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구요? 암만 봐도 모르겄소
[기고] 누구요? 암만 봐도 모르겄소
  • 강진신문
  • 승인 2015.05.2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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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래 ㅣ 원불교 강진교당 봉사회원

5월 21일 부부의 날을 맞이하여 강진군에서 실시한 독거노인 하루체험 봉사에 원불교 강진교당 봉사회원들과 함께 참여하였다. 마침 오전에 홀로계신 어머님을 찾아뵙고 온 터라 홀가분한 마음이었다.
 
우리 봉사조가 찾은 곳은 대구면 난산마을 여자 어르신(76세)이었는데 청각장애 4급으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사전정보를 받았지만 실제 만나보니 장애가 더 심하신 것 같았다.
 
마당에는 돌멩이가 널려 있고 방문 앞에서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으셔 서 안방 문을 두드리니 그때서야 나오셨다. 첫 말씀이 "누구요? 암만 봐도 모르것소" 하시길래 방문한 까닭을 말씀 드렸으나 알아듣지 못하셨다. 더구나 여럿이 찾아오니 당황하신 듯하셔 먼저 할머니 얘기를 들어 주기로 했다.
 
"우리 영감은 20년 전에 돌아가셨고, 나는 영감하고 10살 차이인데 우리 막내아들이 해준 보청기를 고사리 끊으러 가서 잃어버려 이렇게 더 말이 안들리요. 막내아들이 머리가 영리해 목포공고를 나왔는데 내가 품을 팔아 전문대학을 갈켰더니 그놈이 제일 효자요. 용돈도 주고 명절 때면 꼭 손자들과 함께 찾아오고 하요. 막둥이가 머리가 영리한 것은 동네 사람들도 아요"하시면서 자식 자랑을 늘어 놓으셨다.
 
한참을 할머니 말씀을 들어 주었더니 안정을 찾으신 듯하여 차분히 또렷하게 우리들이 할머니 집 청소도 해드리고 맛있는 음식도 해드린다고 하고 주방으로 들어가니 방바닥은 끈적거리고 군데군데 곰팡이가 피어 있고 일회용 김 봉투는 굴러다니는데 그 사이사이에 쥐똥이 보이고 설거지통은 가득차 있고 안방이나 마루도 먼지 투성이에 걸터앉을 자리가 없었다.
 
두세 시간에 걸쳐 대대적인 청소작업을 마치고 정성껏 준비해간 찬거리며 고기반찬으로 저녁 상 차림을 하고 나서 "'아이고 우리 엄니 오늘은 대청소도 했고 먹을 것도 많이 있으니 맛있게 잡수시고 편히 주무셔요" 했더니, "영판 고맙소. 그런데 누구시요? 아무리 봐도 모르것소."라고 또 하신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가사 봉사는 처음으로 해 봤는데, 뿌듯하고 참 봉사가 이런 것이구나? 느낌이 들면서 보람 있는 하루체험이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리고 처음 봉사활동에 참여하였지만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인 방문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였다.
 
'옛 말씀에 자식 없는 부모는 있어도 부모 없는 자식은 없다'란 말이 있듯이 비록 짧은 하루체험이었지만 부모님 은혜를 실천하는 뜻 깊은 봉사활동이었다.
 
할머니께 종종 찾아뵙겠다고 약속드렸는데 그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겠다. 그리고 군의 "독거노인과 하루체험"이 100세시대 어르신이 행복한 강진을 만들어 가는데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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