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최소한의 개발로 섬의 미래를 바꾸다
[특집] 최소한의 개발로 섬의 미래를 바꾸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6.10.22 05: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태문화 관광의 현재와 미래
<1> 에코 아일랜드를 설계하다... 통영 연대도

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출렁다리 모습이다. 통영시는 가까운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도교 가설을 통해 섬 관광의 시너지 효과를 꾀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은 이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별한 먹거리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는데 '전복해물라면'이 별미다.

섬으로의 여행은 여행객으로 하여금 독특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내륙을 벗어나 섬으로 떠나는 여행은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은 여행자의 마음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섬은 이제 에코투어리즘(Eco-Tourism) 즉, 생태관광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섬 관광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자원과 연계돼 관광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강진에서는 가우도가 그 대표적이다. 지난 2012년도 인도교 개통 이후 접근성이 크게 달라진 가우도는 지난해 연 방문객이 7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게 됐고 이제는 에코투어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섬의 보존과 환경에 대한 '개발의 이면'도 있다. 주민과 관광객 사이의 마찰이라든가 쓰레기양 증가와 물 부족 등의 문제도 현실적 과제다. 이에 본지는 경남 통영의 연대도를 비롯해 세계적 생태관광지이자 휴양지로 잘 알려진 그리스의 크레타섬과 산토리니, 미코노스 섬 등 국내외 공동기획취재를 통해 생태관광 산업의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조망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에코 아일랜드를 설계하다...통영 연대도 
2. '카잔자키스'를 품에 안은 크레타 사람들 
3. 파란지붕의 특별함...산토리니 섬 
4. 가장 멋진 어촌마을...'미코노스'로 떠나다 
5. 강진 생태관광을 찾아서

 

국내 최초 에코아일랜드…생태섬, 무공해섬 지향
자생에너지로 섬 개발...대안에너지 체험교육 메카로 부상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곡리의 조그만 섬 연대도. 달아선착장에서 15분 남짓 걸리는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의 에코아일랜드로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연대도에 발을 내딛어 마을로 향하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2층 건물이다. 1층은 마을회관이고 2층은 방문자센터로 사용 중인데 이 건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패시브(passive) 하우스'라는 푯말이 눈에 띈다. 패시브 건축물이란 태양열을 최대한 활용하고 내부의 열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단열 성능을 최대한 높여서 난방을 위한 별도의 설비 없이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건축물을 뜻한다.

연대도는 2009년 시민단체 '푸른통영21'과 함께 생태섬, 무공해섬, 화석에너지와 쓰레기 제로인 '에코아일랜드'로 거듭나는 사업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농사를 짓지 않고 버려둔 33층의 다랭이밭을 야생화밭으로 조성하고 폐교를 리모델링해 숙박을 겸한 에코체험센터를 가동 중이다. 이들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은 주민들에게 균등하게 분배된다. 태양광, 풍력발전 설비가 도입되었고 생태탐방로도 조성되었다. 2011년 완공된 15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에서 공급되는 전기를 사용한다. 말 그대로 외부 전력 공급 없이 태양광과 지열 등 재생가능 에너지만으로 온 섬의 전력이 가능해진 셈이다.

과거 연대도 바다에는 전복, 소라, 해삼 등이 지천으로 깔렸었다. 해마다 30명이 넘는 제주도 해녀들이 들어와 물질을 하고 갔다. 그래서 한 때는 돈이 넘친다 해서 '돈섬'으로까지 불렸다.

연대도는 집집 마다 독특한 문패를 달거나 특유의 벽화로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해산물들은 종적을 감추고 섬은 노인들만 남아 늙어가고 있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섬, 그 덕분에 섬은 개발의 광풍을 피할 수 있었다. 섬은 난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고 원형이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사업이 진행되면서 섬은 다시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대도는 에너지 자립 섬을 넘어 2010년 마을기업 '할매공방'을 창립하고 묵정밭을 일구어 다랭이 꽃밭으로 조성했다. 그 결과 지속가능대상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으며 국내 10대 명품섬에 선정되기도 했다.

