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만에 찾은 고향... 경찰관 덕분에 친척 찾아'
'53년만에 찾은 고향... 경찰관 덕분에 친척 찾아'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6.10.14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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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7일 밤 10시께 강진농협파마스마켓 부근. 야간 순찰을 돌고 있던 강진읍내지구대 임형봉 경위와 이승현 순경의 시야에 홀로 길을 걷고 있던 70대 할머니의 모습이 들어왔다.
 
제법 말끔한 차림의 노모는 비에 흠뻑 젖은 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축 늘어진 손에는 우산대신 자그마한 옷가방뿐이었다. 거주지를 묻는 경찰관의 질문에 노모는 그저 "친척집을 찾고 있다"는 대답뿐이었다. 다른 질문에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전달력은 또렷했다. 임 경위는 치매노인이 아님을 단번에 직감했고 노모를 읍내지구대로 모신 뒤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경찰관이 건넨 따뜻한 차 한 잔에 얼었던 마음이 녹은 탓일까. 노모는 20분이 흐른 뒤에야 속사정을 조금씩 털어놓았다.
 
노모는 "서울에 거주하나 자식과 다툰 후 53년 만에 막연히 고향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고향을 방문하지 않아 친척이름은 물론 지리조차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 거리를 헤매고 다녔던 것.

임 경위는 순간 군동면 사송정 일대에 노모와 같은 성씨를 가진 주민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고 수 십채에 이르는 집을 탐문한 끝에 노모의 사촌동생 집을 찾아냈다.
 
임 경위는 "자칫 신변비관이나 교통사고로 이어질 뻔 한 상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할머니께서 하루 빨리 자녀들과 함께 다시금 행복한 시간을 되찾길 바랄 뿐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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