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풀피리를 이어가는 청자사업소 권형윤씨
잊혀져가는 풀피리를 이어가는 청자사업소 권형윤씨
  • 김철 기자
  • 승인 2004.03.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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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리리리 삐리리~리 삐리릴리 삐~릴리”
어릴적 논둑가에 파랗게 물들어가는 보릿잎을 입에 물로 한번쯤은 풀피리를 불어봤을 것이다. 이제는 잊혀져가는 소리인 풀피리소리가 한주민에게 전수되어 아직도 귓가를 울린다.

청자사업소에 근무하는 권형윤(53)씨는 풀피리를 처음 알게된 중학교 2학년때부터 40여년간을 풀피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권씨는 집에 함께 살던 인부로부터 우연하게 풀피리를 들을수 있었다. 권씨도 호기심에 처음으로 풀잎에 입을 대고 불어보니 신기하게도 소리가 나는것이였다. 이때부터 권씨는 풀피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직접 소리를 내가면서 음을 조절할수 있게 됐고 여러 가지 나무잎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것도 터득하게 됐다.

풀피리로 유년기는 보낸 권씨는 당연스럽게 음악과 친해졌고 군대도 부산에 위치한 군악대에서 근무할수 있었다. 군악대에 입대한 권씨는 트럼펫과 색스폰도 다룰수가 있었다. 풀피리를 부는 입의 모양이 다른 악기도 쉽게 접할수있었고 다양한 노래를 접하는 계기도 됐다.

도시생활을 하던 권씨는 지난 78년 고향으로 내려오면서 다시 풀피리와 인연은 계속됐다. 여러 가지 나뭇잎을 시험하던중 청미래덩굴(맹감나무)의 잎이 부드럽고 다양한 음을 내는것까지 알게됐다. 이제 권씨는 풀피리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은 동요, 대중가요등 300여곡에 이른다.

다수의 사람들앞에서 펼쳤던 공연의 기억을 잊을수 없다.
권씨는 2년전 광주 증심사에서 열린 환경음악회에서 즉흥적으로 불렀던 기억, 읍교회에서 애절한 ‘어머니의 마음’을 연주해 교회안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수많은 장면들이 떠오른다.

권씨는 “풀피리의 명맥은 나이든 할아버지들이 마지막 세대일 것”이라며 “풀피리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으면 함께 모여 같이 공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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