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떨어지려고..."
"얼마나 더 떨어지려고..."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6.10.22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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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쌀값... 농심은 '숯덩이'

군, '강진쌀 판매 특별대책' 돌입

지난 20일 작천면 현산리 한 마을. 올해로 농사 55년째인 A(70)씨는 수확이 한창인 다른 주민들과 달리 그저 싯누렇게 여물어 가는 벼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렇게 시름을 겪은 지도 4년째. 더욱이 A씨와 같은 소농들에게는 그 타격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A씨에 따르면 만약 수매가가 4만 원으로 떨어진다고 치면 한 마지기(200평)에 평균 10가마(조곡 40㎏)정도 보고 생산하니 40만 원 정도다. 여기에 이런저런 영농비를 20만 원 제하면 20만 원 정도가 남는 다는 계산인데, 결과적으로 논 50마지(1만평)농사를 지으면 소득은 1천만 원이라는 얘기다.

A씨는 "여기에 인건비에다 건조비용 등을 빼면 뭐가 남겠냐"고 토로했다.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적자라도 나지 않으면 그게 큰 위안이다.
 
A씨는 "이렇다보니 내년 농사를 짓기 위해서 또 빚을 내야하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이렇다보니 일 년 내내 농사를 지어도 늘어나는 것은 오히려 '빚뿐'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작규모가 더 작은 B(74·강진읍)씨의 경우 속사정은 더 심각하다. 구획정리가 제대도 되어 있지 않다보니 콤바인을 불러 쓰는데 4~5만 원 정도다. 남들보다 두 배 많은 액수다. 여기에 인건비는 해마다 오르면서 1인 10만원에 육박할 정도다. 비료와 농약값은 작년보다 10~20% 더 들었다. 농기계비와 농약 등을 포함하면 마지기당 30만원은 넘게 들어간 셈이다.
 
B씨는 "지난해 나락 한가마 가격을 4만5천원으로 계산할 때 마지기당 20만원을 겨우 넘겼는데 올해 수매가격이 더 떨어지게 되면 결국엔 손실만 남는 계산 아니냐"며 "경지가 작다보니 '직불금'도 있으나마나 한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지난 8월말 강진산 조생종 벼 가격은 40㎏ 한 포대에 4만원 수준이었다. 전년과 비교해 1만6천원이나 하락한 금액이다. 9월말에는 이마저도 붕괴돼 3만5천원까지 폭락했다. 작년 같은 기간 조생종 나락은 5만1천원에 거래됐다.

농촌 들녘 곳곳에서 울분이 터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공공비축미 매입 가격은 더 충격적이다. 지난해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은 40㎏기준 5만2천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떨어진 4만5천원이다. 유례없이 낮은 가격이다. 산지쌀값 조사 후 사후정산을 한다지만 이미 시세는 바닥이다. 쌀값이 2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는 얘기는 이제 충격적이지도 않을 정도다.
 
강진농민회 한 관계자는 "물가 인상, 화폐 가치 하락 등을 감안하면 최근 쌀값은 20년 전보다 더 급락한 상황"이라면서 "쌀 소비 감소로 시중가격이 떨어지면서 농협 및 RPC등이 적자를 보며 쌀을 비싼 가격에 매입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강진군은 최근 쌀 가격의 추가 하락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진쌀 생산 및 판매 안정화 특별대책'을 수립하고 대응에 들어간 상태다.
 
쌀 종합 대책협의회를 구성해 농협, RPC등 도정 관계자, 이장단장, 농업인단체 등과 함께 운영하고 행정기관과 농협, 도정업체 합동으로 강진쌀 판촉반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직자 강진쌀 판매운동을 역점적으로 추진, 현재 1인당 25포대에서 50포대 이상으로 최소 20만포대 이상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강진원 군수는 "강진군은 농업이 주력산업인 만큼 쌀 가격 하락으로 강진의 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전 공직자와 함께 벼 가격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현재 전남도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쌀 생산 조정제도를 국가차원에서 전면 실시해 줄 것을 적극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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