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벽화가 준 즐거운 변화
[기고] 벽화가 준 즐거운 변화
  • 강진신문
  • 승인 2015.04.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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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희 l 강진여자중학교 학부모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따사로운 햇살을 따라 봄내음이 가득한 거리로 나왔다.
 
이번에 강진여자중학교에 입학한 막내 아이와 함께 강진읍에서 보은산 고성사로 이어지는 낙하정 약수터로 가는 길이었다. 평소 우리 막내 아이와 함께 거닐던 서성리 건우아파트 앞의 익숙한 거리에서 뜻밖에 산뜻한 벽화를 만났다. 이 거리를 지날 때마다 낡아서 지저분해진 창고 벽면이 마음에 걸렸던 참이라 창고에 그려진 벽화가 참 반가웠다.
 
반가운 벽화는 지난 겨울 군에서 거리 미관 개선을 목적으로 그린 것이었다. 새롭게 그려진 이 벽화가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우리 아이가 다니는 강진여자중학교 학생들을 포함해 주변 학교의 학생들이 함께 참여했다는 사실이었다. 눈, 코, 입 달린 청자, 새빨간 모란, 하트 모양의 딸기, 약간은 어설프지만 강진에 대한 애정을 한껏 담아 그린 청자 그림들이 퍼즐처럼 한데 모아져 나름 크고 멋진 작품을 마음과 눈을 사로 잡았다.
 
우리 아이들이 그린 작품이 거리를 갤러리 삼아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있으니 뿌듯한 마음에 미소가 저절로 번진다.
 
자기 집 앞에 쓰레기 줍는 일도 인색해진 요즘에 아이들이 지역의 공공시설과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고 거리의 환경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조금이나마 동참했다는 사실이 한 아이의 학부모로써 무척 감사한 일이다. 아이들은 낡은 공간에 벽화를 그리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강진이라는 도시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고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수년간 시간이 멈춰버린 서성리의 벽면 벽화는 작은 변화이지만 군에서 보여준 주민을 위한 세심한 배려 덕분에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기분도 나처럼 좋아지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얼마 전 '커뮤니티 디자인을 하다'라는 책을 통해 도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평공원'에 대해 알게 되었다. 십여 년 전 서울에서 시작된 한평공원은 삭막한 도시를 걷고 싶은 거리로 바꾸기 위해 주민들이 참여하여 마을에 방치된 자투리 공간을 찾아 작은 공원, 갤러리 등 마을의 문화장소로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작은 공원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 주민이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동네에 애정을 갖는 주민들을 만들어 내고 마을공동체에 지속가능한 활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던 거리의 버려지고 방치된 공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진에서도 한평공원과 같은 우리의 삶을 스스로 가꾸는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번져  버려지고 방치된 공간을 개선해 나간다면 걷고 싶은 거리를 넘어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되는 출발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에서는 군민들이 삶의 공간을 가꾸는 일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고, 아이들과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그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하나씩 찾아 나서야 한다. 모두가 애정을 가지고 내가 살고 있는 강진의 거리를 가꾸어 나간다면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감성 도시가 되지 않을까.
 
이번 벽화가 준 즐거운 변화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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