연대도 지겟길 역시 원래는 나무를 하러 다니던 길을 복원해서 만들었다. 지겟길이란 의미도 지게 하나 지고 갈 수 있는 오솔길이라는 뜻이다. 보리수나무, 동백나무, 후박나무, 식나무 등 울창한 숲과 야생화가 이곳을 걷는 사람들에게 바닷바람과 함께 향긋한 공기를 제공한다. 초여름 꽃양귀비가 지면 곧 범부채꽃도 핀다. 가을에는 국화가 장관이다. 섬 주민들은 이 시기가 되면 섬국화차나 쑥차, 민들레차 등을 만들어 또 다른 수입원을 챙기기도 한다.

요즘 연대도에선 '전복해물라면'도 별미라면 별미다. 전복과 조개, 새우 등 해물을 푹 끓여 국물을 우려낸 것이 특징인데, 주민들은 전복과 조개 등 바다에서 직접 잡은 것들을 관광객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며 차별화된 '먹거리 전략'까지 선보이며 통영에서의 특별한 입맛까지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통영시 김상영 해양관광국장은 "통영시의 모든 섬은 자연그대로 보존하면서 최소한의 개발을 통해 섬 관광이 지속가능하도록 개발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통영을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다녀간 사람은 없다'라는 말도 자신 있게 내뱉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계속> 
 

●연대도의 독특한 문패

연대도를 걷다 보면 집집마다 걸려 있는 문패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대도 모양을 본 뜬 나무판에 집에 사는 주인의 이름과 내력을 표현한 것인데, 그 내용이나 문구를 읽다 보면 '피식'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예를 들면 '노총각 어부가 혼자 사는 집, 화초를 좋아해서 목부작을 잘 만드는 000어촌계장의 집입니다. 말이 없어서 답답할 정도지만 사람 좋은 집'이라는 식으로 압축적으로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연대도 모든 집은 물론 작은 구멍가게도 재미난 문패가 눈길을 끈다.

그렇다고 재미난 얘기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늘어나는 쓰레기 문제 또한 연대도 주민들 사이에서도 늘 골칫거리 같은 얘기인데 주민들은 그러한 속상함마저 꽃 글씨 또는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를 담아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이구 허리야, 너거는 놀고 가모 그마이지만 우리는 치운다고 억수로 욕본다 아이가'

 


"공동체 역량 끊임없이 강화해야"

에코아일랜드 체험관 이추문 사무국장

연대도 마을회관에서 해안 데크로드를 따라가면 핵심공간인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가 나온다. 본래 이곳은 분교였는데 폐교가 된 것을 마을 어촌계에서 인수해 2011년 에너지체험센터로 리모델링했다. 건물 또한 패시브 건축물이다. 태양광과 지열을 이용해 냉난방을 한다. 교실은 연수 및 숙박시설로 운동장은 각종 에너지 체험시설을 갖춘 캠프장으로 변신했다.

에코체험센터 이추문 사무국장은 "설립 초창기 이곳은 대안에너지 체험교육의 메카로 부상했었다"며 "환경단체를 비롯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연대도를 찾았고 에코체험센터를 운영한 수익금은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어 "현재는 시설 정비와 보수 등의 이유로 가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섬 자체에 있어서는 여전히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국장은 섬을 찾는 관광객 증가로 인한 불편함도 적잖이 내비쳤다. 무엇보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는 좀처럼 해결점을 찾기 힘든 현실적 고민이다. 이 사무국장은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 활기가 생기는 건 좋지만 주민들에게 있어 삶터가 더럽혀지는 것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면서 "결국에는 공동체 역량을 강화해 슬기롭게 대처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때문에 주민들은 꽃말이나 벽화를 통한 재미난 표현으로 관광객들의 쓰레기투기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