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과 배우는 갑골문자 이야기<16>
김우진과 배우는 갑골문자 이야기<16>
  • 강진신문
  • 승인 2016.01.2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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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 강진군녹향월촌인성학교 훈장>

改 善 (개 선)

 

고칠 개(改)

'고칠 개(改)'의 갑골문은 어린아이와 회초리를 든 손으로 만들었다. 이 그림을 통해 改(개)의 왼쪽 글자가 몸 기(己)가 아니고 사(巳)였음을 알게 된다. 흔히 巳(사)를 '뱀 사'로 알고 있지만 본래 뜻은 '태아' 또는 '어린아이'이다. 攵(치다 복)은 손에 회초리를 들고 있는 모양에서 출발한 글자다. 따라서 한자에 攵(복)이 붙으면 '치다' '때리다'와 관계가 있다. 칠 공(攻), 칠 목(牧), 가르칠 교(敎), 내쫓을 방(放), 거둘 수(收), 흩어질 산(散), 패할 패(敗), 민첩할 민(敏)등이 그것이다. 개(改)를 보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사실 긴 세월동안 회초리가 부정적인 행동을 고치는 수단으로 교육적 의미가 있었던 것은 회초리 안에 사랑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교육의 현장에서도 사랑의 매로 여겨졌던 회초리도 사라지게 되었다.

착할 선(善)

'착할 선(善)은 '양(羊)'과 좌우로 배치된 두 개의 '말씀 언(言)'으로 이루어진 글자다. 言(언)이 두 개인 것이 흥미롭다. 고대사회에서 羊(양)은 신이나 조상에게 바치는 제물(祭物)중에서 제일로 쳤다. 늘 상서로운 동물로 대접받았던 이유다. 상서(祥瑞)란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을 뜻한다. 선(善)자가 '착하다' '좋다'의 뜻을 가지게 된 것에 여러 주장이 맞서고 있지만 그것들을 모두 접어두고 고대글자 선(善)의 의미를 '상서로운 말'로 풀이하고 싶다. 말 중에 최고의 말은 상서로운 말이 아니겠는가싶다. 누군가에게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나도록 빌어주는 말'이니 그렇지 않겠는가.  改善(개선)이란 '잘못을 고쳐 좋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람은 가기 싫은 곳을 가야할 때 온갖 핑계를 다 대면서 끝까지 가지 않으려 하듯이 고치는 일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것조차도 결코 쉽지 않다.

 

交 付 (교 부)

 

서로/사귀다 교(交)

'사귈 교(交)'는 다리를 꼬고 있는 사람을 그렸다. 고대사회에서는 가뭄이 들면 무당을 비가 올 때까지 땡볕에 세워두거나 심지어 불태워 죽이는 잔인한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무당은 살아남기 위해 비를 부르는 춤을 추어야 했다. 만약 하늘이 비를 내려주면 살게 되겠지만 그 반대이면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이 해석대로라면 交(교)라는 글자는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선 무당의 처절한 춤사위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있다. 서로 왕래하는 사이를 나타내는 그림으로 본다. 지금이야 상대에게 속마음을 전하는 수단은 너무나 다양하지만 먼 옛날에는 서신을 주고 받든지 아니면 직접 찾아가는 방법 외에는 다른 수단이 별로 없었다. 바삐 다리를 움직여 걸어가는 자세를 그려놓고 그 안에 '서로' '엇갈리다' '교차하다' '사귀다' '주고받다'등의 뜻을 담았다.

주다/붙다/맡기다 부(付)

'줄 부(付)'는 사람(亻)과 손(寸)으로 만든 글자다.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갑골문을 해석해보자. 무엇인가를 주기 위해 앞사람의 등을 살짝 치고 있는 모습 같다. 앞 사람을 따라붙기 위해 손을 뻗으려는 모습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맡기고 싶은 속내를 표현해 놓은 듯도 하다. 사실 부(付)는 상상한대로 세 가지 뜻을 모두 담고 있다. '주다'의 뜻을 살린 단어로는 배부(配付), 교부(交付)등이 있다. '붙다'의 뜻으로 쓰는 단어는 결부(結付), 부착(付着)등이 있으며, '맡기다'의 뜻으로는 당부(當付), 부탁(付託)등이 있다. 付(부)에 '언덕 부(阝)'를 더한 附(부)는 '붙다' '주다'등이 주요 뜻이다. '附加(부가)' '附則(부칙)' '寄附(기부)'등에 쓰인다. 付(부)에 집 엄(广)을 더한 府(부)는 '관청' '돌아가신 아버지'를 뜻한다. 지방 쓸 때 부군(府君)은 돌아가신 남자 조상을 말한다.

 

鼓 舞 (고 무)

 

북 고(鼓)

'북 고(鼓)'는 '북'과 '북채를 들고 있는 손'을 그려 만든 글자다. 갑골문의 왼쪽은 장식한 북(壴)을 받침대 위에 올려놓은 모습이다. 오른쪽은 채를 들고 북을 치려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이 지금의 지(支)로 변했다. 한자에서 우(又)는 손이다. '희열(喜悅)을 느끼다'의 '희(喜)'자도 북(壴)과 입(口)의 조합임을 알 수 있다. 약간의 상상력만 있다면 그 뜻이 '기쁘다' '즐겁다'가 되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을 터이다. 1년 동안 강진중앙초등학교에서 방과 후에 한자를 가르쳤다. 두세 학생 빼고 다수가 1, 2학년이었다. 갑골문과 한자를 연결하면서 토론수업으로 진행 했다. 브레인스토밍의 방법을 따랐다. 그들의 상상력은 정말이지 끝이 없었다. "한자가 쉽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곤 했다. 그림이 학습도구가 되니 응당 나올 법한 반응이다. 한자는 그림으로부터 시작했으니 그 교육도 그림으로부터 시작해야 맞다.

춤출 무(舞)

'춤 출 무(舞)'는 춤추고 있는 무당의 모습이라는 해석이 있다. 손에 든 것은 굿을 할 때 쓰는 소품이다. 대나무 가지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쇠꼬리라고도 한다. 이 글자의 태생을 따져보면, 사실 舞(무)의 처음 글자는 '무(無)'였다. 그런데 이 無가 '없다' '아니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자 춤춤을 의미하는 새로운 글자 무(舞)를 다시 만들었다. 기발하게도 無(무)아래 '춤추는 발'을 상징하는 천(舛)을 달았다. '鼓舞(고무)'는 '북을 쳐 춤을 추게 하다'는 뜻으로 힘을 내도록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을 때 쓴다. 鼓舞(고무)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과 비슷하나 그 격이 다르다. 칭찬이 잘한 일이나 좋은 결과에 초점을 맞춘 조건적 행위라면 고무(鼓舞)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그리고 강점과 가능성에 초점을 둔다. 사람에게 있어 고무(鼓舞)는 물고기에 있어 물과 같다. 앞으로는 고무적(鼓舞的)인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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