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장은 '예술 공간' 목욕탕은 '문화놀이터'
공판장은 '예술 공간' 목욕탕은 '문화놀이터'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6.11.25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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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폐 산업시설을 생활문화공간으로 재탄생

■ 글 싣는 순서
1. 강진군, 음악도시를 설계하다
2. 아날로그 감성을 즐긴다...창원시, '파랑새'
3. 민속음악으로의 화합, '고성 민속음악 대축제'
4. 폐 공판장의 화려한 변신... '월곶예술공판장'
5. 옛 명성으로 '음악융합도시' 설계하는 인천 부평구
6. 음악은 라디오를 타고...'원주 라디오 공동체'
7. 음악이 삶 되는 강진 만들자

경기도 시흥시 월곶(月串)포구. 육지에서 바다로 내민 모습이 마치 반달같이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진 이곳은 2000년대 경기 서남부권의 대표 관광지중 하나였다. 도시와 바다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시흥의 특별한 곳으로 불리며 주말이면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 들었다.

포구를 따라 늘어선 횟집만도 200곳이 넘었다. 수도권에서 바다와 회를 즐길 수 있는 명소는'월곶'뿐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러나 밀물과 썰물에 의한 개흙 쌓임 현상이 심해지면서 포구의 기능은 갈수록 상실됐다. 펄이 그득히 쌓인 탓에 접안이 어려워진 고깃배들은 뱃머리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다. 말 그대로 '배 없는 포구'가 됐다.

이름뿐인 포구로 전락하면서 월곶 전체가 노후화됐다. 포구를 따라 늘어서 있는 횟집은 텅텅 비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폐업한 업소들이 늘기 시작했다. 고깃배들이 포구를 외면하면서 기능이 마비되기는 수협공판장도 마찬가지였다. 활기가 사라지자 생명력은 금세 잃었다. 20년 동안 수산물을 경매하던 옹진수협월곶공판장은 지난 2007년 그렇게 문을 닫았다.

■수협공판장의 화려한 변신...'월곶예술공판장'
시흥시는 2014년부터 15억여 원을 들여 추진한 월곶 도시 관광 사업의 하나로 '월곶예술공판장-아트 독(Art Dock)'을 조성하고 지난 5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수협공판장이 문을 닫은 지 9년 만에 생활문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된 것이다.
 
월곶공판장의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예술 공간으로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담아 '예술공판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Art Dock'의 Dock은 결합을 뜻하는 'Docking'에서 따온 것으로 월곶포구와 예술의 결합을 의미한다.
 
500㎡규모의 공간은 공공미술 프로젝트, 공연, 전시, 해양인문학 캠프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사무실과 목공재료, 주방용품 등을 갖췄다. 옛 수협공판장의 외형은 물론 싱싱한 활어가 활개를 치던 수조는 그대로다.
 
지역주민과 예술가들은 이러한 시설물을 활용해 독특하고 유쾌한 작품을 연출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예술품은 일정 기간 동안 전시회나 축제를 통해 지역민과 관광객, 그리고 다양한 예술인이 함께하며 문화적 재생을 위한 물결을 이뤄간다.
 
월곶아트공판장이 매월 넷째 주 토요일마다 펼치고 있는 '아트마켓'도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생활문화 예술 활동이다.
 
다양한 문화 체험프로그램과 야시장을 결합한 아트마켓은 수공예 액세서리, 향초 등의 여러 아트 상품과 실용적인 중고 상품 등 다양한 품목의 판매자들이 참여하며 주민들과 예술적 교류를 형성한다. 또 뮤지션들은 DJ박스 등 내부에 마련된 여러 공간을 활용하며 다양한 음악공연과 사운드로 공간을 채우는가하면 공간의 풍경을 다채롭게 채색하는 미디어 아트와 댄서, 즉흥무용도 선보인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주민들은 자연스레 예술교육에 참여하기도하고 협업을 통해 예술 작품을 만들어 또 다른 예술을 창조하며 문화와 삶이 맞물려 작동하는 문화도시 '월곶'으로의 화려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목욕탕이 문화놀이터로... 시흥문화발전소 '창공'
월곶공판장이 생활문화예술 플랫폼으로의 변화라면 시흥문화발전소 '창공'은 목욕탕을 문화놀이터로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시흥시 정왕동의 한  상가건물 지하 1층에 마련된 창공은 지난 2014년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 산업시설 문화 재생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산업단지 내 유휴공간들을 근로자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자 시화공구상가에 20년 동안 임대가 되지 않았던 산업단지관리공단 소유의 목욕탕 등의 공간을 근로자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다.
 
이를 통해 목욕탕이던 상가의 32호는 근로자들의 감성적인 활동이 일어나는 '감성탕'으로 탈바꿈했고 상가 101호는 호프집으로 운영되다가 10년이 넘게 비어 있던 공간에서 산업단지 문화를 전파하는 '이성탕'으로 다시 태어났다.
 
감성탕은 밴드실과 다목적 연습실, 쉼터, 인터넷 카페 등이 마련돼 근로자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꾸며졌고 이성탕은 3D 프린터와 스캐너, 영상 편집장비, 사진스튜디오 등의 시설물을 갖추고 지역근로자, 시민, 예술가 등과 함께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펼쳐가며 오늘날 시흥시민이라면 누구나 방문해 쉴 수 있는 문화놀이터가 됐다. <계속>

▣ 인터뷰 - 김정이 월곶예술공판장 대표
"문화도시, 끌리고 쏠리고 들끓게 만들어야"
 
월곶예술공판장 김정이 대표는 '문화도시'에 대해 문화와 예술, 삶이 서로 맞물려 작동되는 시스템을 갖춘 도시로 정의했다. 그 시스템이 주는 매력으로 인해 사람들은 끌리고 쏠리며 궁극에는 들끓게 된 상태라야 말로 진정한 문화도시로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수많은 도시에서 전문 기획자들과 예술인들을 지원하고 있으나 성과를 보기 어려운 까닭은 '쏠리게'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역 내 '평가자'가 아닌 메이븐, 커넥터, 세일즈맨을 발굴하고 작동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에술과 행정이 함께 가기 위해서는 '행정은 원래 그러하니 예술이 맞춰라'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원래 그런 것이고 무조건 맞춰야 한다면 그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의 논리'와 같다. 이제는 침대에 맞출게 아니라 침대를 사람의 몸에 맞춰주는 행정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즉, 시민들과 예술인이 함께하는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자체 나름의 조례 정비 등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특히 긍극에 좋은 도시란 좋은 이웃, 좋은 시민들로 구성된 도시를 의미한다는 설명도 함께 덧붙였다.
 
끝으로 김 대표는 "도시는 소수의 원주민과 다수의 이주민들로 구성되어 있고 고령화 시대에 건강한 시민들의 유입이야 말로 도시의 미래를 결정 한다"면서 "매력적인 도시가 되어야만 건강한 시민들이 들끓게 된다. 그리고 매력적인 도시, 끌리는 도시는 예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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