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과 배우는 갑골문자 이야기<10>
김우진과 배우는 갑골문자 이야기<10>
  • 강진신문
  • 승인 2015.08.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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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 강진군녹향월촌인성학교 훈장>

 

氣 流 (기류)

 

기운  기(氣)

동양철학에서 '氣(기)'는 '理(리)'와 양대 산맥을 이룬다. 기(氣)를 만물(萬物)생성(生成)의 물질적(物質的) 시원(始原)으로 규정한다. 갑골문에서 보듯 원래 氣는 三의 모양이었다. 이 三의 모양을 두고, 창공에 길게 펼쳐진 구름을 보고 그렸다는 주장과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묘사했다는 주장이 팽팽한 기(氣)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기(氣)는 본래 '공기(空氣)'를 의미했다. 처음에는 气 (기)로 썼다. 나중에 '기운'이나 '기세'의 뜻이 더해지면서 氣(기)로 쓴 듯하다. 이치로 보면 먹어야 기운이 난다. 그런데 기운나게 하는 수많은 먹을거리 중 쌀(米)이 气(기)자 안을 차지하는 대표주자가 된다.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氣(기)는 그 글자를 만들어 썼던 당시에도 쌀이 주식이었음을 알게 해준다. 문자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징검다리다.

흐를  류(流)

'흐를 流(류)'는 '죽은 아기를 강물에 버리는 모습'을 보고 만든 글자라고 한다. 슬픈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글자다. 지금의 글자모양인 流(류)을 보아도 두 개의 물(氵, 川)과 거꾸로 놓인 '자식 자(子)'가 이 해석을 뒷받침한다. 인간은 강물처럼 흐르는 물에서 '문화나 사상의 흐름'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포착해냈다. 더 나아가 '主流(주류)', '上流(상류)'등 인간사회의 계층적 구조는 물론 '時流(시류)', '조류(潮流)'와 같은 시대적인 어떤 추세나 경향성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까지 그 쓰임을 확장시켰다.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지적호기심이 빚어낸 결과다. 氣流(기류)의 뜻도 두 가지다. 하나는 자연현상인 '공기의 흐름'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어떤 일이 진행되는 추세나 분위기'를 비유한다. '미묘한 기류(氣流)가 감돈다.' 할 때의 氣流는 추세나 분위기를 나타내는 流(류)이다.

 

涉 外 (섭외)

 

건널  섭(涉)

'건널 섭(涉)'은 '물 수(氵)'와 '걸음 보(步)'의 합체자이다. 步(보)는 진보(進步)에서 설명했듯이 두 발을 상형한 글자로 '걸어가다'가 뜻이다. 갑골문을 보면 냇물을 사이에 두고 두 발이 그려져 있다. 그림만 보아도 무슨 뜻인지 알 것만 같다. 짐작대로 涉(섭)의 본뜻은 '(냇물을)건너다'이다. 그 후 '겪다' '지나다' '거치다' '돌아다니다' 등 뉘앙스가 엇비슷한 의미들이 파생되어 나왔다. 책을 널리 읽거나, 두루두루 다양한 경험을 한 경우 '涉獵(섭렵)이라는 말을 쓴다. 또 '사물에 널리 통하다.' 할 때는 '통섭(通涉)'이라고 한다. 굳이 순서를 정하여 말한다면 섭렵(涉獵)했으면 마땅히 통섭(通涉)할 줄 알아야 하는데 되레 외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涉獵(섭렵)을 과대 포장하고 그 포장 안에 자기를 가두었기 때문이다. 주위를 향해 늘 괄목상대(刮目相對)하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

바깥  외(外)

'바깥 외(外)'는 저녁 석(夕)과 점 복(卜)을 합한 글자다. 夕(석)자는 달 월(月)자와 비슷한데, 초저녁 무렵에 뜬 달을 지칭한다. 글자의 구성요소로 外(외)를 풀어보면 '저녁에 점을 치다'이다. 고대인들은 저녁에 치는 점은 신선한 이른 아침에 치는 점보다 신통력이 떨어진다고 믿었다 한다. 外(외)자의 또 다른 뜻인 '벗어나다' '빗나가다' '다르다'는 '점의 신통력'을 주제로 하는 해석에 한층 신빙성을 높여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깥'이라는 의미는 아마도 나중에 파생된 듯하다. 어느 모임이나 섭외(涉外)는 대체로 '발'이 넓은 사람이 맡는 경향이 있다. 안과 밖의 경계를 두루두루 넘나들어야 하니 '좁은 발' 보다는 '넓은 발'이 유리할 터이다. 옛날에는 면대면(面對面)이 '발의 크기'를 좌우했다면 요즘은 '손가락'이 대세다. 그런데 SNS시대에 손가락만 보다가 정작 보아야할 '달'은 놓치는 게 아닌지 염려스럽다.

 

祝 賀 (축하)

 

빌  축(祝)

'빌 祝(축)'은 '보일 시(示)'와 '형(兄)'으로 이루어진 글자다. 갑골문 왼쪽의 示(시)는 제사 지낼 때 쓰는 제단(祭壇)의 상형이다. 제단 위의 가로획은 신께 올리는 제물(祭物)의 상징으로 해석한다. 示(시)가 신(神) 또는 신령(神靈)으로 쓰임은 이러한 고대의 제사문화에서 나왔다. 제사(祭祀), 사직(社稷), 화복(禍福), 기도(祈禱), 축제(祝祭), 종묘(宗廟), 조상(祖上)등에서 이 示(시)자의 쓰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오른쪽의 兄(형)은 입(口)이 하늘을 향해있다. 두 손을 무릎위에 놓고 꿇어앉은 모습이다. 경외하는 대상을 향해 취하는 인간의 기본자세다. 옛날부터 제사는 맏아들의 몫이었다. 兄(형)의 뜻이 '맏이'가 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축(祝)은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신(神)이나 조상(祖上)을 향해 무언가를 빌고 있는 맏형(兄)의 모습이다.

하례하다/더하다  하(賀)

더할 가(加)
조개 패(貝)
'賀(하)'는 加(가)와 貝(패)의 합체자이다. 갑골문 '더할 가(加)'는 쟁기를 뜻하는 '힘 력(力)'과 '입 구(口)'의 조합이다. 일설에 의하면 '입 구(口)'는 쟁기 끄는 소가 힘을 내도록 소리치는 농부의 '입'이라고 한다. 쟁기질 할 때 갈아엎어진 '흙덩이'로 보는 해석도 있다. 加(가)의 뜻인 '더하다' '보태다'를 기준으로 보면 전자의 해석이 그럴 듯 해 보인다. 그러나 찬찬히 생각해 보면 후자의 해석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봄철 시기적절한 쟁기질은 풍성한 '가을소출(所出)'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貝(패)는 '조개'의 상형으로 대부분 '돈'이나 '재물(財物)'의 뜻으로 쓴다. 글자의 구성요소로 '賀(하)'를 풀어 보면 '남에게 재물(貝)을 더해줌(加)'이다. 祝賀(축하)하는 자리에 가서 축의금(祝儀金)'도 기꺼이 내놓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은 엄밀한 의미에서 祝(축)의 본뜻에 충실한 축하(祝賀)를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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