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정년퇴임 후 산불 감시하는 방현주선생님
교사 정년퇴임 후 산불 감시하는 방현주선생님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4.03.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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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면 석문리 깃대봉 정상에서 산불감시원으로 일하고 있는 방현주(77.도암면 계라리)씨.
지난 2001년부터 산불감시원으로 근무하는 방씨는 오전 8시30분이면 어김없이 도시락이 담긴 배낭을 둘러메고 깃대봉 정상을 향해 오른다. 30여분 등산로를 따라 근무지에 도착하면 방씨가 활동할 수 있는 장소는 10평 남짓되는 산불감시 초소 주위뿐.

한정된 공간에서 매일 같은 업무로 지루해질 수 있는 일이지만 방씨는 도암 일대와 강진만 넘어 대구, 칠량까지 산불감시에 소홀함이 없다. 지상감시원과의 연락에 필요한 무전기와 시야를 벗어난 곳을 확인할 수 있는 쌍안경을 목에 매고 온종일 먼산을 바라보는 방씨는 전쟁에 임하는 외로운 장수의 모습이다.

40여년간의 교직생활 중 30년 이상을 도암 인근 초등학교에서 평교사로 근무한 경력이 산불감시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 방씨의 설명이다. 교사시절 가정방문을 위해 가보지 않은 마을이 거의 없어 무슨 산 아래에 어떤 마을이 있다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또 방씨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산불연기는 쓰레기 등을 태우는 일반연기와 달리 새파란 연기가 순식간에 넓게 퍼져 올라온다는 것을 터득했다.

4년차 산불감시경력을 가지고 있는 방씨는 수차례 산불을 발견해서 크게 번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다. 지난 2002년 도암면 부흥마을에서 마을주민이 고추대를 태우다 옮겨붙은 불길을 방씨가 처음 발견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해 초기 진압으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같은 해 방씨는 산불방지업무에 공로를 인정받아 군수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하루 종일 산꼭대기에서 먼산을 바라보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잡념을 떨쳐버리기 위해 방씨는 산을 오를 때 주워온 잡목으로 지팡이를 만들기도 한다. 산불감시를 하면서 틈틈이 지팡이를 깎아 깃대봉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한자루씩 선물하는 것이 방씨의 유일한 소일거리인 셈이다.

또 유난히 손재주가 좋은 방씨는 사용하지 않는 현수막을 이용한 햇빛 가리개와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를 깃대봉 정상에 설치해 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쉼터로 제공하고 있다. 
성묘객들이 많이 찾는 음력 정월초와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3~4월이면 방씨는 산불감시업무에 더욱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오늘도 외로이 산불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방씨는 “산불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생각하면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다”며 “잡념과 졸음을 떨쳐버리기 위해 깎기 시작한 지팡이가 족히 수백자루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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