정은 이제 막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단계"라면서 "우리가 지닌 자원으로부터 어떻게 부평의 매력을 다시 살리고 역할을 재구조화 할 것인지에 대한 창의적이고 문화적인 접근을 논의하고 시도하고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곽 본부장은 음악동네와 음악산업, 음악교육의 3대 중심정책에 대한 전략과 계획은 뚜렷하게 밝혔다. 곽 본부장은 "음악도시라 하면 장소의 개념을 제한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음악도시라는 개념 자체에 '한정성'이라는 고정관념을 벗겨낼 수 있는 정책을 구상 중"이라면서 "대중음악을 지역 학생들의 음악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든가 '찾아가는 음악무대'를 만들어 카페나 지하철 또는 공원, 산업현장 등 어디서든 작은 음악공연이 펼쳐질 수 있도록 하는 식의 콘텐츠 개발이 대표적이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곽 본부장은 "시민들의 일상적 삶에 지역의 음악문화가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음악융합도시의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며 "이를 통해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를 부평에서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목표라면 목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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