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글 이야기
[기고] 한글 이야기
  • 강진신문
  • 승인 2016.10.0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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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식 ㅣ 국립한글박물관후원회 회원

한글에는 우리 삶의 지나온 이야기들이 빼곡하게 간직되어 있다. 우리말을 그대로 기록하고자 만든 것이 한글이다.

한글이 만들어지고 난 후 사람들이 조금씩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한글을 이용해 다른 나라의 말과 글을 배우려고 만든 책들, 귀천에 관계없이 그리운 사람들끼리 소식을 나누었던 편지들, 일상생활의 소소한 일들을 기록한 다양한 종류의 문서들 그림과 함께 더 쉽게 이해하도록 만든 여러 실용 서적들 기계의 힘을 빌려 급격히 늘어난 한글인쇄물들과 그 영향 외세와 싸우는 과정에서 한 층 더 성장하고 굳건해진 한글 그리고 최근 국력의 성장과 우리 문화의 세계 진출에 힘입어서 한글이 세계인들과 호흡하는 문자로 성장하는 과정까지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한글이야기는 실로 깊고 다양하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우리 고유의 문자이다. 하지만 한글은 세상을 그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꿔 놓은 생활 문화혁명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배움의 길을 열어준 한글은 한글이 앞선 세대의 교육과 맺었던 다양한 관계에 주목했다.
 
최초의 한글해설서, 언문반절표, 한글을 사용한 한문교재 등을 통해 전통 시대의 교육에서'한글의 역할'을 생각해 보자. 또 최초의 근대 교과서 한글 점자 등을 통해 근대기에 국민 전체에게 까지 미쳤던 한글의 포용 능력을 살펴보자.
 
이를 통해 한글이 전통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육의 질적, 양적 발전을 이루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음을 짚어보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보자.
 
한글 창제 후 선조들은 일부 문헌에 한글과 함께 그림을 새겨 넣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 것인가 내용 이해의 목적에서 시작된 한글과 그림의 어울림은 점차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문헌의 가치를 높였다.

불심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부처의 말씀을 전달하는 불서로 윤리를 잃어버린 백성에게 지침이 되는 교화서 윤리서도 의학을 몰라 고민하는 이들에게 쉽게 읽히는 전문 실용서도 길흉화목을 알고자 하는 백성에게 큰 힘으로 발전해 갔다. 이것은 한글과 그림이 어울려 만들어 낸 융합의 흔적이었다. 한글과 그림을 통해 융합했던 선조들의 깊은 생각을 볼 수 있다.
 
한글이 창제되자 조선 외교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역관과 학자들은 한글을 활용하여 중국, 몽골,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외국어 학습서를 만들고 세계를 배우기 시작했다. 근대 조선을 찾은 외국인 선교사는 한글이 배우기 쉽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였고, 선교를 위해 한글로 된 책을 만들어서 그 가치를 증명했다.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세계와 만나온 한글은 현대에 이르러 한글입력 키패드로 응용되고 디자인, 음악 등 새 분야를 개척했다.
 
이제 한글은 세계 속의 문화로 거듭나야 할 시절에 이르렀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과 앞으로의 전망을 담아 한글의 비전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한글이 그 체계성이나 간결성에 있어서 세계에서 으뜸가는 문자임은 누구든 공인하는 사실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현재의 높은 국제적 위상을 초래한 눈부신 문화의 발전은 한글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긴 날이 대한 민국의 5천년 역사상 가장 불운한 국치일 이라면 세종이 세자로 책봉된 날은 가장 행운이 되는 국경일이라고 필자는 단언한다.
 
태종의 셋째왕자 이도가 그냥 충녕대군으로 남았더라면 오늘 한글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왕권으로 반포한 훈민정음도 집현전의 부제학 최만리와 유생들의 반대에 부딪혔거늘 일개 대군의 제안이 받아 들여 졌을 것인가?
 
문자에는 동전처럼 두면이 있다. 쓰는 면과 읽는 면이다. 배우고 쓰는 면에서 한글은 다른 문자 추종을 불허한다. 570주년 한글날에 '한글이야기'라는 주제로 몇자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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